상호금융 등 주담대 문턱↑…갈 곳 잃은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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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소득증빙 의무, 원리금도 함께 나눠 갚아야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30 13:32:10

▲ MG새마을금고 중앙회 ⓒ스카이데일리

6월부터 전국 모든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서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질 방침이다. 이에 신용등급이 낮거나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이 제도권 내에서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등 3583곳에서 주담대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확대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소득증빙을 의무화하고 상환능력 내에서 대출해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것을 골자로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등에서 신규 주택구입자금을 빌릴 때는 원리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만기 3년 이상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대출 초기부터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로 1억원을 빌리면 3년간 매년 이자와 함께 원금 333만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

단, 차주의 부담을 감안해 1년 이내의 거치기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대출금이 3000만원 이하면 일시상환도 가능하다. LTV(주택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 비율)가 60% 이하인 대출이거나 DTI(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계산 비율)가 30% 이하인 경우도 해당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다.

▲ 자료: 한국은행 ⓒ스카이데일리

소득증빙은 의무화된다. 상호금융 주요 차주인 농민·축산인·임업인·어민 등은 신규 주택 대출을 받으려면 상환 능력을 입증할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 증빙자료를 내야 한다. 증빙소득 확인이 어려울 경우에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소득추정자료 등 ‘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매출이나 임대소득 등 ‘신고소득’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주담대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생계가 어렵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더 이상 제도권 내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서민들을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360조원에 육박했다. 이에 금융당국 및 정치권에서는 대출규제 쪽으로 가닥을 잡고 1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강화 정책을 펼쳤다. 이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자 다시 금융당국에서는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아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의 대출을 주로 이용했던 서민들은 갈 곳이 막막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경우 주요 차주가 농민·축산인·임업인·어민 등이라 소득이 일정치 않은 서민들은 소득 증빙이 어려울 경우 대출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인 것은 알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하거나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의 경우 제도권 내에서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 사금융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적인 대출 규제는 오히려 서민들을 궁지에 내모는 꼴이다”고 말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