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점프대 된 박원순의 고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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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점프대 된 박원순의 고가공원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31 00:32:56

▲ 김도현 차장(산업부)

사람이 투신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이 투신했다. 늦은 밤 사고가 난 탓에 다행히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꾸준히 제기돼 온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고 장소는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역고가공원이었다. 개장 후 꼭 열흘만인 29일 자정께 이곳에서 사람이 몸을 던진 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30대 남성.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죽음이다.

투신하려는 이들이 한강이 아닌 서울역고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지적은 공사 단계부터 나왔던 대목이다. 난간의 높이는 불과 1.4m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유리로 돼 있었다. 조망이 이유였을 것이다.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때부터 어쩌면 용도가 정해져 있을지 몰랐을 난간. 담을 낮게 해 시야를 틔우고 얕은 담장마저도 유리로 해 막힘없는 풍광을 시민들에 선사하겠다는 구상이었을 것이다. 이곳에 투신자를 막기 위한 대비책은 전무했다.

사실 어떤 대비책도 죽으려 마음먹은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개장 열흘을 맞아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서울역고가공원을 향한 불편한 시선은 비단 죽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응당 수명을 다한 고가를 ‘재생’이라는 그리고 ‘뉴욕 하이라인파크’라는 망상에 빠져 공원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걷는 도시에는 찬성하나 억지로 걷게 할 순 없는 일이라고. 정치성향을 떠나 건축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더욱이 이 같은 흉물을 시민 혈세로 지었다는데 비판의 목소리는 컸다.

응당 비판은 박원순 시장에게로 향했다. 여름에는 볕을 피할 공간이 극히 부족하고 열기를 머금은 고가 위에 누가 걸을 수 있겠느냐고. 동장군이 몰아 칠 한 겨울 화분에서 떨어진 낙엽이 스산하게 나뒹굴 콘크리트 위를 누가 걷겠느냐고. 개장은 5월에 할 수 밖에 없었을 박 시장 혼자만을 위한 공원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어쩌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공원이었는지 모른다. 녹지공간을 주는 것도 마땅한 휴식공간을 주는 것도, 기가 막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다. 그저 그 고가는 개장 단 열흘 만에 누군가가 작별을 고하는데 사용됐을 디딤돌에 불과했다.

서민들이 버팀목이 돼 주겠다는 박 시장과 서울역고가공원. 혹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과 비교했다. 지금껏 잘해왔다는 평가를 내린 이들도 부작용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걷는 도시’ 공사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고가의 존립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