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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정비 사업의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감찰을 지시했다. 동시에 녹조 발생량이 많은 일부 보에 대해 상시개방 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지난 29일 일부 보의 보문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대다수는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작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잡음이 발생해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4대강 정비 사업과 무관한 보마저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지역 농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농민들은 통상적으로 지역 내에 있는 보의 경우 농업용수 조달 목적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사실상 생존과 직결돼 있다며 지자체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현재 이 같은 논란은 한강 하구에 위치한 신곡수중보 인근 지역에서 불거져 나왔지만 앞으로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화되면 비슷한 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와 농민들의 갈등이 발생해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신곡수중보 인근 지역을 직접 찾아 보 철수 문제를 둘러싼 지자체와 농민들 간에 갈등 양상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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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수중보(사진)는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다. 이 시설은 한강 상류로 바닷물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일대 농민들은 농업용수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시설의 해체 움직임이 불거져 나와 농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한강 하류에 위치한 ‘신곡수중보(이하·신곡보)’를 철거 문제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지역주민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유영록 김포시장이 신곡수중보 철거 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 농민들은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곡보가 철거될 경우 인근 지역 농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뿐 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는 강 한가운데 둑을 쌓아 흐르는 물을 막고 그 물을 담아두는 역할을 하는 저수 시설이다. 물속에 지어진 보는 ‘수중보’라고 부른다. 서울시 및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하류에는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등 총 2개의 수중보가 있다. 잠실수중보는 잠실대교 하류 10m 지점에 위치해있고 신곡보는 김포대교 하류 17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지난 1988년 6월 완공된 신곡보는 준설로 인해 낮아진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어졌다. 바닷물이 한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 신곡보는 고양시 덕양구와 백마도를 잇는 길이 883m의 수중고정보와 백마도에서 김포 육지까지 잇는 길이 124m 가동보(인위적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보)로 구성됐다. 총 길이만 무려 1007m에 달한다.
“4대강 보 상관 없는 신곡보, 철거하면 주변 농민들 생계 타격”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신곡보 일대 지역을 찾았다. 신곡보 인근에는 담수를 김포 일대 농지로 공급하는 신곡 양·배수장이 위치해 있었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신곡 양·배수장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토지의 면적은 1만5926ha에 달한다. 지난 2013년 기준 경기도의 논과 밭을 합친 경지면적은 16만8796ha다. 산술적으로 경기도 전체 농지의 9.4%가 신곡보에 담겨진 물로 농사를 짓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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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실제로 신곡보 인근 지역에서는 한창 자라나고 있는 농작물들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농민들 중 상당수는 보가 철거되면 당장 농업용수 조달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곡보 인근에서 30년째 농사를 지었다는 최순자(75·여) 씨는 “이 일대의 농지에 쓰이는 물은 모두 한강에서 퍼온다”며 “만약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 생계를 잇지 못하게 될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 씨의 농지와 인접한 곳에서 농사를 짓는 송명순(67·여) 씨 부부는 보가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불미스러운 사고로 장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생계를 잇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농사였기 때문이다. 송 씨 부부는 3년 전 배추, 토마토 등 야채를 키우기 위해 농지를 인수했다.
송 씨는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은 모두 한강에서 조달해 온다”며 “보가 철거돼 물에 바닷물이 섞이게 된다면 피땀 흘려 키운 작물들이 모두 죽어버릴 것이다”고 토로했다.
신곡보 철거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이들은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었다. 신곡보로부터 약 3km가량 떨어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일대의 농민들은 신곡보를 철거한다는 주장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전호리 출신으로 30년 넘게 쌀농사를 지어왔다는 김천호(50·남)씨는 “신곡보가 없어지면 당장 바닷물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이 없어져 농사를 전부 망치게 될 것이다”며 “어떤 놈이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모르겠지만 이 일대 농민들 다 죽이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 씨에 “지금도 신곡보를 넘어서 들어오는 바닷물 탓에 가끔 수일을 투자해 물에서 소금기를 빼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며 “신곡보가 있는 지금도 소금기가 올라오는 일이 발생하는데 신곡보를 없애면 1년 내내 물에서 소금 빼는 작업만 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 반대 불구 신곡보 철거 강행하는 지자체장…보상 대책 ‘전무’
▲ 신곡보 인근에서 30년째 농사를 짓는다는 최순자씨는 신곡보가 철거 된다는 이야기에 사색이 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신곡보가 없어진다면 농업용수가 소금물로 변해 사실상 농사를 못 짓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진은 신곡보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대다수 농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문제 삼고 있지만 정작 보 철거를 추진 중인 김포시청은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록 김포시장은 신곡보 철거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신곡보를 철거하라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외교부 앞에 설치된 정책 제안 플랫폼인 ‘광화문1번가’에 신곡보 철거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신곡보가 철거로 인한 농업용수 확보 및 농민 설득은 큰 문제가 없다”며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확정되는 대로 신곡보 철거와 한강 하구 개방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인 김포시청 실무 공무원들의 견해는 유 시장과 달랐다. 스카이데일리가 김포시청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신곡보 철거 시 농업용수 공급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윤태홍 김포시청 하천관리팀장은 “신곡보가 철거된 이후에는 농업용수 제공 등이 현재에 비해 제한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지금보다 더 척박한 환경에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곡보를 철거한 이후에는 염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염도가 낮을 때 취수하는 방식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신곡보 철거로 인해 농민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팀장은 “현재는 그냥 철거 제안만 나온 상태로 정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만큼 그에 따른 대책도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최형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조직교육위원장은 “소금물이 논·밭으로 올라오면 작물들이 다 죽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며 “바닷물을 막아주던 신곡보가 없어진다면 당연히 논·밭에 공급되는 농업용수의 소금물의 농도가 올라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의 입장에서는 신곡보의 철거로 인해서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실제로 철거하게 된다면 농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곡보가 철거되면 북한이 잠수정 등을 통해 서울에 침투하기 더욱 용이해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안보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신곡보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북한군 잠수정의 서울 침투를 막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과거 신곡보가 건설된 여러 가지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북한 잠수정 등의 서울 침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었다”며 “지금도 그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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