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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2004년으로 기억된다. 2000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중도좌파 정권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세계화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진보정치 지도자 회의’라는 것이 열린다. 당시 헝가리에서 개최돼 국내에서도 많은 정치인들과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연찮게 우리나라의 많은 좌파 인사들과 조우를 했고, 그들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들 대부분은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했다.
그러나 조금 더 이야기의 진도를 나가보면서 그들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협소하며 글로벌 정세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상당수는 해외여행 경험도 일천하고, 국내에서 시민운동만 하다 보니 그런 시간적 겨를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해외에 나와 보니 우리 기업 혹은 주재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는 심정도 밝혔다. 진보 정치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표현들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많은 나라들의 경우 진보와 보수 정권이 수시로 교체하며 대조적인 정책 컬러를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보수는 안일하고 구태의연하며, 진보는 혁신적이나 무능함을 나타내면서 유권자들의 지적을 받게 된다.
최근 글로벌 정치를 보면 신흥국의 경우 좌파 포퓰리즘이 몰락하고 우파가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1990년대 말부터 남미 국가들에게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정권의 물결이 거세게 불었지만 이들이 대부분 퇴출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남미 좌파 정부들은 대외개방을 거부하고 빈민층에게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복지 지출을 늘렸다. 다행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호황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이들에게 돈이 넘쳐났다.
하지만 글로벌 불황 여파에 따른 중국 경기의 후퇴로 졸지에 국고가 바닥이 났다.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자연스럽게 우파 정권들이 다시 속속 들어서게 되고 개방을 촉진하며 복지를 줄이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反) 세계화, 자국 우선주의 등을 내세우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고 선택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가장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정권에게 일정 기간을 맡기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 가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선진 정치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정치나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수의 현명한 유권자들로부터 현시대에 적합한 지도자가 선출되게 된다.
미국도 무역적자 심화로 인해 미국의 부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여론이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를 당선시켰다. 영국의 경우 EU 회원국으로 남아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브렉시트(Brexit)’와 보수당의 메이 정권이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잃어버린 20년’으로 자존심과 경제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일본의 선택은 극우 보수주의 성향의 아베 정권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저성장 추세의 지속으로 사회적 격차와 갈등이 확대되면서 시대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이를 해소해주기에 적합한 좌파 정권이 재탄생하게 되는 환경을 제공했다. 물론 보수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당장 해야 할 일과 수순을 정해서 해야 할 일들을 구분해야
분명한 것은 좌파 혹은 우파 정권에 관계없이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공통적인 점은 국가가 갖고 있는 제반 자원과 역량은 최대한 보호하고 키우면서 상대와는 협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이익이라는 것이 국내에서만 발생하지 않고 해외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특히 우리와 같이 해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큰 나라일수록 이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을 보면 강성 지도자들이 즐비하고, 그들의 정책적인 노선도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국면이다. 섣불리 어설프거나 미숙하게 대응하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익을 놓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신(新) 정부의 준비 기간이 매우 촉박한 것에 비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환경은 절대 만만치가 않다. 지난 7∼8개월 동안 국내 사정으로 인해 우리와 관련된 글로벌 이슈들을 대부분 미뤄놓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나친 우려이고 기우(杞憂)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정부에 기용되는 인사들의 청문회로 정국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다. 익숙한 모습들을 다시 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편하지가 않다.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를 하더라도 당장 코앞에 닥친 해외 상대와의 한판 협상에 대해서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적 여론이 하나로 모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적 목적과 국익의 확보는 엄연하게 다르다. 그리고 좌파 정권의 정책 노선과 가치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다. 정권은 유한하고, 모든 것이 마음먹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갑질이나 기득권 내려놓기, 부정부패 근절, 특수 활동비 조정, 검찰 혹은 국정원 개혁 등은 단칼에 해치우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국가 백년대계의 틀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하게 풀어나가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도 구조개혁을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 일반 행정공무원은 줄이되 복지, 소방, 치안 등 인명과 안전과 관련한 인력을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핵심적인 자원은 기업이다. 어떻게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를 대기업과 줄일 것인가와 창업 혹은 기업의 투자 장려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기(氣)를 살려주는 것이 일자리 만들기의 출발이 돼야 할 것이다. 추경 예산의 편성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혈세를 적재적소에 써야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엄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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