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쇼 돼버린 이재현식 카톡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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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쇼 돼버린 이재현식 카톡금지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07 00:02:42

▲ 김도현 부장(산업부)

구속과 투병, 그리고 사면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회장실을 비웠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지난달 복귀했다. 이 회장은 복귀와 함께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냈다.

일과 가정의 양립과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임직원에 글로벌 도전 기회를 대폭 확산한다는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내세운 것이다. 방안에는 임신·출사·육아 과정에서 직원들을 배려하고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각종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퇴근 후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를 통해 업무지시를 금지토록 한 것이었다. 비단 우리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CJ그룹이 한 발 앞서 변화를 택한 것이다. 실제 이는 업계 등에 귀감이 됐고 다양한 업체들도 CJ그룹의 행렬에 동참했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이미지의 CJ그룹에 걸맞은 시도였고 이재현 회장의 복귀에 알맞은 신기업문화 선포였다고 혹자는 평가했다. 이 회장 복귀 한 달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내부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무의미한 선전포고였을 뿐이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한 계열사 직원은 “카톡으로 퇴근 후 업무지시를 금지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날 밤에 업무지시를 카톡으로 받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계열사 직원들 역시 “아직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한 직원은 “회장 복귀에 발맞춘 쇼(Show)일 뿐이다. 각종 논란을 뒤로하고 끝끝내 사면까지 받았다 복귀하는데 잡음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춘. 물론 실행된다면 좋겠다. 하지만 쉽겠나. 일단 동종업계에서 보는 기업이미지는 좋아졌다. 성공적인 쇼였다”며 강하게 힐난했다.

도대체 왜일까. 직원들을 사생활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비전을 드높이겠다는 이 회장의 복안이 왜 이런 평가를 마주해야 했을까. 그것도 위하겠다는 직원들로부터. 이에 대한 답 역시 직원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현실을 모른다는 것. 지시하는 관리자들이 자신들의 업무 편의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했다는 것. 직위를 앞세운 그들의 횡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직원들로선 회장의 지시를 어기는 관리자들을 어찌 함부로 신고할 수 없으며 관리자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 등이 반응이었다.

해법은 있을까. 이 역시 직원들이 답을 말했다. 결국 관리자들의 인식변화가 전제돼야 하며 사측도 단순한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또는 별도의 신고체계를 갖춰줄 것을 요구했다.

다사다난했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복귀. 복귀 후에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진성성의 차이는 아니었을까. 진정으로 직원들이 퇴근 후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자 했다면 고심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대도 안한다고. 카톡 후 업무금지 외 이번 개혁안에 포함된 다양한 구상들 역시 실체적으로 다가서기에 거리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재현 회장에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회장님, 진심입니까?”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