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는 ISA…깡통 계좌에 예·적금 창구 ‘전락’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금융일반

10만원↓ 계좌 73%, 은행 ISA 중 예·적금 자산 80%↑…“자산관리 기능 상실”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08 16:57:11

▲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3월 만능통장이라며 출시된 ISA가 깡통 계좌로 전락한 데 이어 예·적금화(化)되고 있어 지적을 받고 있다.

ISA는 하나의 계좌에서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운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금융 상품에서 얻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정부는 당시 ISA를 통해 서민들의 실질적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ISA는 5년간 매년 2000만원까지 넣으면 2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제공해 출시 초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ISA는 출시 1년 3개월 만에 깡통계좌로 전락했다. 출시 첫 달에는 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모여들었지만, 그 후 잇따라 해지가 속출했다. 심지어 현재 남은 계좌의 절반 이상(52%)은 1만원 이하의 ‘깡통 계좌’다. 10만원 이하인 계좌도 73%에 달한다.

이는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서민형은 3년, 그 외엔 5년 동안 계좌 내 금액을 인출할 수 없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면세 금액도 최대 30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일임형 ISA의 수익률(3개월 이상 누적)은 올 1월 말 기준 평균 2.08%로 저축은행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ISA는 출시 후 판매 실적 경쟁에 예·적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은행권에서 출시 초반에 ISA 판매 실적을 금융회사의 내부성과평가기준(KPI)에 반영하는 등 ISA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만 치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 ⓒ스카이데일리

ISA는 고객이 자산 배분을 정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일임형으로 구분된다. 지난 4월 말 기준 신탁형 ISA 투자 금액은 3조3172억원이다. 이 중 은행의 신탁형 ISA는 2조6268억원으로 투자 금액 기준 신탁형 ISA의 약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은행 신탁형 ISA 중 예·적금에 편입된 자산은 약 2조1532억원으로 전체 은행 신탁형 ISA 자산의 82%에 달한다. 이에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의 ISA 계좌당 평균 가입 금액은 145만원으로 증권사(403만원)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자산관리 기능을 잃은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고객과 신탁형 ISA 포트폴리오를 짜면, 수익성은 높지만 설명이 복잡하고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간편한 예·적금을 고객에게 권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반에 비해 수익률이 좋지 않은 데다 경기 불황으로 장기 상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정책성 상품이다 보니 직원들에게는 단기간 실적을 내는 영업용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