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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 같이 담대하니라. 나라는 죄가 있으면 주관자가 많아져도 명철과 지식 있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장구하게 되느니라”<잠언 28: 1~2>
꽃잎마저 시든 모란꽃을 바라보며 금년에도 호국의 달을 맞이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속죄의 마음으로 무릎 꿇어 기도한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호국의 희생 터 위에 세워졌으며 이를 기억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의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기에 매우 값진 일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일은 현충일, 25일은 6·25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 할 달이다.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의 의미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너무도 많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친 애국선열들과 국군장병들의 충절을 추모하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정한 추념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정신은 퇴색되고 오직 노는 날, 공휴일로만 인식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충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과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없다. 거리에서 조차 조기(弔旗)가 게양돼있지 않았고, 보훈의 달을 상징하는 그 흔한 플래카드도, 가슴에 달았던 검정리본도 전무하다. 정치꾼들 싸움에 억울하게 희생된 5·18 묘소에는 눈도장을 찍기 위해 단체로 달려가는 정치꾼들.
단지 해상사고로 사망한 세월호 사건에는 몇 년간 애도를 표시하는 노란리본을 달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라를 지키고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산화한 호국 영령들에게는 감사는커녕 관심조차도 없다.
휴전 중임에도 안일한 정부의 대처, 잊혀져가는 옛 아픔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도발을 시도하고 전쟁의 위협으로 한반도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도 한 나라의 통치권자인 대통령은 애완견을 만지작거리며 휴가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어떤 언론도 지적하지 않았다. 박근혜 직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 패닉상태가 될 정도다.
아직도 남북은 휴전 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는 긴장감이 없고 나긋한 모습이다. 기억하기조차 싫지만 우리 민족은 한 세기 동안 두 번이나 아픔을 겪은 비운의 민족이다. 하나는 1910년 나라를 일본에 강탈당한 것이고, 또 하나는 1950년 6월, 삼천리강산이 초토화 돼 수백만의 사상자와 수천만의 피란민을 남긴 동족간의 전쟁이다.
공통점은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에 빠져 정치를 잘못해서다. 끔찍했던 전쟁의 포연 속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겠다고 그토록 다짐을 하며 지켜온 우리나라, 세월이 흐르다보니 우리는 또 다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서 옛 상처의 아픔이 어떤 것인가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3년에 걸친 전쟁이 나라 살림을 결단내고 많은 사상자를 낸 후 승자도 없이 패자만 남은 채 휴전으로 막을 내렸다. 휴전자체는 63년이 지난 지금껏 지속돼 오면서 오늘의 한반도 상공엔 여전히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민족사의 유산과 한반도의 묘한 지정학적 위치가 불운의 요인이란 지적은 새삼 되풀이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열강의 국제적 관계가 제국주의 시대, 동서 냉전 시대, 미·중 패권 경쟁 시대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평화의 가능성을 좌우해왔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긴장을 하며 방심을 해서도 안 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48년 열강의 역학관계 및 이념대결과 얽히면서 나라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게 된 불행한 경위도 우리 역사의 한 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한반도가 처한 위기는 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시작된 핵무기 시대의 공포와 저주가 북한의 핵 강국화 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돼 버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런 북한의 선택은 결국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를 완전한 핵무장 지역으로 만들어버리는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일제에서의 해방, 6.25전쟁의 끝, 모두가 우리 혼자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외세의 침략이 많았고, 유독 전쟁을 많이 겪은 나라다. 특히 일제 36년간의 식민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던가.
한국전쟁 당시 지원국을 비롯한 호국영령에게 감사하는 마음 가져야
그리고 6·25전쟁 3년을 겪는 동안 우리 힘으로 공산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가. 1953년 휴전협정을 맺을 당시 UN회원국이 60개국이었고, 전 세계에 독립국가가 총 91개국이었는데 67개 국가에서 6·25 한국전쟁 시 우리를 여러 방법으로 지원한 것은 참으로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UN이 결성되고 최초의 사건으로서 군(軍)을 파견해준 국가도 16개국이나 있었고, 물자 지원 국가도 46개국이었다.
우리는 이들 나라에 대해 항상 감사하며 고마움을 간직해야 하고, 그 감사를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야 한다. 그들의 파병이나 지원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 힘만으로 전쟁에서 견디어 내며 오늘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을까. 미국을 무조건 배척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해방 때도, 6·25전쟁 때도 미국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의 뼈아픈 상처를 체감하지 못하고, 감성에만 치우치는 젊은이들과 일부 시민단체와 전교조 교사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필한 안명용이란 고교 동창이 40여 년 동안 매년 함께 입대한 동기전우가 잠든 현충원을 찾아 참배·헌화하며 전우에게 감사하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동창이지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역시 몇 년 전부터 월남 참전전우회 전우들과 함께 현충일이 아니라도 전방 충혼탑과 6·25 전쟁 시 한국에 파병됐다 전사한 외국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 된 위령탑을 찾아가 헌화하고 그들 영령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하고 있다.
이번 현충일에도 예외 없이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헌화했지만, 그 흔한 정치인들과 젊은이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광주 5·18묘소, 세월호의 노란 리본과 대조되면서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다. 그나마 고사리 같은 손으로 꽃을 들고 묘지를 찾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다소 위안을 얻었다. 아울러 역사교육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모두가 불안하다.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지금은 ‘사드 배치’를 유보 할 때가 아니며, 민간교류도 서두를 때가 아니다. 과거 10년 정권 때도 그랬지만 얼마나 그들에게 우리가 낸 세금을 갖다 바칠 것인가.
아직도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5·18사태, 기념식 때 대통령의 지시로 ‘님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하는 데 내년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현충일만이라도 거리에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모든 국민이 검정리본을 가슴에 달아 호국영령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의 기도를 드려야 할 때다. 문득 ‘모르두개와 유대민족을 멸족시키려다 오히려 자신의 목이 매달린 하만’이 생각난다. 하나님은 간절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실 것이다.
“Because you soldiers rest here, our country stands tall with pride”(그대들 여기에 조국이 있다.)동작동 현충원에 있는 故 채명신 육군중장(전 주월한국군사령관)사병묘비 비문이다.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선택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 <시편 33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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