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도그마에 우는 아버지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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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도그마에 우는 아버지들의 눈물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2 00:02:18

최근 우리사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일자리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즉각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이다. 일자리는 국민생활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풀뿌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토양이다. 우리 경제의 이런 토양이 지금 산성화되면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자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짐짓 당연한 몫이다. 일자리는 새 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핵심이 되는 정부 정책과제로 자리해 왔다. 일자리는 곧 실업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골간이다. 실업률 관리는 전 세계 어느 국가든 경제정책의 아주 중요한 요소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는 미래의 주역들을 키워낸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청년세대들은 지금 삼포, 오포, 칠포 등을 이야기하며 사실상 현실의 삶은 물론 미래의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경향이 일반화 되고 있다. 오죽하면 ‘헬 조선’이란 말까지 횡행한지 오래됐다. 이에 중앙정부는 물론 각급 지자체들까지 나서 청년들의 취업알선과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 목도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고 희망을 갖기 힘든 현실은 사실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좌절과 아픔에 기성세대들은 그 이상으로 참담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 기성세대들이 바로 인생 포기와 헬 조선을 외치는 청년들 누군가의 아버지들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지탄을 받기까지 하는 기성세대들은 격동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지금의 청년들 못지않은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인생을 살아왔지만 삶의 후반기에서조차 아이들의 상황에 빠져 속절없는 생존의 사투를 더 지속해야 할 처지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나이 들어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일터는 더 치열한 생업전선의 최후 보루가 됐다. 수도 없이 쓰러지며 개미지옥이 되는 자영업 대열에 불나방처럼 빠져들다 막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넘실댄다. 은퇴할 생각은커녕 은퇴 위기라는 지옥의 터널을 하루하루 걷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시니어들에 닥친 공포의 시간을 안타깝게 보지 않으려 하고 생의 막바지까지 책임을 저야 하는 무거운 짐을 보다듬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내몰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들의 자리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지친 노구를 이끈 채 생업의 현장을 지킬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지나친 청년 지상주의에 빠진 무대의 뒤편에서 한숨과 회한 그리고 온갖 질병과 사투하는 기성세대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이것이 ‘청년 도그마’에 빠진 대한민국 위기의 그늘진 현주소다. 그 방증의 하나로 나날이 늘어가는 가계부채 또한 이들의 몫이다. 빚의 무게에 시시각각 목을 조여 오는 이들에게 생존의 몸부림은 더 치열하다. 이들은 망할 줄을 알면서도 마지막 남은 노후자금까지 털어넣다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쑤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계가구를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자영업 부채 수백조를 더하면 한계가구는 더욱 늘어난다. 소위 ‘백만가구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3인가족으로 환산해도 300만명이 벼랑끝 위기로 이미 내몰려 있다. 그 위기의 최루보루에 기성세대들이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LTV와 DTI 대출규제를 강화할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막바지에 몰린 가장들에게 사형선고다.

이 같은 시점에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희망을 주는 일에 지나친 보호주의 깃발이 나부끼지 않나를 심각히 숙고해야 한다. 심지어 청년 백수들에게 현금과 상품권을 무상으로 주는 포풀리즘까지 등장하는 현상은 분명 잘못됐다. 열정페이란 말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사용되다보니 청년들이 편하고 안락한 직장만 찾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의 섭리는 통상 생존의 사투에 있을 때 오히려 종족번식이 왕성하다. 6·25 전쟁 직후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든 시절,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해 속된말로 죽지 못해 살던 때 우리도 베이비부머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지금의 저출산 문제가 과연 청년들의 악조건 때문인지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수십조원을 쏟아 붓고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청년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는 점을 엄정히 지적하고 싶다.

우리에게 닥친 청년의 진짜 위기는 앞에서 우는 청년들에게는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반면 뒤에서 우는 그 청년들의 아버지 눈물을 잘 보지 않는데 있다. 캥거루 베이비가 속절없이 증가한 책임조차 아버지들의 몫이지만 최소한 국가는 냉정한 자세로 이런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

열정페이는 본래 긍정의 화두였다. 실제로 배움과 도전에는 위험과 고난이 따르고 그 자체가 청년들의 특권이고 선물이다.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그리고 그 위험한 설계일수록 희망의 길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국가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울면 얼르고 달래는 정치적 이권의 판단에 우리 청년들이 이용당하고 있으니 그것이 더더욱 개탄스럽다.

청년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대안은 역발상으로 기성세대들의 눈물을 꼼꼼히 살피는데서 출발한다. 이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청년, 가계, 가장의 삼각파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의 아주 중요한 출발이다. 청년정신은 위기에 내몰린 많은 아버지들의 눈물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데서 키워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환경이라고 해도 스스로 설계하고 현재를 투자하는 청년정신의 고양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청년해법도 일시 봉합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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