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대 선전포고 두 얼굴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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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상대 선전포고 두 얼굴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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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2 00:01:35

▲ 김신 편집인

지난 2015년 글로벌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으로 전 세계가 들썩인 적 있다. 이른바 ‘폭스바겐그룹 디젤게이트’ 사건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된 법정 공방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그룹이 만든 일부 차량에서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적발해 15개 차종 12만5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고, 일부 임원은 검찰에 고발했다. 폭스바겐 본사는 미국 정부와 17조원에 달하는 보상에 합의 했다.

미국에서 발발한 사건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뿐 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판매된 차량에서도 같은 내용이 하나 둘 포착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각국 정부와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타격은 단순히 재정적인 측면에만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큰 피해는 사건 이후에 찾아왔다.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판매율이 급격이 떨어졌다. 세계 각지에서 폭스바겐 불매운동이 일어난 결과였다. 사건이 발생한지 약 2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폭스바겐그룹은 당시 사건의 여파에서 온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기업에 대한 여론재판의 결과로 분석됐다. 자사 이익에만 눈이 멀어 공공의 이익을 저버린 태도를 향한 대중의 분노가 결국 불매운동을 부추겼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당시 사건 덕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각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해당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의미가 더욱 구체화 됐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이나 소비자들의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기대에 적합하고 사회 공동의 이익 창출에 유익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한 줄로 요약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으로 노력’으로 정리된다.

단순히 의미만 구체화 된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책임을 철저하게 이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명확해졌다.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한 기업의 경우 이미지제고 효과와 제품 신뢰도 상승, 나아가 매출 증대 효과까지 누렸다. 반대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기업은 ‘악덕기업’으로 규정지어져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제품 불매 및 매출하락 등도 뒤따랐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유달리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유통재벌 신세계그룹의 행태는 대중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운영 과정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사례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이 위치한 경기도 의정부시 소상공인들 얘기다.

경기 북부 최대 상권인 의정부 지역은 과거 지하상가, 전통시장, 의류매장이 밀집한 로데오거리 등이 어우러져 활기를 띄었었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이 들어선 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상권은 점차 쇠퇴했다. 자금력을 앞세운 백화점이 대대적인 홍보와 파격할인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들의 발길을 유인한 결과였다.

현재 의정부 지역 소상공인들은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점포 임대료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살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의정부 지역을 떠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지역 소상공인 단체는 백화점 개점 전 약속한 상생협력 방안이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고,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라고 성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사회적 책임을 망각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피해만 놓고 보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공의 이익’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세계그룹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기업들에게서 나타나는 자사 이익만 추구하는 ‘뻔뻔함’까지 엿보인다. 당초 약속된 상생협력 방안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역 상인단체들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동안 사회적 책임을 망각해 여론의 지탄을 받은 기업은 많았다. 폭스바겐, 옥시, 남양유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하나 같이 불매운동, 이미지 추락, 매출하락 등의 악재에 맞닥뜨렸다. 일부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사퇴는 물론 법적 책임론에까지 휩싸였다.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명단에 ‘신세계’라는 단어가 쓰여질 날이 멀지 않다는 게 지금의 국민 여론이다.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신세계가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세계의 최근 행태는 국민은 물론, 후보 시절부터 상생협력을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분명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히려 반기를 들었다는 쪽에 더욱 가깝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