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2017년 6월 중국의 상하이, 선전(深圳) 등 남동지역의 여름은 30도를 훨씬 웃돌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엔 눈에 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시장에서의 대박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풀을 벗겨 들여가서 보면 과거와는 뭔가 다른 것이 감지된다.
중국 현지인들과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경제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토로한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로 중국 경제의 이원화가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현상이기도 하지만 잘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너무 대조적으로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하이브리드(이종교배) 경제’의 모습이 중국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고, 백화점 혹은 고급 쇼핑몰에서는 고객이 없어 파리를 날린다. 업종별로도 잘 나가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의 격차가 극명하다. 공장의 인건비는 올라가는데도 일할 사람은 없고,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어 일반 백성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시중에 찔끔찔끔 돈을 풀던 중국 중앙은행에서 5000억 위안이라는 자금을 일시에 풀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돈이 풀려도 꼭 필요한 적재적소의 실물경제에 몰려야 하는데 과거의 전례로 보면 부동산 등 투기성 자본으로 일시에 돌변하기 때문이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진배가 없다. 공장에는 사람이 없으니 결국 때아닌 자동화 열풍이 분다.
필자는 이미 5년 전에 중국 공장의 자동화 러시를 예측한 적이 있다. 공장의 전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기에는 일시에 소요되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로 시끄럽긴 하지만 중국에 대한 우리 수출이 의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중국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수요와 무관치가 않다.
자동화로도 버틸 수 없는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우리의 1990년대와 마찬가지로 결국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겨갈 것이다. 우리 눈에는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잘 나가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는 착각이고 착시현상이다.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내수경기 회복 지연으로 엄청난 고전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다.
상하이 코리아타운의 저녁에는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몰린다. 하지만 과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혹은 중국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부류들이 많다. 주재원이나 자영업자 공히 양국의 갈등이 조기에 수습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비즈니스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를 서슴지 않고 밝힌다. 물론 그들이 당장 중국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그들에게 영원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는 인식과 중국 이외의 시장을 포함하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이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소수이긴 하지만 이참에 아예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겠다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을 마구잡이로 비난하고 한국인들을 추켜세웠던 중국인들의 잣대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 일본차의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지난 3개월간 한국차의 판매는 1/3 토막으로 추락했다. 중국인들의 이런 표리부동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섭기까지 하다. 어차피 현실이 그렇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우리가 더 냉정해져야 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면 양국 간에도 청량한 불어올까
중국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제조업 강국, 그리고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가 잘 굴러가야 하는데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당장 고꾸라질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적신호들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일로로 치달으면 결국 지속적으로 정체되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기업 혹은 지방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과잉투자로 인한 후유증이 곳곳에서 어두운 그림자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어떤 것이 잘된다고 하면 모두가 달려들어서 결국은 중복 혹은 과잉 투자로 나타나게 되고 그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눈에는 중국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 터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경제의 핵심 파워의 하나인 외환보유고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해외 기업의 M&A는 물론이고 개인의 외화 사용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선진국들의 자국 기술유출에 대한 경계 강화로 중국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으며, 2025년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에도 차질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연말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가 아직도 그 끝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뜨거운 여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양국 간의 앙금이 다소 좋아질 기미는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 상품을 취급하는 중국 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구미 혹은 일본 소비재 상품 수입을 일시적으로 늘리고는 있으나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은 내심 한국 상품을 더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이중성이다. 민족주의, 애국심 등을 내세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열을 올리면서 표면적으로는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다르다. 일본과 한국이 싫지만 ‘Made in China'보다 나은 일본 혹은 한국 상품에 대한 동경심이 여전히 크다. 이번 여름은 무척 뜨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 더위가 지나가기 전에 중국 정부 혹은 중국인들의 대국 혹은 대인다운 모습이 보이기를 희망해 본다. 선선한 가을이 오기 전에 양국인들이 다시 속내를 털어놓고 흉금 없이 지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