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시그널, 文공약 한호흡 눈속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4 00:02:03

▲ 김도현 부장(산업부)

지조와 절개란 꽃말을 갖고 있다는 ‘난(蘭)’은 단순히 화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취임·영전·승진 등에 맞춰 난 선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꽃이다.

지금이야 김영란법이 도입돼 정부부처 및 언론사·학교 등에서 상당히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민간에서는 난 선물이 즐겨 선물되곤 한다.

난을 주고받는 역사 또한 오래됐다. 고려후기에도 난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다 하니 최소 500년은 더 된 셈이다. 근래 난선물이 보편화된 시기는 1990년대라 전해진다. 수입난 등이 등장하면서 비싼 화초의 대명사였던 난이 대중화되면서부터다.

마치 개업식 난을 보는 모습이다. 최근 재계 전반의 풍경을 보면 꼭 축하 난을 선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주요 일간지 광고면을 달궜던 기업들이 저마다 새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국민의 준엄한 심판으로 전임 대통령이 끌려 내려오게 됐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보였던 기업들의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됐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도드라진다. 저마다 말은 아니라지만 “잘 봐달라”, “말 잘 듣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최순실게이트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던 KT 황창규 회장도 문재인정부에 최근 ‘시그널’을 보냈다. 새정부 통신비인하 정책에 발맞춰 그간 갖춰온 와이파이를 통신사에 관계없이 전면 개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오는 8월로 예고된 이른바 ‘공공와이파이’를 두고 KT 측도 통신비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걸기도 했다.

고객이 아닌 정권이 수신자가 정확한 시그널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은 덤덤해 보인다. 가정 내 무선공유기 사용이 보편화되고, 주로 무제한LTE 요금제에 가입하는 최근 추세에 비춰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를 운운하며 “가계통신비 인하”를 운운하는 KT의 행태에 “염치없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KT는 정작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서는 완고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부는 OECE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기본료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를 포함한 통신업계는 반발했다. 급기야 정부는 미래부에 통신비 원가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통신비 원가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꾀 오래된 논란거리 중 하나다. KT 등은 가격 경쟁력이 우려되는 영업기밀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업계 요금은 대게 비슷한 수준이다. 비슷한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채 200원이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헌법은 공공재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모두가 이용하게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전파 또한 공공재다. 헌법에 준한 통신비인하 정책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KT가 와이파이망을 개방하며 통신비 절감 등을 운운하는 것이 마치 국민들을 기만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해는 간다. 통신비 기본료 인하 및 원가공개를 반대하면서도 정부에 “말 잘듣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기 위한 고육직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기서 부터가 잘못됐다. 고객을 위한, 나아가 공공재를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국민을 위한 KT의 시그널을 바라본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