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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집은 한 사람이 시작되는 곳”이라 말했다. 유년기를 지난 청년들에게도 집은 삶의 기반이 돼야 할 곳이다. 결혼을 한 신혼부부가 같이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요소도 ‘같이 살 공간’인 집이다. 그러나 T.S. 엘리엇의 말을 빌려 보자면 지금 이 시대의 청년 대다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이 처한 주거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청년층의 안정적 기반은 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사회적 관점에서 청년의 가치는 미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도시연구소, 유엔 해비타트 민간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행한 ‘박근혜 정부 4년 주거비 상승과 소득정체에 대한 실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RIR)은 23.6%다. 주거비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수치이며 청년의 주거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문재인정부의 청년·신혼부부 주거 정책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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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러 부동산 대책 중 신혼부부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약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부지와 부지 인근 아파트에 붙어있는 기숙사 건립 반대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최근 청년층의 주거 빈곤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주택 시세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전세 시세마저 청정부지로 뛰어오른 결과다. 특히 결혼을 하려고 해도 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신혼부부나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혼부부와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세대별 주거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공약은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매년 4만호씩 공급,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30만실 공급, 대학 인근 지역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공약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재원 마련, 주민 반발 등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에 현실성이 낮은 공약임에도 표를 의식해 내놓은 포퓰리즘 성향의 주거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혼집 마련 부담 가중…신랑측 부모 의존도 점차 증가
15일 정부 및 청년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2030세대의 주거 빈곤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그동안 각종 해결책이 제시되고 정책도 쏟아졌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청년들은 여전히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일 발표한 ‘2015년도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신혼집 마련 비용은 부담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자가 구입비는 1995년 이전에는 7364만원인 반면, 2010~2015년에는 1억5645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세보증금의 경우 1995년 이전에는 평균 2339만원, 2010~2015년에는 9950만원 등으로 4배 가량 올랐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자가 구입비·전세 보증금·월세 보증금 모두 최근에 높게 나타났다”며 “주로 주택 구입비와 전세비용이 빠르게 증가한 추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혼집 마련을 위한 비용을 ‘시댁(신랑 측 부모)’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15~49세)을 대상으로 ‘신혼집 마련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를 조사해 본 결과,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시댁’이라고 답한 이들이 늘었다. 지난 1994년 25.2%에 불과했으나 2010~2015년에는 13% 오른 38.2%에 달했다. 스스로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신혼부부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됐다.
▲ [자료 :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 ⓒ스카이데일리
올해 말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김병민(31·남) 씨는 “주변에서 결혼을 많이 하는데 전세금 때문에 다들 고민이다”며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들은 모아둔 돈이 별로 없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전셋집을 얻어 거주하고 있는 장지원(30·여) 씨는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힘든 일이 여러 번 생기는데 그 중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힘들더라”며 “그나마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인데 우리는 그런 경우도 아니라 고민이 컸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주거 문제 해소 공약, 재원마련·주민반발 등 회의적 견해 대다수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혼부부 주택지원 관련 공약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4만호씩 공급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30만실 공급과 대학 인근 지역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대 등의 청년 주거대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공약 실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과거 정부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청년층 주택 지원 대책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행복주택 건립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국민주택기금(현·주택도시기금)만으로 공급했다.
공약 가운데 신혼부부 주택 공급은 재원 확보도 문제지만 특정 집단을 한 지역에 모아 놓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혼부부가 사는 공공임대주택 지역에 대해 ‘돈 없는 신혼부부가 사는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공임대주택 건립 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 역시 걸림돌로 꼽혔다. 앞서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 정책은 지자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초 20만 가구로 계획됐던 공급량을 맞추지 못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임대주택 30만실 공급, 대학 인근 지역 기숙사 수용인원 5만명 확대 등 청년 주거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숙사 확충은 인근 원룸 임대업자뿐 아니라 주민들도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현실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밀집 지역 전경 ⓒ스카이데일리
청년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만드는 공약 역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그간 수도권 지역 기술사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도하는 ‘연합기숙사’ 형태로 추진됐다. 그러나 대학가 원룸 임대업자들은 경제적 타격을, 지역주민은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기숙사 건립에 반발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일례로 100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준비한 고려대는 수년째 지역주민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인근 지역 주민들 역시 2400실 규모의 한양대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월 24만원 수준의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동소문동 행복기숙사도 초등학생과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몇몇 지역에서 주민 반발을 극복하고 기숙사 건립에 성공할 순 있겠지만 수용 규모 5만명 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취지 좋지만 실행은 글쎄…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정책 수혜자인 청년들과 신혼부부 역시 공약 현실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던졌다. 이들 역시 전문가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은 재원 마련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대학생 기숙사 확대도 주민들의 반대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결혼한 허은주(32·여) 씨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몇 년 전 민주당에서 발표한 적이 있어 기억한다”면서도 “취지는 좋지만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4만호 씩(5년간 20만호)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재원 마련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고 있는 박혜정(29·여) 씨는 “임대주택이 혐오시설 취급받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신혼부부 임대주택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다”며 “예산도 문제겠지만 주민들의 반대도 뚫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인 5년 안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동용(41·남) 씨는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취지는 안정적이 생활과 출산 이유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하지만 공공주택만 덜렁 만들어 놓고 주변에 보육시설 인프라가 없다면 돈 들여서 공공주택을 지어놔도 입주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얼마 전까지 대학생 기숙사 확충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동소문송 행복기숙사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기숙사 설립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업지 인근 H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박기태(45·남·가명) 씨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생들의 애정행각이나 음주·흡연을 목격할 것 같아 교육상 좋지 못할 것 같다”며 “기숙사 대신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학습장이나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인 정희진(38·여·가명) 씨는 “가장 두려운 것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다”며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혈기 왕성한 대학들의 집단 거주시설이 지어진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우발적인 범죄의 위험성이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들 역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김명원(24·남) 씨는 “대학생 기숙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설령 예산을 마련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건립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이지수(22·여) 씨도 “내가 다니는 학교는 기숙사가 없어 근처 원룸 시세가 비싸기 때문에 이런 기숙사가 생긴다면 입소하고 싶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원룸 임대업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반대해서 학교 졸업 전 기숙사에 살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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