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점포 축소, 소외층 배려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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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연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7 00:52:16

▲ 하보연 기자(금융부)

은행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엄연히 말하자면, 은행은 그대로겠지만 우리가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은행 점포가 줄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수는 3483개다. 4대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3927개, 지난해 말 3758개 등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올해에도 영업점 수는 줄어들 확률이 높다.

이처럼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 웹사이트와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만으로 예·적금 가입, 계좌이체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시중은행들이 계속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인터넷,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몫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은행을 운영하기 위해 고객이 찾지 않는 점포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은행권은 점포에 설치한 자동화기기(CD/ATM)까지 줄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 설치 대수는 총 2만5928대로 전년 동기(2만7513대) 대비 1585대(5.8%)나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고령층 등 금융소외층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층의 경우 이전보다 금융거래를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령층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은 각각 14.0%, 4.3%에 불과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대(79.8%)와 30대(88.1%)는 10명 중 8명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했다.

금융기술 발전이 소비자들의 편의성은 높였지만 사실상 계층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예전과 달리 비대면 거래가 확연히 늘어난 데다 고객이 찾지 않아 텅 빈 점포를 그대로 둘 순 없다고 말이다. 자동화기기 역시 비용 대비 수수료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이 보다 중요하게 맞춰야 할 초점은 ‘점포수’가 아니라 점포수를 줄임으로써 소외받을 수 있는 취약층에 대한 ‘배려’다. 은행은 여타 기업과 달리 국민경제 성장과 발전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공공성’ 및 공익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무작정 없애기보단, 상대적으로 금융거래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금융소외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 구조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각 은행이 자사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소외층도 이용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하보연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