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운 위협 ‘YOLO 돈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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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19 00:01:26

▲ 김신 편집인

근래 들어 자주 쓰이는 신조어 중 1위를 꼽자면 단연 ‘욜로(YOLO)’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 뿐이다’는 뜻을 지닌 ‘You only live Once’라는 영어 문장에서 각 단어의 알파벳 첫 글자만 뽑아서 만든 단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게 여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만 소비하는 생활습관과도 일맥상통한다.

욜로를 추구하는 이들을 일컬어 ‘욜로족’이라 부른다. 이들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등에 매달리기 보다는 지금 당장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부분에 더욱 충실한 편이다. 취미생활, 자기계발, 소비 등이 대표적이다. 월급을 탈탈 털어 해외여행을 떠나고 값 비싼 명품 구매 또한 서슴지 않는다. 연애나 결혼 대신 취미생활에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욜로족에게 타인, 미래 등은 그저 남 얘기 일 뿐이다. 오로지 나 그리고 현재만 존재한다.

‘욜로’는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 결혼, 주택마련 등 인생의 필수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젊은 세대들 중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등장한 ‘욜로’는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의 핑계거리이자 나 혼자만 포기한 게 아니라는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욜로’의 선풍적 인기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과도한 부채, 태만, 한탕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히 부작용을 넘어 국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래의 주역이 바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고, 그들의 미래가 곧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포기했다는 의미는 결국 국가의 미래 또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운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우리사회 곳곳에서 ‘욜로’를 부추기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요 타겟인 각종 TV프로그램, 제품, 서비스 등에서 빈번하게 포착됐다. 젊은 세대들이 주로 쓰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욜로 욕구’를 부추기는 이른 바 ‘욜로 마케팅’을 시도 중이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의 경우 올해 초 탄산수 제품 ‘씨그램’의 TV광고 주요 컨셉을 ‘욜로라이프’로 잡았다. 광고는 교통정체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 광고 속 주인공이 씨그램을 마시는 순간 오토바이로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라이더로 변신해하는 등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내용으로 도시인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코카콜라 역시 광고 컨셉에 대해 “‘현재를 즐겨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욜로(YOLO) 라이프 시대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 마음껏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이번 광고를 통해 마지막까지 톡 쏘는 맛으로 일상에 활력과 상쾌함을 전하는 씨그램의 매력을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체인 보해양조도 마찬가지다. 아예 대놓고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트렌드’를 내세운 새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욜로의 의미를 반영한 패키지 리뉴얼을 필두로 ‘욜로족(YOLO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여행의 경우 ‘욜로 문화’의 상징격으로 평가된다. 복잡한 일상을 떠나는 여행이야 말로 ‘지금’, ‘나’ 등 욜로족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장 부합되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업체들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욜로족의 여행 패턴을 겨냥, 다양한 해외여행 상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욜로족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를 선별해 자유여행 상품을 대거 내놨다. 젊은 세대들의 ‘욜로 욕구’를 자극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업의 존속 목적 자체가 ‘이윤 추구’라는 점에서 마케팅 활동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의 내용이 여론 전반의 생각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시정돼야 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의익, 나아가 존폐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라면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중단시켜야 한다. 관련법이 없다면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여론재판을 통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의 욜로 마케팅이 그렇다. 일부 젊은 세대 외에 대다수 국민들이 욜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조차 ‘미래를 포기한 행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다름없다’며 욜로를 비판하고 있다 욜로 마케팅에 대해 화제성 외에는 오히려 잃을 게 더 많은 ‘달콤한 독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운을 위협하는 사회적 병폐 현상을 부추겨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