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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헌식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일대’(一帶=One Belt)와 ‘일로’(一路=One Road)의 합성어인 ‘일대일로’ 사업은 육상과 해상을 잇는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줄인 말인 일대(一帶) 사업은 중국에서 도로와 철도를 이용해 육상으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프로젝트고, ‘현대판 해상 실크로드’를 줄인 말인 일로(一路) 사업은 회원국의 항만을 이어 해로로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즉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경제특구를 구축하고, 중국 최고 전성기인 ‘대상성세’(大唐盛世)를 재현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또 중국의 영향권을 넓혀 G2의 2인자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시진핑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앙아시아를 중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미지=필자제공]
시진핑은 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를 줄여 모든 인민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의료·교육 등의 균등한 공공서비스의 보급과 국가를 보위하는 강한 군대의 육성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공산당 창당 이래 그야말로 백년의 꿈이었던 온포(温饱)사회, 소강(小康)사회, 대동(大同)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시진핑이 본격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온포사회란 2000년 이전의 계획으로 인민들이 따뜻하게 자고, 배부르게 먹게 만들겠다는 의식주 해결 계획이다. 소강사회는 2020년을 목표로 하는 경제발전, 민주정치, 문화 창달, 좋은 환경과 윤택한 생활, 국력 신장 등 경제·정치·문화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대동사회는 천국과 같은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말로 서양의 유토피아나 파라다이스와 같은 개념이다.
시진핑이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최종 목적은 중국 영토를 확충하기 위해서라고 하겠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중국의 경제특구로 편입시켜 중국 경제의 영향하에 두면서, 국가보위 명목으로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는 단순한 경제권역의 확충이 아니라 그 지역을 실제 중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대당성세’를 구호로 삼고 이를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당나라가 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선조인 동돌궐과 서돌궐을 차례로 정벌했으며 우리 민족의 선조인 고구려와 백제를 항복시키는 등, 주변국들을 멸망시켜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으며 국가의 위세가 가장 드높았기에 이 시기를 중국 최고의 전성기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 중국이 임의대로 그린 당나라 강역도 [이미지=필자제공]
이런 중국인들의 역사인식은 잠수함의 등급 분류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 해군은 Kilo급과 초기 031형(Golf급)과 033형(Romeo급)을 제외한 나머지는 중국 고대왕조의 국호로 잠수함의 등급을 구별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고대 왕조에 대한 평가 순서에 따라 정했다는 의미다.
재래식 잠수함의 035급은 명(明)급, 039급(2000톤)은 송(宋)급, 041급은 원(元)급이고, 핵잠수함의 091급(5000톤)은 한(漢)급, 092급(7000톤)은 하(夏)급, 093급은 상(商)급, 094급은 진(晋)급, 095급(2만톤)·096급은 당(唐)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최상급이 당급이라는 것은 당나라를 중국 역사상 최고의 나라로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당성세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가 아니라 중국 특유의 과장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진핑은 알고 있을까? 중국의 역사가 얼마나 미천했으면 고구려와 돌궐의 동네북이었던 하찮은 당나라 역사를 최고로 친단 말인가!
역사에 대해 문외한인 시진핑은 중국의 현재 역사 중 5%가 진짜고 나머지는 허구라는 사실을 모르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고,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며 ‘대당성세’를 주창한 것이다. 그는 역사를 새로 공부해야만 한다.
▲ 중국은 핵탄두를 쏠 수 있는 최신형 핵잠수함인 096급을 당급으로 분류했다 [이미지=필자제공]
대당성세, 역사적 사실일까?
당나라 하면 누가 뭐래도 2대 태종 이세민을 최고의 황제로 꼽는다. 이름 세민(世民)은 제세안민(濟世安民)을 줄인 말로,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는 뜻이다. 당 태종은 진시황, 한무제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황제로 꼽힐 뿐만 아니라 ‘정관(貞觀)의 치’를 이룩해 그야말로 청나라 강희제와 더불어 최고의 명군으로 칭송받는 인물이다. 지금부터 당 태종 이세민이 그런 인물인지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수 양제 양광이 고구려 원정에서 3차례나 처참하게 패하자 수나라는 내란이 일어나 결국 망하게 된다. 태원을 지키던 이연(李淵)이 돌궐의 도움으로 수나라 도성 장안을 점령하니 양광은 도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지에서 머물다가 정변을 일으킨 자신의 친위군들에게 목이 졸려 죽는다. 이로써 수나라는 3대 37년 만에 망하고 618년 당나라가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는 양제를 시해한 우문화급, 하남의 이밀과 왕세충, 하북의 두건덕 등 군웅이 할거하고 있었다. 반란세력 중 우문화급과 이밀이 제거됨으로써 왕세충과 두건덕으로 압축됐다가, 이세민이 이들을 제압하고 잔존세력을 소탕함으로써 중국은 당나라 천하가 되었다.
이후 이세민의 권세는 점점 커져갔고 인기 또한 하늘을 찔렀다. 이를 불안하게 여긴 태자인 형 이건성과 동생 이원길은 이세민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이세민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정변을 일으킨다. 626년 7월 2일, 이세민이 부황을 알현해 형제들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아뢰자 당 고조 이연은 지체 없이 그들을 대전으로 들라는 어명을 내렸다.
태자와 이원길이 소수의 허가된 병력만을 데리고 현무문으로 들어오자 매복하고 있던 이세민의 군사들이 화살을 쏴 태자의 수하들을 죽인다. 이세민이 나타나자 원길이 화살을 세 발이나 쏘았으나 맞히지 못했고, 이세민은 형 건성을 한 번의 화살로 쓰러뜨렸다.
이렇듯 되치기 정변이 성공한 이유는 태자의 수하였던 현무문의 수문장이 이세민에게 매수돼 태자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당나라판 왕자의 난인 '현무문의 변(玄武門之變)’이다.
▲ 중국 최고의 명군 당태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정관장가’ [이미지=필자제공]
이세민은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친형제도 죽일 수 있다는 냉혹함과 10명의 조카를 죽여 복수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잔혹함까지 보여준다. 이세민은 대전으로 들어가 당 고조 이연에게 형과 아우가 반란을 일으켜 ‘선조치 후보고’ 한 것이며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부황의 잘못이라 협박했다.
이에 당 고조 이연은 놀라 이세민에게 모든 병권을 내주고 별궁에 유폐된 상태에서 3일 뒤 강압에 못 이겨 이세민을 태자에 책봉하고, 2개월 뒤에는 양위를 해야만 했다.
이세민은 626년 당의 두 번째 황제로 등극해 이듬해 연호를 정관(貞觀)이라 하니, 이가 바로 당 태종이다. 당 고조 이연은 635년에 죽을 때까지 거의 유폐된 상태로 지냈으나, 태자 이건성에게 당 태종을 죽이라고 충고했던 위징은 오히려 재상으로 중용됐고 나중엔 승상의 직위까지 오르게 된다. 이 점이 바로 역사가들이 당 태종을 특별하게 평가하는 이유인 것이다.
<2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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