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가득한 보험사, 금리인상 시 건전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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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0.5% 높아지면 RBC 29.7%p 하락 추정…IFRS17까지 겹쳐 보험사 ‘골머리’

하보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2 12:44:06

▲ [사진=뉴시스]

금리 상승 시 보험사의 RBC비율이 대폭 하락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나선 보험사들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금안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금리가 0.5%(50bp, 1bp=0.01%) 증가하면 전체 보험사의 평균 지급여력비율(RBC)은 29.7%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보험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금리 하락기에 채권평가이익을 높이기 위해 매도가능증권 보유를 확대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6월 기준금리를 1.00~1.25%로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1.00~1.25%)와 한국 기준금리(1.25%)가 같아지면서 국내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 2013년부터 저금리 상황 속에서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채권평가이익을 얻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보유채권 중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매도가능채권 비중은 지난 2013년 말 186조원(68.6%)에서 지난해 말 235조원(72.1%)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채권평가이익이 발생하므로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채권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채권은 현재 가격인 ‘시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 여의도 금융가 ⓒ스카이데일리

금안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0.5%p 상승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평가손실에 따라 RBC비율은 지난해 말 240.6%에서 210.9%로 20.7%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금리가 1.0%p 상승하면 RBC비율은 59.1%p 하락해 181.5%로, 1.5%p 오르면 88.2%p 떨어져 152.4%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보유한 채권평가손실이 확대돼 자본 확충 부담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험사는 이미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 확충에 주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부채가 늘어나므로 자기자본을 확충해 자산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이 145.4%까지 떨어져 후순위채 150억원, 신종자본증권 35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 지난달 동부화재와 현대해상 역시 RBC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각각 4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말 동부화재의 RBC비율은 173.2%로, 현대해상은 158.3%까지 하락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며 “하지만 시중금리가 인상되면 채권평가이익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현재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채권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보험사들은 이미 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 확충에 주력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가 인상되면 보험사들의 RBC비율 하락 위험도가 더 높아져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하보연 기자 beh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