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개발 아닌 환경 품은 개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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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3 09:58:02

▲ 정유진 기자(부동산부)

영국 남서부 도시 웨일스의 수도는 카디프로 석탄을 실어 나르는 항구 도시였다. 노예들이 많았고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많아 범죄의 온상으로 불렸다.

이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도시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시작한 사업이 ‘카디프 베이 워터프론트(부둣가) 프로젝트’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카디프의 갯벌을 막아 ‘바다호수’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극심했다. 갯벌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정부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함께 참고하며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5년만에 둑을 완성했고 그렇게 ‘카디프 베이 워터프론트’가 만들어졌다.

환골탈태한 항구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공원 녹지가 조성됐다. 주변에는 웨일스 밀레니엄 센터, 웨일스 국회의사당, 카디프 베이 오페라 하우스 등이 새롭게 지어졌다. 동시에 옛 건축물 중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도 함께 어우러지도록 해 현재는 영국의 아름다운 명소 중 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의 낙조가 아름다운 포구 ‘북성포구’다. 북성포구는 규모가 작은 데다 산업화 당시 공장으로 둘러싸이게 되면서 ‘인천 주민들도 모르는 포구’로 불린다.

그런 북성포구가 ‘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를 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갯벌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고 수십년간 포구 환경은 열악했다. 이에 7년 전년부터 주민들은 인천시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고 갯벌 매립을 통해 도시재생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긴 시간 끝에 지난해 받아들여져 추진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알게 된 여러 문학가과 사진사, 건축가, 환경 시민 단체는 ‘북성포구 살리기 시민모임’을 결성해 지난해 11월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천의 유일한 ‘갯벌 포구’가 사라진다는 점, 서민 삶의 애환을 담은 곳으로 문학적 가치가 크게 손실된다는 점, 시가 굳이 필요 없는 갯벌 매립을 통해 ‘투기’를 하려고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찾은 북성포구는 투기를 할만한 곳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소외당한 포구의 모습이었다. 문학가들은 칼럼을 통해 공장 한가운데 놓인 자연의 아름다운 ‘한 방’으로 북성포구를 표현했지만 갯벌에는 흙은 쌓일 대로 쌓여 오염돼 보였고 악취도 코를 찔렀다.

개발은 필요해 보였다. 물론 ‘환경 개선’과 ‘자연의 정취’도 놓쳐선 안 되는 아름다워질 수 있는 포구였다. 카디프 베이 워터프론트의 역사는 인천 북성포구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분명 다르고 각각이 가진 매력도 다르다. 하지만 외국 선진국의 워터프론트 개선 사업을 볼 때 어떤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워터프론트에 관심을 가졌는지 인천시도 분명히 해서 개발을 진행하면 좋겠다.

오로지 개발에 매진하고 반대자들의 말을 부인하기 보다 반대 시민모임이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지 고려해 도시 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카디프 베이 워터프론트처럼 환경 품은 개발로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만이 인천시청 항만과 주무관은 “사업 자체가 개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도시계획으로 들어가면 녹지도 40% 이상 포함돼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도시계획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약속했다. 낙조가 아름다운 포구 북성포구의 ‘환경을 품은 개발’이 기대된다.

정유진 jungyujin71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