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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적극적인 ‘재벌개혁’을 주창하자 기업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갑질 논란 등 좋지 않은 이슈에 이름을 올렸다간 자칫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의 타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맹점주에게 행한 갑질 논란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미스터피자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몇 년 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3대 유통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아웃렛·백화점 출점으로 인해 지역 소상공인과의 마찰이 자주 빚어지기도 했다. 대전시 역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이 아예 상생 논란이 일기도 전에 사업에서 손을 떼며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 지연의 배경과 여파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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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당초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롯데그룹을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가 사업 무산 위기의 이유로 주관사로 참여한 롯데건설의 소극적인 사업태도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최초 적극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던 롯데그룹이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롯데건설 ⓒ스카이데일리
최근 유통재벌 롯데그룹이 무책임한 경영 행태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시민들의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이하·유성환승센터) 건립 사업이 롯데그룹의 태도 변화로 인해 무산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환승센터 건립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구암동 일원 10만2080㎡(약 3만879평)부지 위에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3700억원 달한다.
그동안 대전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진행돼 온 사업은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사업 시행사인 대전도시공사가 롯데그룹의 사업추진 의지가 전혀 없어 장기 표류할 우려가 있다며 협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인근 소상공인들과의 마찰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업에 열의를 보였었다는 점에서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700억 규모 사업권 따낸 롯데그룹의 태도 돌변…애꿎은 시민만 피해자 전락
대전시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대전시민들은 유성구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의 낙후된 시설과 비좁은 진입로에 대해 오랜 기간 불편을 호소해 왔다. 결국 대전시는 지난 2010년부터 시외버스터미널 개발계획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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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계발계획에 대한 호응은 상당했다. 적극적으로 사업 참가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상당수였다. 인구 151만명에 달하는 대전시는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재벌들이 꾸준히 눈독을 들여온 지역이었다. 세종시·공주시 및 도안신도시까지 연결되는 교통편이 생기게 되면 더 다양한 지역시민들이 모여드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요인도 관심을 부추겼다.
롯데그룹 역시 사업 참가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0년 롯데그룹 건설계열사인 롯데건설은 계룡건설, KB증권(구·현대증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청서를 냈다. 이들 컨소시엄은 지난 2014년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막상 사업권을 따내자 롯데그룹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처음 신청서를 낼 때와는 다른 보습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8차례에 거쳐 협약이행촉구 공문(설계도서 제출·추진일정 제시·실시계획 위한 관련서류 제출)을 보냈다. 2차례의 대책회의도 가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롯데그룹 측은 원론적이고 소극적인 사업추진 의사만 밝혔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측은 구체적인 사업진행 일정 및 계획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행정절차 적기이행을 위해 꼭 필요한 환승체계관련 설계도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급기야 대전도시공사 측은 롯데그룹에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롯데그룹 측의 귀책사유로 인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귀책사유는 사업 추진 의지가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 그동안 유성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해 온 대전시민들은 낙후된 시설과 협소한 공간 등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버스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안전사고 위험도 상당했다고 시민들은 주장했다. 사진은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대기하는 승객들 ⓒ스카이데일리
협약 해지 사실 발표에 대전시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롯데컨소시엄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업 초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돌연 입장을 바꾼 롯데그룹 측의 무책임한 태도가 결국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유혜정(53) 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자칫 부딪히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며 “복합환승센터가 당장 안 될 것 같으면 옆 건물을 부셔서 공간을 넓히든지 제발 대책 좀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둘러본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공간이 협소하고 승·하차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버스가 진입하면 기다리던 고객들이 피해야 하는 다소 위험한 광경이 지속적으로 연출됐다. 주말에는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대전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유성시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던 60대 여성들은 한 목소리로 “롯데가 시민을 우롱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들 중 여성은 “어디 나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대전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점차 높아지자 대전시 측은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하루빨리 다른 사업자를 구해 복합관광센터 조성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생협력 논란 사전 차단…“재벌개혁 눈치보다 대전시민 외면하나”
▲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다가 돌연 입장을 변경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대규모 상업시설 건립은 주변 영세 상인과의 상생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유성시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만 해도 사업추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롯데그룹이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대기업 ‘갑(甲)질’ 논란의 불씨가 될 중소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사업 포기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게 일부 대전시민들의 주장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천·군산 등에 아웃렛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아웃렛, 대형마트 등 대규모 상업시설 건립은 주변 영세 상인과의 상생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최순실게이트에 얽히게 되며 총수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등 곤혹을 치른 점 역시 ‘갑(甲)질’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국민 사과 및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도 지역 소상공인과의 합의 없이 대형 쇼핑몰 건립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도 있다”며 “특히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협약을 맺기 위해선 발전기금 등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롯데그룹이 대전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수익성만을 위해 사업을 포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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