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분열 비극의 전조 ‘시급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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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6 00:01:51

▲ 김신 편집인

문재인정부 출범 후 노동계의 움직임이 유독 분주하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계의 오랜 숙원과도 같았던 사안들의 현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노동계는 이번 기회에 아예 이들 현안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물 들어올 때 노 젖는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다. 국익에 도움 되는 ‘일자리 창출’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제법 무게감 있는 반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 혹은 특정 이익 단체에 의해 떠밀리듯 진행하기에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시급 인상의 경우 단순히 부작용에 그치지 않고 경제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파급력 있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및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현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우선 지극히 단순한 경제 이론만 접목해 보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은 결국 노동자들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최저임금 인상→사업자부담증가→고용축소 및 물가상승→서민경제부담증가’라는 이른바 ‘최저임금 인상의 수렁’이 그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단순히 경제 악화 부작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사회분열’이다. 경제적인 문제의 경우 일정 시간을 투입해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사회분열은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나 혹은 영영 회복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1만원은 인상이 우리 사회에 없어져야 할 장벽들을 오히려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중·장년층과 청년층, 부자와 서민 등 그동안 우리국민 모두가 나서서 없애려 했던 장벽들이 최근 들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벌써부터 사회 곳곳에서 사회분열의 전초전으로 보여 질만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단계적 추진 방안이 나온 지 불과 2달도 채 되기 전에 ‘최저시급 1만원 조기 인상’을 외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아카데미 앞에서 주최한 ‘2017 차별철폐 서울대행진’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즉각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도 집단교섭 합의 결렬을 이유로 파업선포를 하는 자리에서 최저시급 1만원 조기 시행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최저임금 1만 원과 노조할 권리는 미룰 수 없는 문제다”며 “최저임금 1만 원을 위해 대학 노동자는 총파업뿐 아니라 대학에서 집회를 벌여나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정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 아니 정책이 거론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사회 곳곳에서는 부작용을 외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로 차곡차곡 단계조차 건너뛰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상당수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을 리 만무하다. 사회분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오로지 국가의 이익과 미래만을 놓고 볼 때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가는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은 우리 사회분열을 자초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배경에도 사회분열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조기 시행을 요구하는 이들이 바로 이 점을 새김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