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피자신화 ‘악어의눈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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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8 00:02:53

▲ 김도현 부장(산업부)

대한민국 ‘갑질’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굳이 풀이하자면 ‘갑(甲)’에 행동을 의미하는 접미사 ‘질’을 붙여 탄생한 신조어 갑질은 지위·권력 등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는 일을 일컫는다.

‘남양유업 밀어내기’와 ‘포스코 상무의 기내라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등의 이슈를 거치며 등장한 이 단어. 최근 수 년 동안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등장한 이 단어의 생명력은 여전하다.

최근 창업시장에서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는 ‘착한 프랜차이즈’다. 유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가맹점주에 횡포를 부린다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반적인 가맹본부의 고객은 가맹점주다. 가맹점주들 역시 창업 시 안정적인 운영시스템을 이양 받고 식자재공급을 원활히 받기 위해 프랜차이즈업체를 선택한다. 둘 사이는 파트너다.

다만 브랜드파워가 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비싼 가맹비와 엄격한 운영조건 등을 준수해야 함에도 브랜드파워에 의지하려는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브랜드파워를 무기로 또 계약서를 무기로 가맹본부들이 횡포를 부리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논란이 된 미스터피자다.

미스터피자를 일군 정우현 회장은 26일 고개를 숙인 채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 일본에서 재일동포 3세가 운영하던 소규모 피자 전문점 상표를 도입해 국내에서 성공시킨 우리나라 피자신화는 그렇게 물러났다. 피자도우를 반죽하는 모습을 테이블에서 마주할 수 있게 했으며 20·30대 젊은 여성들을 타깃삼아 공략한 사업의 귀재. 그의 말로는 눈물이었다.

경영에서만 손을 뗀 채 여전히 미스터피자 운영사 MP그룹의 대주주인 그가 흘린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었을까. 궁금했다. 그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 들었을 감정이 과연 앞서 그로인해 더 많은 눈물을 흘렸을 가맹점주들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을까.

유통과정에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추가해 ‘치즈통행세’를 거두고 갈등을 빚은 전 가맹점주 업체 인근에 피자집을 출점했다. 또한 통신사·신용카드 할인금액을 가맹점주에 전가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미스터피자 탈퇴 가맹점주들이 만든 피자연합협동조합 이사장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피자연합 측은 미스터피자 측으로부터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으로 형사고소를 당해 고인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정 회장이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을 것이라 여기고 싶진 않다. 진솔함 여부를 떠나 그가 흘렸을 눈물이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숱한 가맹점주들에 갑질을 일삼고 있는 이 시대의 정우현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