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도입 앞둔 DSR, 자율규제 시 실효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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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사 자체 비율 산정 방향…은행권 “떠넘기기 정책” 비판

이기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28 14:54:29

▲ 금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조기 도입이 예상되는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에 대한 실효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계획한 방향대로 DSR을 도입할 경우 은행과 소비자의 혼란이 증폭될 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효과도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전 금융권에 DSR을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일반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더한 금액이 소득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신청한 대출의 원리금에 다른 대출의 ‘이자’만을 합산해 산출하는 DTI(소득상환비율)보다 강화된 지표다. 때문에 DSR이 도입되면 가계대출이 억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도입방식으로 DSR도입이 무의미해 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DSR 규제비율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침이 그 것이다. 150%, 200%, 300%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정해 대출한도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성격의 모범규준만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머지 세부 운용방향은 각 은행에 맡기는 방식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여신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DSR의 구체적인 활용방법이나 비율 수준 등은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권은 오히려 자율규제에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은행 자율에 따라 DSR기준이 달라지면 대출 한도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일일이 은행별로 확인을 해야 한다.

또한 전세금, 마이너스 통장 등 세부항목 적용 여부에서도 은행별로 차이가 발생해 대출 영업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은행 간 경쟁이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여신심사능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DSR규제비율을 은행에게 맡기는 것은 은행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DSR규제를 은행 자율에 맡길 경우 그 도입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DSR을 조기 도입한 국민은행의 대출 현황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을 도입한 4월 17일부터 6월 12일까지 국민은행은 총 5만2902건의 가계 신용대출을 신청받아 3만7898건을 승인했다. 승인률은 71.6%다. 이는 지난해 동기 72.3%에서 불과 0.7%p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6만2153건의 가계 신용대출 중 4만4964건을 승인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올해 3만7001건 신청 받아 96.1%에 해당하는 3만5555건을 승인했다. 지난해 96.7%(3만2125건 중 3만1054건)와 유사한 수치다.

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적용한 DSR비율은 신용대출 250∼300％, 부동산 담보대출 300∼400％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준을 자체적으로 너무 느슨하게 정해 대출 억제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현재 금융위는 DSR을 2019년 도입하려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당기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영 기준은 사실상 은행 자율로 정하라고 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는 금융위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욱 기자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