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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식 선임부장 겸 정치사회부장
문재인정부 들어 노동계의 움직임을 의아하게 보는 인사들이 제법 있다. 진보로 분류되는 진영이 집권했음에도 진보세력이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며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물론 대규모 집회 등을 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각에서는 진보적 관점을 강조하는 새 정부에서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묻기도 한다. 이는 누구에게든 ‘실익’이 중요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단순한 진보 열풍을 뛰어넘어 그 이면에 있는 무수한 계파 논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의미다.
정치 프레임은 사회현상을 읽는 관문이다. 각자가 바라보는 정치·사회적 사고의 틀이자 생각의 시작인 셈이다. 어떤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 팩트에 대한 인식조차 달라지는 고차원적 시각화를 의미한다.
새 정부의 진영논리를 짚어보기 앞서 대중적으로 말하는 진보진영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국내 성향을 크게 분류하면 현실정치 실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무현)·친문계열과 김대중(DJ) 전 대통령 라인인 현 국민의당 중심 계열이 있다.
또 정치적 세력은 크지 않지만 사회운동 등을 통해 정치세력으로 성장한 구 통합진보당 중심 NL 계열과 정의당 중심 PD 계열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구 통합진보당 중심의 NL 계열은 현실정치에서 사실상 도태된 상태다.
하지만 이는 큰 틀에서 바라본 관점일 뿐이다. 현실정치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각자가 담은 프레임이 일시에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조직의 경우 그 신념이 더욱 공고하다. 족보에 기반을 둔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진보 내 강경파는 여전히 존재한다.
역으로 문재인 지지 세력은 운동권 마인드보다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주력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재인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친노·친문 세력의 독자노선이 힘들다는 우려는 여기서 출발한다.
친노·친문을 중심에 두는 프레임을 상정하면 한쪽에 보수진영과 DJ계열이 있다. 다른 한쪽은 NL·PD 진영이 존재하는 형태다. 이처럼 ‘낀 상태’에서 새 정부의 정치적 포지션은 좌우로 흔들릴 공산이 여실하고, 현실에 투영되고 있다. 문제는 새 정부의 스탠스 정립이다.
뭉뚱그려 표현하면 정치지형 상 상대적으로 우인 집단의 질타와 좌인 집단의 요구를 모두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을 막 시작한 문 정부는 청문회 등에서 야권의 공세에 시달리고 사회적으로는 노동세력 등과 협상을 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결국은 첩첩산중이다. 대통령선거라는 큰 산을 넘어 모양을 갖췄지만 앞에는 정치와 민심이라는 더 큰 산들이 자리하고 있다. 새 정부 성향에 따라 보면 경제와 고용 등에 대한 진보적 밸런스를 갖춘 개혁 드라이브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계 등 다른 시각을 가진 세력의 입김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갓 출항한 문재인호(號)의 조타가 갈지(之) 자로 흔들릴 수 있다. 대중의 정치 성향 역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세력화로 가면 결국 정권을 상대로 하는 투쟁으로 반복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진영을 떠나 노동운동이 다시 전개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새 정부는 균형을 잡고 조율의 끈은 바짝 조여야 한다. 사드 배치 등 국내·외적 갈등이 예견되는 사안에서도 진보 진영 특유의 전통적 친중(親中) 노선에서 벗어날 각오를 해야 한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 역시 단순한 정치적 호기심에서 벗어나 무엇이 논점인지 파악하고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 각자가 바라보는 프레임이 있겠지만, 표면적 현상만을 좇다 보면 제대로 된 평가는 공염불일 뿐이다.
새 정부는 단순히 참여정부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단꿈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다. 정치적 흔들림이 있다면 노선을 떠나 현실에 반영할 대안을 내놓고, 이를 실행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계파를 넘어 문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시대정신이 현실에 접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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