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절실한 남성 대상 성(性) 범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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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07 00:02:01

▲ 조문식 선임부장 겸 정치사회부장

‘성폭력’이라고 하면 남성보다는 여성 피해자를 떠올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性) 범죄 피해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도 성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큰 틀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의 ‘2012~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남성 성폭력 피해자는 △2011년 816건 △2012년 831건 △2013년 1060건 △2014년 1375건 △2015년 1448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6 직장인 근무환경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 여성 가해자 직급은 △간부·임원(37.7%) △직속 상사(26.3%) △선임 직원(13.2%) △원청 직원(12.3%) △고객(5.9%) △후임 직원(2.7%) △같은 직급 근로자(1.8%) 등의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의 여성 상사가 부하인 남성 직원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남성 성희롱 피해 경험 발생 장소는 ‘직장 내’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50.3%) 것으로 집계됐다.

또 회식장소(29.2%)나 야유회·워크숍(3.8%), 출장·외부 미팅(1.1%)에서도 성희롱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성에 대한 도덕적·사회적 관념상 남성 대상 성범죄는 숨기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 정도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여성에 의한 남성 성범죄에 국한할 문제는 아니다. 남성 간 성추행도 여전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군대나 교도소처럼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학교나 사우나 등 우리 생활환경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기업이나 병원, 학교 등에서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통계 등은 부실하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 제정된 연방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각 대학에 동성, 이성 간 성폭력 등 범죄 통계를 매년 정부에 제출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등에 대한 성범죄 대응 역시 챙겨야 한다. 법에 따라 남성으로 지내는 경우 각종 성폭력에 대해 여성 피해자와 다른 대우를 받는 것도 분명하다. 최근 성폭력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등 법적 조치가 마련됐지만 완전하진 않다.

이처럼 성범죄의 대상이 된 사람은 남성·여성 또는 성소수자라는 측면을 넘어 성적 수치심과 좌절감 등을 동반하고, 정신적 고통까지 느낄 수 있다. 그 사례도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다. 사례로 남성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것은 예사다.

입맞춤이나 포옹, 백허그(뒤에서 껴안는 행위) 등 신체적 성희롱 사례도 접할 수 있다. 아울러 상사로부터 성관계를 요구받는 남성도 있다. 미국 등의 경우는 이미 성희롱을 당한 남성 직장인들의 소송 등이 외부로 나온다는 점 등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

한국의 경우 성희롱을 당했거나 당하고 있는 남성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사회적으로 내놓고 발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남자가 못났다’ 등의 뒷말이 나오기 십상이라는 점 등도 고민해야 하니 말이다.

문제는 한국적 정서에 다분히 녹아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현대까지 이어진다는 부분이다. 성범죄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해법을 들을 수 있는 통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상담소 등 이용이 남성에 비해 보편화됐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여성에 의한 남성 성범죄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성 피해자로 고소를 하면 고소를 당한 남성은 증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해자로서 누명을 쓰는 억울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이처럼 성 문제를 놓고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을 둔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성들도 성 보호를 받아야 하며, 남성 성범죄 피해자도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는 사회 전체를 불안전하게 만드는 것임을 명심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책 마련에 공을 들일 시점이다.

조문식 ch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