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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20세기에는 수많은 혁명들이 출현했지만 그 중 핵심적인 것 하나가 바로 성(性)혁명이었다. TV 등 매스미디어가 발전하고 대중문화가 번성하면서 성 자체를 소비의 대상으로 부각하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이미 19세기부터 포르그라피형 소설들이 시민사회에서 유통됐으니 20세기의 성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학문에 있어서 성혁명은 거칠고 가파르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시작은 19세기 말 독일의 정신의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로부터였다. 그는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들이 직접 의식적으로 토로하는 문제들과 그들의 무의식적 반응들이 달랐음을 직감했다. 20세기 성혁명은 무의식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됐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대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20세기를 넘어오며 수많은 심리학자들, 철학자들 등에 의해 계승된다.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가 프랑스의 자크 라카이였다. 미국에서도 아동심리학 등 수많은 연구 갈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정신분석학은 대체로 인간의 무의식이 갖는 위험성을 문명이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느냐 하는 관심으로 귀결됐다.
여기에 반기를 들면서 대중의 강렬한 호응을 얻은 철학자가 독일계 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였다. 그의 강조점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 삶의 충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에로스’의 개념과 죽음 충동, 즉 ‘타나토스’의 개념 간 대결로 수렴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자아가 무의식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무의식은 기본적으로 더 많은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행위이고 성행위를 통해서 개별 개인들은 인류라는 종을 확대재생산하게 된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이를 ‘쾌락원칙’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자신의 쾌락을 극대화하거나 지속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한편, 이 쾌락원칙의 반대형에 놓인 것이 바로 현실원칙이라는 것이다. 성적 욕망을 억제하고 문명의 논리로 규율을 부과하는 것이 바로 현실원칙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쾌락원칙에 의해 지배되지만 동시에 그 쾌락의 추구가 인류의 확장과 진화를 위해 일정한 현실원칙의 억제를 수반함을 지적한다.
에로스에 대한 억압과 인간의 해방
미국의 심리학 계통은 후자, 즉 현실원칙에 강조점을 두면서 발전한다. 특히 아동심리학이 크게 발전했는데 아동의 규율을 통해 사회가 욕망에 대한 억제를 가능케 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 화두였다. 반면 마르쿠제의 입장은 달랐다.
마르쿠제에게 있어서 쾌락원칙은 곧 에로스의 확장이었다. 에로스, 즉 사랑은 더 많은 욕망들의 결합을 통해 나타나며 이는 문명의 규율과 대척한다. 그가 보기에 미국의 주류 심리학은 이 에로스의 문제를 단순한 생물학주의의 맥락에서 접근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에로스는 눈앞의 생물학적 본능을 넘어 개인과 개인을 더 큰 역량의 공동체로 묶는 미학적 힘이기도 하다.
20세기 억압적 문명과 68혁명
마크루제의 이 책이 대중들에게 크게 회자된 것은 유렵의 68혁명기였다. 책이 출간된 1950년대와 1968년까지 서구사회는 넘쳐나는 대중문화의 소비와 권위적인 국가시스템 간의 부조화를 안고 있었다. 대중문화의 소비는 개인들의 자의식을 확장시켰지만 국가와 정당 등의 권위적 체계들은 이를 받아안을만큼의 해방감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마르쿠제의 가설의 핵심은 문명의 발전을 이끈 ‘계몽’이 많은 경우 인간의 욕망을 억압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시대 독일 철학자들, 특히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관점과 공유하는 관점이기도 했다. 문명의 진화라는 것은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는듯 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인간의 가능성을 억제하고 삶을 후퇴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르쿠제의 에로스론은 오늘날 정신분석학에서 다소 지나간 이야기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당대의 사회상을 고려하면서 충분히 음미해 볼 가치들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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