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늘리려면 ‘견제장치’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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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늘리려면 ‘견제장치’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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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21 00:02:02

한 민원인의 제보를 소개한다. 그는 업무 진행을 방해하는 규제로 담당 공무원들을 찾아갔지만 약속 등을 이유로 번번이 면담이 거절당하자 고교 동문인 공무원을 찾아갔다. 그는 “공무원은 세금으로 먹고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너네가 세금을 얼마나 낸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였다. 참으로 당돌한 답변으로 기억한다.

현직 공무원인 한 대학 후배의 하소연도 전한다. 그 부서 소속 구성원 중 업무를 하지 않는 인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후배는 “출근을 안 한다. 그냥 업무를 미뤄두고 당일 아침에 ‘오늘 쉰다’고 전화 남기는 수준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낮아 정년 기다리는 모양인데, 연차가 있어서 그냥 두고 넘어가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과거 직급이 낮은 공무원은 그저 일자리를 갖는 하나의 길로 인식되기도 했다. 자리를 지키며 정년을 채우면 연금이 나오는 혜택 정도가 좋았다. 공무원 윤리헌장을 적확히 지키지 못하고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이상에 소개한 일부 사례들만 봐도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윤리헌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 △국민에 대한 정직과 봉사 △직무에 대한 창의와 책임 △직장에서의 경애와 신의 △생활에서의 청렴과 질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일반인과 비교해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가 이처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공무원 수를 향후 5년간 17만4000명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1만2000명으로 시작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바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의 일환인 셈이다. 청년 실업난을 공무원 채용으로 풀고, 대민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실제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국가적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일부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자리를 잡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었다. 결국 개인을 위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 재정 악화는 물론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공무원의 업무적 측면은 어떤가.

항상 강조하지만 군인이나 소방 등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력은 확충과 관리는 물론 제대로 된 처우 유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행정직 등은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워 민원인이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업무시간에 방문했지만 사무실 문이 2회나 닫혀있는 것을 목도했으니 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무원의 공(公)자가 명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공무원은 공복이라 불리기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public servant’아닌가. 이를 마음에 두고 공무원을 준비한 사람은 몇이나 되리라 보는가. 적어도 공무원이라는 ‘직’에 오른 이후에는 사욕을 줄이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이는 이상에 가깝다.

앞서 제보에서도 소개했지만, 공무원이 받는 봉급(俸給)은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현 정부에서 늘리고자 하는 공무원 수에 따른 향후 비용 추계 등도 고민거리다. 최근 한국납세자연맹이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1인당 연간 유지비용이 1억799만원이었다는 점은 각자의 마음에 새겨야겠다.

각 공무원들은 스스로 ‘평균을 내니 직급이 낮은 공무원이 많이 받는 것처럼 나온다’고 푸념할 일이 아니다. 본인이 원해서 입장한 자리가 아니라면 그 자리를 이탈하면 된다. 그럴 위인 역시 많지 않겠지만. 여기다 새로 17만4000명을 새로 뽑을 경우 평균 재직기간 28년을 기준으로 총 553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도 나왔다.

기존의 공무원들은 평생 편안한 직장이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공적 자금을 다룰 윤리의식이 부족하면 국가의 곳간은 바닥을 보인다. 아울러 정권 초반 포퓰리즘 성격이 다분한 현 ‘공무원 증원’은 ‘공시족 양산’이라는 리스크 또한 안고 있다는 점도 팩트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일방적인 공무원 증원이 아니라 현재 업무태만 등을 일삼는 공직자에 대한 선별작업에 착수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앙·지방의 인력 수요에 따른 선택지를 먼저 작성하길 주문한다. 당장 ‘직업 공무원’을 늘려야겠다면 국민의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견제장치’부터 강화하자.

조문식 ch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