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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어려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혼하기도 어렵고 심각한 저출산, 급격한 고령화, 또 노인 문제, 일자리 부족 특히 청년 일자리 부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최저임금의 문제,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와 나날이 양산되는 좀비기업 등등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바깥을 보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보호주의의 대두, FTA 재협상, 핵과 미사일을 들고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는 북한 등등 어렵기는 그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말이지 이번 문재인정부는 실로 어려운 시국에서 국정의 책임을 맡았다.
그런데 왜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지경이 됐는가 하고 누가 나 호호당에게 묻는다면 참 난감하다. 그저 우리 국운이 그런 때가 돼서 어렵다는 말이 고작이다.
이에 그간 우리가 밟아온 과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의가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의 얘기를 해본다.
천지가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다. 말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가마솥과 같다. 장마로 인해 그득히 물이 채워졌고 밑에선 한창 불을 지펴대고 있다. 천지가 이제 그야말로 찜통이 돼 한소끔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천지가 찜통이 되는 것은 이번 달 초의 소서(小暑)부터 다음 달 20일 경의 처서(處暑)에 이르는 한 달 보름 동안이다. 그 절정 즉 가장 뜨겁고 습하게 끓어오르는 때는 오는 23일인 대서(大暑)부터 다음달 7일인 입추(立秋)에 이르는 보름간이다.
대서에서 입추 사이에 천지의 엔진이 최고조로 가동된다는 말이다.
천지가 찜통이 되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또 곡식을 만들어내기 위함만도 아니다. 곡식을 비롯해 한 해 안에 생산돼야 할 모든 유형과 무형의 것들을 위해 저처럼 피치를 올리는 것이다.
한 해 안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스란히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하는 기간 안에서도 되풀이된다.
앞에서 대서에서 8월 7일의 입추까지를 정점으로 천지의 성장엔진이 최고로 가동된다는 말을 했다. 이를 우리 국운의 60년 흐름에 견주면 그때는 1992년부터 1994년까지의 기간 중이었다.
국운의 소서였던 1989년부터 처서였던 1997년 상반기까지의 7년 반 사이에 우리 경제 규모는 거의 두 배로 성장했었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의 기간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가장 뜨거웠던 때다. 다시 말해서 나라 전체가 한소끔 끓어올랐던 기간이었다는 뜻이다.
기준이 되는 때로부터 18년이 지나면 흐름의 전환이 발생하고 이에 20년이 지나면 흐름이 바뀌었음을 누구나 감지하게 된다. 이에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앞에서 정점의 앞부분을 1992년으로 잡았다. 그러니 그로부터 18년이 경과한 2010년과 2012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면 된다.
놀랍게도 2010년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무려 6.2%를 기록했다. 정말 깜짝 성장이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000년대 중반부터는 5% 대가 최대치였기 때문이다.
왜 2010년에 들어 그처럼 높은 성장률이 나왔던 것일까? 그 이유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후 2년 동안 우리나라 성장률 수치는 곤두박질을 쳤다. 그러다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양적완화로 인해 2010년이 되자 글로벌 경제가 이제 다시 살아난다는 희망이 확산됐고 이에 대기하고 있던 투자수요가 일제히 집중됐기 때문이다.
2010년의 높은 성장률은 따라서 금융위기라고 하는 일종의 외부 교란으로 인한 효과였던 셈이다.
2010년 당시 우리나라만 높은 성장률이 나온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전체가 대부분 그랬었다. 그런데 나 호호당은 2010년의 높은 성장률이 결국은 역효과를 나타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성장률을 만들어내는 것은 투자와 소비다. 그중에서 특히 투자가 문제였다. 투자란 언제나 미래 수요를 감안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다. 2010년이 되자 기업들은 그간의 경제 쇼크에서 벗어난다는 판단하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제 글로벌 경제의 원상회복에 대한 기대는 철저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글로벌 경제는 더더욱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특히 유럽의 그리스를 필두로 몇몇 국가들이 과다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높은 실업률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이처럼 2010년 무렵 장차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 즉 승부를 걸고 투자를 과감하게 단행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이런 기업들이 그 이후 모두 곤경에 처하고 말았다.
그 대표적인 기업은 파산한 한진해운이다. 그 무렵 한진해운은 배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용선계약을 대폭 늘렸고 또 부산 신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를 늦추지 않았던 것이 패인이었다. 승부수가 완전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그 무렵 조선업에서 탈피해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공격적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큰 무리가 돼 결국 2015년 대형 분식회계 사건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조선사들 또한 미래를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잠시 고삐를 늦춘 것이 지금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합해서 말하면 2010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제 끝날 것으로 예측한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에 의한 과감한 선제 투자가 GDP 성장률을 무려 6.2%까지 끌어올리는 서프라이즈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결과 도산 위기는 물론이고 좀비기업들만 잔뜩 양산됐다. 그 후유증은 참담하기만 하다.
지금도 간혹 신문 칼럼에 보면 어려운 때일수록 공격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 기업 총수의 과감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국이란 등등의 주장과 만나게 된다. 그저 실소만 나온다. 언제나 훈수는 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2년, 우리나라의 성장 엔진이 가장 뜨겁게 달궈지고 가동됐던 1992년으로부터 20년이 경과하자 마침내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됐다. 성장의 정체가 모두에게 확인됐다.
그런 시점에 들어선 박근혜정부는 곧이어 당장 가용한 수단이라곤 결국 가계대출을 늘려 아파트 경기를 유지하는 것을 떠나 달리 방법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파국이 닥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경제성장률에서 아파트 건설과 부동산 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진 상태에서도 성장률은 고작 2%대에 머물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게다가 현 상황은 초저금리 상황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쓴 셈이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더불어 미국은 연준의 자산 축소와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국민들 또한 높은 지지율로 성원을 보내고 있는 오늘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벌써 장기간에 걸쳐 누적돼 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 지하수를 파고 배수로를 확장해서 물길을 끄는 대책 등을 쓴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책은 역시 하늘에서 충분한 비가 내리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 역시 그렇다고 본다.
올해 상반기 대단한 가뭄이었다. 그간 정부는 저수지도 많이 만드는 등 나름 대책을 많이 준비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장마로 인해 고마운 비가 넉넉하게 내리지 않았더라면 가뭄이 해갈될 순 없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가뭄이 지속된 이래 나는 늘 우리나라 댐과 보들의 저수 사정을 수시로 살펴본다. 특히 소양강댐과 충주댐을 살핀다.
소양강댐의 이번달 초 저수율은 백분율로 37.1이었는데 이제 57.5로 넉넉해졌다. 충주댐도 28.4에서 61.5로 급등했다. 댐 저수율의 경우 30% 미만이 되면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저수율이 늘어났으니 모두 고마운 장마 덕분이다. 여전히 울산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생 중이란 소식도 들려오지만 말이다.
이처럼 댐과 물 사정 얘기를 한 것은 우리나라의 사정 또한 장기적인 견지 즉 60년 순환에서 볼 것 같으면 여전히 긴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장 엔진이 1992년부터 1994년까지의 기간에 최고조에 달했기에 그로부터 30년이 경과한 2022년이나 2024년이 돼야 바닥을 칠 것이라 본다. 나 호호당으로선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험하구나 싶은 걱정과 우려의 심정에서 오늘의 글을 썼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http://www.hoho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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