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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 수레바퀴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한 쪽은 소득불균형 해소인 분배의 정의라는 바퀴이고 또 다른 쪽은 소득불평등 심화의 요인으로 꼽혀 온 재벌개혁이라는 바퀴다. 양 수레바퀴는 같이 돌아야만 전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긴밀히 보완적인 바퀴 축(굴대)으로 연결돼 있다. 재벌개혁 카드를 통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J노믹스 운전지침’ 축에 따라 이들 바퀴가 돌아간다. 엔진은 분배와 재벌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두 사람의 진보적 심장이 전면에 나섰다. 투톱체제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그들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부자증세 카드를 전면적으로 꺼내 들었다. 소득균형과 복지확대를 축으로 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징검다리 자금줄로 역대 가장 많은 대통령 공약재원 178조 마련을 위한 개혁적 신호탄이다. 부자증세의 큰 틀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으로 국한돼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간 중산층·서민층·중소기업에게는 세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이 같은 J노믹스의 설계는 청와대 장하성 실장이, 그 밑그림의 실행은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이 각각 분담한 모습이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이들 두 사람의 건강한 심장을 통한 혁신 에너지의 기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실질적 세 부담자들인 부자와 대기업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수 없는 만큼 청와대는 신중한 행보를 보여 왔다. 결국 김상조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상생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고 예리한 칼날을 번뜩이며 행동에 나섰다. 이어 청와대 장하성 실장의 밑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 핀셋증세 캐치프레즈를 내걸고 행동하는 총대를 멨다.
분배의 정의는 국가의 영속하는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다리라는 점에서 이의를 달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납세의 정의 자체가 흔들린다면 국가라는 메가기둥 자체가 뿌리째 흔들린다. 두 사람의 개혁 수레바퀴가 유념해야 할 대목은 우리나라 소득세수의 약 80% 가량을 상위 20% 구간이 부담하고 있다는 부분과 소득은 있어도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근로소득자가 무려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4조원의 증세효과에 불과한 초고소득층·초대기업 핀셋증세는 그런 점에서 차라리 밑밥으로 보여진다. 178조라는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신성한 약속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증세는 국민 전반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는 전망이다. 실제로 700만명이나 되는 근로소득자가 세금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반드시 세금이 있다’는 납세의무의 헌법적 가치(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에 대한 배임적 성격을 갖는다. 이는 동시에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공평한 국민개세주의라는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납세와 병역이라는 두 가지 국민적 의무는 오늘날 많은 현대 국가를 지탱하는 핵심 양대 기둥이다. 따라서 납세의무는 병역의무처럼 이유 불문하고 개세주의라는 공평성을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역의 의무가 빈부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납세의 의무도 그와 같은 논리가 조세정의로 인정되는 이유다. 따라서 빈부를 축으로 놓고 조세정의를 흔든다면 필연적으로 국가의 세금이 약탈적 성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가장 무서운 위험성이다. 다시 말해 세금의 정의를 사회공동체라는 도덕적 잣대로 지나치게 강제 적용하면 세금의 원천이자 부가가치를 낳는 자유시장주의라는 국가의 기본 틀을 깰 우려가 있다.
분배라는 테제(정립)가 정의를 갖는다는 가치의 전제는 역설적으로 시장이라는 안티테제(반정립)가 정의감을 비춰주는 형식으로 정립된다. 무한경쟁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불평등·불균형을 초래하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재정이라는 도구를 가질 수 없음은 물론 분배의 정의라는 존재 자체를 논할 근거가 없어진다. 즉, 시장이 없는 분배의 정의는 존재(정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변증의 기본 논리가 정립에 반정립이 일어나는 개념이기 보다 거꾸로 반정립의 존재가 정립의 존재를 결정 지우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분배의 정의를 극도로 실현한다고 해도 시장주의는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시장주의의 첨병에 있는 주역인 기업의 대·중·소는 시장의 기본 축인 경쟁이라는 정의감에 의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할 불균형이다. 이처럼 분배와 시장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의 분배 수레바퀴는 한 쪽으로 쏠려 있다.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보면 분배와 시장의 두 수레바퀴가 같이 굴러갈 때 영속하는 국가번영이 약속된다. 지금은 한 쪽 바퀴에만 두 재벌저격수라는 쌍발엔진을 단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 경우 국가·국민 모두는 수없이 제자리에서 맴맴 도는 수레 위에 탄 낙오자로 떨어지고 만다.
숱한 역사의 질곡을 보면 정치적으로 권력싸움은 필연이었다. 하지만 권력투쟁은 위정자뿐만이 아니고 모든 인류 개개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심성이다. 특히 물질만능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또는 시장주의의 틀 안에서 경제적 이권을 향한 모든 개개인들의 경제권력투쟁은 아이러니컬하게 우리 국가와 사회의 기둥이 됐다. 이런 투쟁은 반드시 빈부를 낳기에 극한의 부와 가난의 양상 또한 필연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빈부 간극을 줄이기 위한 기저가치는 테제의 정립(분배)만이 전부가 아니라 테제를 드러나게 하는 안티테제의 반정립(빈부)을 현실로 적극 수렴하는 합(合)의 진테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시장가치가 높음과 동시에 분배의 정의도 고양되는 ‘합의 정의’를 실현하면 진테제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내면에 똬리를 튼 안티테제가 다시 일어나 반정립 하게 되면서 진테제가 테제의 모습으로 새 출발(정립)을 시작한다. 이는 지구가 자전의 원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 우리 인류가 끝없는 나선형 운동에 지배를 받는 자연 또는 세계의 법칙과 유사한 원리다. 다시 말해 설사 합의 분배정의를 이룬다고 해도 정의의 완결성은 없는 것이 되기에 분배는 시장에 의해 존재하는 진화의 변증법적 과정이 핵심가치라는 것을 곱씹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점에서 존재하기가 불가능한 완벽한 분배의 정의를 내건다면 그것을 외치는 권력의 속내에 권력욕이 꿈틀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보여주려 한다면 실제로 권력을 위한 가면의 정의로 떨어진다. 권력의 속성 속에는 무한히 나아가려 하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깃들어 있다. 만약 지나친 정의감으로 권력의 속성에 빠져들면 ‘권력에로의 자유’가 방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고, 그 반정립으로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새로운 반기류를 만들게 된다. 세금 문제는 이런 권력의 문제를 정초(定草)하는 절정의 이슈이기에 조세제도를 건드리고자 할 경우 권력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기수양이 먼저다.
우리가 낙원을 꿈꾼다면 지옥의 부메랑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낙원의 이상 속에 웅크린 절정의 산고를 보지 않는다면 낙원도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 사회는 지금 낙원만을 보고 가는 듯한 군중심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권력이 이런 파도를 타면 국민적 인기라는 화려한 옷을 입지만 모두가 달려간 그 낙원의 희망 끝에 천 길 낭떠러지만이 존재하는 피해는 실로 끔찍하다.
J노믹스 분배의 정의가 진정 실천되기를 희망하고 그것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당부하고 싶다. 큰 부자, 큰 기업을 부도덕한 것으로 죄악시 하며 징세를 강화하는 것은 잘못됐다. 마녀사냥 식으로 단죄를 하는 압박이나 징세의 형식을 지양하고 그들이 존경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이면을 꺼내 들어야 한다. 비록 그런 방식이 정치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고된 과정이지만 꼭 함께 가야 한다. 이는 지난한 국부창출의 다리를 덧대는 과정이다. 수많은 변천사를 겪으며 생존의 위력을 보인 물질만능의 현대 자본주의 금력은 특정 부자층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심장에 크든 작든 거주하고 있는 강력한 권력욕이다. 절대다수의 권력을 특정 권력의 힘으로 일사분란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서 선악의 정의를 가른다면 유아독존의 환상에 빠진다는 얘기다. 그것이 중산층과 서민들의 환상을 키우는 독배를 권하는 권력으로 커지면 권력이 꿈꾸는 낙원은 결국 살기 가득한 지옥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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