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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거나 제2의 직장을 갖기 위한 자기 계발 열풍이 불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샐러던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샐러던트(Saladent)’란 직장인을 뜻하는 영어단어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영어단어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다. 공부하는 직장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지난 3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602명을 대상으로 ‘평소 자기 계발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유로는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67.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현재 직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38.3)’,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32%)’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학원가에서는 직장인 학원생 유치 노력이 한창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샐러던트를 위한 10분 외국어 공부 프로그램 등을 내놓는가 하면, 목표 학습량을 달성하면 수강료의 10%를 환급해주는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획일적인 외국어 혹은 자격증 공부 외에 이색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샐러던트에게 새로운 직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산업 아카데미부터 티소믈리에까지…이색 자격증 취득에 몰리는 샐러던트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진행하는 ‘축구산업 아카데미’는 축구 및 스포츠 관련 산업 종사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3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프로스포츠 단체 중 최초로 설립한 스포츠 산업 관련 교육과정이다. 현재 7기까지 운영되면서 총 262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상태다.
축구산업 아카데미는 취업 준비생 및 스포츠 산업으로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을 선발해 한국 축구산업의 현황, 선진국 스포츠 산업 등을 교육한다. 명사들이 직접 강연을 펼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양준선 한국프로축구연맹 교육지원팀 과장은 “한 기수에 30명에서 40명 정도 선발하고 있다”며 “한 기수에서 평균 3분의1 정도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한 기수의 교육이 끝나면 약 6명 정도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 직군에 진출한다”고 덧붙였다.
양 과장은 “실무 위주의 교육에 매력 때문에 스포츠 산업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인기가 높은 것 같다”며 “스포츠 산업에 대한 이해 및 실무 역량 증진, 그리고 산업 성장에 기반을 놓는 것이 축구산업 아카데미의 핵심이다”고 전했다.
축구산업 아카데미 7기를 수료한 황준철(남·29) 씨는 “여의도에 위치한 리서치 회사를 다니며 축구산업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며 “같은 기수 동기들 중 디자인, 리서치 분야 등 (다양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 당시 이직을 위해 아카데미 교육을 듣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축구산업 아카데미 수료 이후 경기도에 연고를 둔 한 축구단에 입사했다”며 “이직을 위해 공부하는 샐러던트들에게 축구산업 아카데미와 같은 교육 과정은 매우 중요한 기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차(Tea·茶)’와 관련된 교육, 비즈니스 등에 관한 연구 및 교육, 출판, 창업 지원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티 전문 교육기관이다. 티소믈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Tea)를 시음하고 특징과 배경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홍정연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팀장은 “주말반의 경우 대부분 직장인 수강생이다”며 “최근에는 식품 계열 기업에 직원들이 회사의 지원을 받고 티소믈리에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종류를 알기 위해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인의 경우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섹컨잡(Second job, 2번째 직업) 혹은 이직을 위해 취득한다”며 “티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면서 티소믈리 역시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티소믈리에 2급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혜니(여·28) 씨는 “작은 회사를 다니다 얼마 전에 퇴사를 했고 지금은 티소믈리에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고 싶었고 티소믈리에를 알게 된 이후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한 후 강사 혹은 티 전문점을 차리는 것이 목표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자체가 큰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하 사단법인 ‘한국숲해설가협회’는 일반 대중들에게 숲 생태 정보 등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숲해설가는 산림문화 및 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림청장이 인증한 숲해설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전문가를 일컫는다. 자연 생태계의 정보 전달, 자연철학 공유 등이 주된 업무다.
한국숲해설가협회 교육담당자는 “한 반의 정원은 40여명이고 이 중 약 15명 정도는 직장인이다”며 “퇴직을 앞둔 분들이 제법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평소에 산에 관심이 있고 산을 즐기시는 분들이 세컨잡으로 활용하기 위해 교육을 듣는 경우가 많다”며 “산림청 기준으로 하루에 약 5만6000원 정도의 일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제2의 시작 위한 자기 계발…외국어·자격증 등 천편일률적인 공부만이 정답은 아니다
샐러던트들은 이직 혹은 세컨잡을 위한 공부가 외국어, 자격증 공부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다양한 가치와 분야가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구산업 아카데미 수료 이후 한 축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황준철 씨는 “어려서부터 축구와 스포츠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첫 직장을 리서치 회사로 다녔다”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직을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고 좋은 조건으로 이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전문가는 “획일적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 남들과는 다른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다른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이직 혹은 평생직장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더 넓어진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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