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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 한 줄로 알라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브리서 13 : 5>
여당이 ‘증세’ 관련 속도전에 나섰다. 청와대를 앞질러 먼저 발제하고 추진하는 동력이 심상찮다. 청와대와 정부를 끌고 가는 ‘예인 선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정책’보다 ‘정치’이슈로 여론(지지율)전과 속도전을 병행해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증세대상이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이 아니라 전체 기업의 0.019%(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 국민의 0.08%(과세표준 5억원 이상 초고소득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과 소득 5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스스로 명예를 지키는 ‘명예과세’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항간에 ‘세금폭탄’ 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며 “이것은 증세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설령 증세를 하더라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에는 증세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주장은 문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소득층,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방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김태년 더불어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인상되는 법인세와 초고소득자 소득세는 각각 ‘사랑과세’와 ‘존경과세’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초고소득자들이 세금을 좀 더 많이 내면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앞당겨진 세제 개편안…조세저항 우려되는 ‘부자증세’
이 같은 증세추진은 내년 지방선거(6월 13일)이후 본격적인 증세 논의를 하겠다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계획과 구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렇게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서두르는 증세 이유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이때가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년 7월쯤 만들어질 세제 개편안에나 반영될 방안들이 전략상 올 여름으로 당겨진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의 증세부담을 덜어주려고 여당과 정부가 총대를 메는 것으로 아주 잘 짜여 진 각본이다. 누구든 세금 내는 것을 꺼리고 싫어한다. 오죽 싫으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로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런데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물리며 ‘명예과세’, ‘사랑과세’, ‘존경과세’라는 이름을 붙어준다고 해서 그들이 수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분명 아니다. 과거 어느 정권도 함부로 증세를 입에 담지 못했다. 자칫 하면 단 한 번에 정권이 날라 갈 수도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증세의 무서움을 잘 알 것이다.
그는 대선 내내 증세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한 이유도 그래서일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상 분배의 다른 이름인 ‘소득 주도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재원 조달에 대해서는 에둘러 피해가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올해는 세율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튀어나온 ‘부자증세’는 참으로 뜻밖이다.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부자 증세’라는 말이 나왔을까. 복잡할 것이 없다. 해답은 뻔하다.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첫째, 지지율이 높을 때 정면 돌파. 둘째,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 국한된 증세이니 일반 서민들의 반발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세 번째, 편 가르기 효과에 따른 지지층 재결집 등이다. 거기에다 임기 5년 동안은 서민증세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꼼꼼히 생각해봐도 계산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부자 증세로는 고작 연 4조원정도 세수를 늘리는 데 불과하다고 한다. 178조원의 공약 재원 마련은 물론 ‘중(中)부담-중(中)복지로 가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세수다. 게다가 자칫 심각한 조세 저항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종부세 때부터 익히 경험한 바 크다. 명예니 존경이니 하는 이름 붙여본 들 그림의 떡으로 헛일이다. 원치도 않는 세금, 형평에 어긋난(특정인·기업)세금을 내면서 그런 달콤한 말에 누군들 넘어가겠는가.
또한 부자의 세금만 명예롭고 존경받아야 하는 건지 서민의 한 사람으로 자존심 상하고 의문시 된다. 비록 금액은 적어도 평등하게 내는 중산층의 세금이 더 명예로울 수도 있다. 비록 집권 한 지 세 달밖에 안 됐지만 이제까지의 행태로 보면 신뢰가 가지 않고 불안하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증세’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재원조달…현실성 검증 필요
핀셋증세라고 해서 제한적 증세로 재원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 상 많은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 4조원의 증세는 한 마디로 ‘새 발의 피 증세’에 불과하다. 이유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0대 과제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출 조정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하고, 재원조달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다시 한 번 면밀히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나 청와대와는 달리 증세 대상이 된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는 ‘세금 폭탄’을 맞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에 가중 될 부담 등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표를 의식한 무대책 포퓰리즘 정책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런 추세라면, 혹시 ‘국민 증세’로 가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부자 먼저 세금을 물리면, 중산층 설득이 쉬워진다. 국민 증세야 말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과연 어느 수준의 복지를 지향하고 납세자가 어느 정도의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지를 국민에게 정직하게 묻고, 설득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함에도 부자 증세부터 불쑥 꺼낸다면 ‘돈 많이 번 게 죄냐’라는 원망의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효율을 덜 희생시키면서 분배를 고르게 강화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옳다.
세금은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다. 공정한 국민 증세가 그 중 하나인 것이다. ‘말의 성찬’으로 포장하기엔 세금이라는 이슈는 너무 무겁다. 다음 주 쯤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바라기는 이번 개편 안에는 ‘국민 증세’에 대한 내용도 언급 됐으면 한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국민에게 약속했던 ‘5대악’도 지키지 않고 변변한 사과도 없었다. 옛말에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제 살 제가 뜯어먹듯 지금은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대통령 임기가 끝난 5년 후, 빚잔치로 무지막지한 청구서가 날아들까 우려된다.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세금 폭탄을 맞을 수 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는 국민들이 환상에서 깨어나 세상을 바로 봤으면 한다.
“의인의 적은 소유가 악인의 풍부함보다 낫도다”<시편 37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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