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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집요하게 개발해 온 미사일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공언, 글로벌 절대 군사강국을 향한 무모한 도발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도 화성-14형이 ICBM급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33살의 나이로 현대판 왕조정 같은 전체주의 북한을 이끌고 있는 김정은이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는 사실상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을 사정권에 넣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제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었다. 대륙간탄도로켓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나아가 미국을 상대로 ‘미국놈들’ ‘구린내 나는 상통(얼굴)’ ‘핵방망이의 얼빠진 장난’ 등이라고 거친 욕을 해대며 자신들의 핵무기 무력으로 “톡톡히 미국의 버릇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참다못한 미국은 그동안 만지작 해온 군사옵션 카드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며 꺼내들 채비를 본격화 하고 있다. 한반도에 우려했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화성-14형은 북한이 핵 공격의 위협국이 된 충격적인 사건이다. 특히 핵클럽(안보리 상임이사국) 강대국들의 좌장격인 미국의 국민들에게 직접적 핵 위협을 주고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심장을 정조준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또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가공할 핵전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셀프 핵 지위’라는 옷을 입었다고 봐야 한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을 높여 놨다. 미국의 선제공격론 또는 김정은 제거작전 같은 군사옵션 카드를 트럼프가 꺼내 들 명분을 분명하게 쥐어줬다는 얘기다. 미국의 최우선 명분은 자국 국민 보호다. 이는 미국이 군사행동을 한다고 해도 주변국에서 반대할 명분을 크게 약화시켰다. 또한 전 세계를 북한의 핵 위협에서 막아야 한다는 명분 역시 북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동맹국들의 결속을 끌어내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다.
여기에 6·25 정전협정에 맞춰 야간에 기습적으로 쏘아올린 북한의 의도 또한 심상치 않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60년 넘게 전쟁이 진행 중인 곳이다. 휴전 기간이 길 뿐 남·북한은 지금도 155마일 휴전선에서 1년 365일 단 1초도 멈추지 않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전협정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임시 안전보장장치라는 것이다. 어느 일방이 이를 깬다면 전쟁이 그만큼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막 같은 평화보호막이다. 올해로 64년째를 맞은 정전협정이 깨질 위협이 북한의 핵 위협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한반도의 전쟁위협에 미국이 조금 더 인내를 해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는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처럼 장기화 할 가능성에 있다. 이 경우 한반도는 상상할 수 없는 수백만명의 인명피해와 경제적으로도 재기가 불가능한 전쟁의 참화에 빠지게 된다. 일단의 군사학자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우리 국민 10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다. 특히 핵전쟁이 터지면 그 후유증이 몇 대를 지속해 차라리 죽는 것이 낳을 정도의 지옥 같은 상황이 이어져 한반도는 죽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은 전광석화처럼 조기에 북한을 초토화시키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베트남전을 상기한다면 그것이 쉽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북한의 핵심 전력들이 대부분 산악지형과 땅 속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인데, 이를 미국의 최첨단 전략 무기들로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이 경우 전쟁의 마침표를 찍어 주는 지상군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초기 화력전에서 북한이 생존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의 장기화로 이어지고 대남 화력전으로 전개된다. 북한의 대응이 본격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한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휴전선 코앞에 있는 서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전쟁터로 떨어지고 만다. 미국은 혈맹이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피의 격전장이 되는 것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미국도 감당하기 어려운 대전쟁의 발발 우려다. 앞서 우리는 본 사설(아래 관련기사 참조)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복합적으로 개입하는 대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 같은 대전쟁은 작금의 중·러 입장들을 보면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
특히 호전성이 강하고 군국주의를 발 빠르게 지향하고 이는 일본까지 자국 보호와 미국 동맹국 명분으로 한반도 전쟁에 끼어들면 한반도는 4강국의 대리전쟁 터로 변모한다. 이 경우 미국은 대전쟁의 신관을 건드린 격이 된다. 중·러가 핵클럽의 핵심 지위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벌어질 3차 대전은 인류의 대불행을 예고하는 상상하기 끔찍한 전쟁이다. 미국은 이를 감당한 자신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세 번째는 대전쟁으로 확전시 미국 본토와 국민들 또한 핵전쟁의 참화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또 하나의 방점이 미국 스스로에게 향할 수 있는 자멸의 단초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데에 있다.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결국 자국민을 살상하는 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알고도 움직인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만용이다. 과거의 유일한 대항마 구소련 러시아가 지금도 핵지위에서 만큼은 미국에 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는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러시아 핵 위협까지 건드릴 수 있는 공포스러운 사안이다. 반면 북한 핵은 미국이 조금 양보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평화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25살의 앳된 나이에 북한 권력의 후계자가 되고 27살에 최고 권력의 권좌에 오른 김정은이 지금까지 해온 행태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내부든 외부든 ‘예측불허의 호전성’에 있다. 마치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은의 판박이 행세를 막가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몇 발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이단아를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김정은이 트럼프의 말처럼 영리하기까지 하고 미묘한 강대국들의 이권 줄타기를 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숙제가 이제 우리들에게도 넘어 왔다는데 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내친 김에 북한 정권을 끝내자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고 있다. 이심전심 이런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그 여론이 확산되면 위험한 자충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외 정세를 유리하게만 판단하고 전쟁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용서가 없는 무자비한 살육전, 승패의 의미가 없는 인간도살장, 재기가 불가능한 한반도의 모습이 바로 전쟁이다.
우리가 그 전쟁의 중앙 무대에 있기에 전쟁의 참화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 정부는 미국에 의존한 북한 대응책만을 생각하지 말고 미·러·중·일 전체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아울러 이들 4강국에 직·간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럽의 주요 군사강국들까지 외교적 다리를 놓는 다자외교를 긴밀하게 전개해 북한과 미국이 벼랑 끝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국제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전쟁을 벌여 단기간에 상대국의 최후를 보는 무한승리의 가공할 위력을 지녔지만 땅굴전과 밀림전으로 펼쳐젔던 베트남전에서는 패했다. 북한에서의 산악전과 땅굴전은 미국에게 제2의 실패한 전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트럼프의 군사옵션 카드는 한반도를 돌이키기 힘든 전쟁지옥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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