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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푸념처럼 내뱉었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좀 더 현실적인 이들은 ‘이젠 뭘 먹고 살지’라는 고민까지 늘어놓곤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일이 비단 누구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특히 안타깝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주변 환경 자체가 먹고 살기 힘들게 변해버린 탓이 크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침체가 결정적이다. 경기 악화로 지갑을 꽁꽁 닫아 버리는 국민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숙박·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지표다. 숙박·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해당 직군에 포함된 점포나 업체의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숙박·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 5∼11%대 고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성장세는 계속됐다. 하지만 2015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후 잠시나마 플러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으나 지난해 9월(-1.6%)부터 10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숙박·음직점 서비스업 생산 감소는 서민경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들 분야는 자영업자 비중이 특히 높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결심한 이들이 가장 만만하게 접근하는 분야는 바로 일반 음식점, 프랜차이즈 등이다. 결국 숙박·음직점 서비스업 생산 감소는 자영업자의 위기와 동일 선상에 놓고 봐야 하는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자영업자의 고충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일반적인 매출 감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사안이었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윈회는 내년 최저시급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에 비해 무려 16.4%나 오른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7.4%)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최저임금 인상은 곧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생존권 위협까지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영세 상인들이다. 아르바이트생과 비교해도 월수입 차이가 크지 않다. 알바생보다 적은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도래 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28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평균 근로 시간은 9시간 24분이다. 이를 26일 근무로 환산하면 월 평균 244시간을 근무한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점주의 시급은 9344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맹점주 한 명만 놓고 봤을 때의 계산이다. 점주와 알바생의 임금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점주의 영업이익은 아르바이트생의 임금과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내년 동일 근무 기준 아르바이트생의 급여는 156만6240원으로 인상되는 반면 점주의 영업이익은 205만9520원으로 줄어든다. 근무 시간으로 환산했을 경우, 점주의 시급은 8440원에 불과하다. 아르바이트생보다 불과 900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480조2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 추정치 1400조원의 3분에 1이 넘는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012년 318조8000억원, 2013년 346조1000억원, 2014년 372조3000억원, 2015년 422조5000억원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내수경기 침체, 최저시급 인상 등으로 인한 자영업자 소득 감소의 심각성이 특히 더해지는 대목이다. 수익감소로 빚조차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일 자영업자가 늘게 되면 480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부채의 부실화가 진행된다. 이들 부채의 부실화는 결국 은행의 위기를 불러오고, 국가 경제 타격으로까지 이어진다. 자영업자 위기로 인한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5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특히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달성을 경제목표로 강조했다.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증대해 소비를 늘리고 전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도래하기 전부터 국가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각종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다.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각종 통계자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국가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한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미노 현상의 진행속도는 예상외로 빠를 수도 있다.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겠지만 과연 자영업자가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론과 현실의 격차는 이미 지금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500조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600만 자영업자의 목숨, 나아가 5000만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숨은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최저시급 인상에 대한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면 재검토도 실시해야 한다. 인기몰이식 공약, 특정 집단의 이익대변 보다는 사회적 공감대, 그리고 국가의 미래까지 고민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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