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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이런 전략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선진국에서도 경쟁적으로 이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가 어렵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고, 어떻게 하면 성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을 것인가에 혈안이 되고 있다. 파이가 늘어나야만 분배의 여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이 창출의 가운데에 기업을 배치하고, 기업이 자국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국 정부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캐치프레이즈가 ‘사람 중심의 소득 주도 성장’으로 큰 틀이 잡혔다. 생소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뭔가 전후좌우 균형감이 상실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이러한 정책 방향이 향후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객관적으로, 더군다나 역사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이 길을 고집하는 것이 국가를 하나의 실험 도구로 삼으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비난의 여론이 비등하다.
그리스 등 남유럽 혹은 중남미 일부 국가들이 유사한 정책 기조를 펼쳤지만 대부분 쪽박을 차고 난 후 최근에는 이를 걷어치우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우선 소득을 만들어내는 주체에 대한 뚜렷한 개념이 없다. 즉 소득 주도의 전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세금 혹은 정부 부채로 이를 메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가당치도 않다. 왜 진보 정권일수록 이런 자가당착에 쉽게 빠져들까? 기본적으로는 경험의 부재, 글로벌 트렌드에 둔감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정권 획득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집권 기간 동안 모든 것을 일시에 해결했다는 강박 관념과 다음 정권이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으려고 한다.
흔히들 정치를 종합 예술이라고 한다. 다양한 장르를 어우르고 봉합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본 미학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 정치를 예술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자기 미화 혹은 자조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치와 정부는 분명히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삼권분립이 제대로 된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지칭한다. 입법부는 정당하게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일사불란하게 국정을 수행하며, 사법부는 독립적으로 국가의 기강과 질서를 바로 세운다. 후진국일수록 이 삼권의 경계가 모호하며 독점적인 권력이 모두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제대로 된 나라의 행정부는 사회적으로 합의에 기초한 국가 백년대계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수시로 바뀌는 정치권력에 의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근간을 뿌리째 뽑으려는 정치권력의 무모한 횡포에 대해 전문성과 일관성에 익숙해진 공무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지킨다. 특히 국민의 삶, 다수의 이해, 글로벌 경쟁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제 영역에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행위는 국가를 송두리째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백년대계가 뽑혀진다면 과연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시행착오만 연발하다가 결국 배가 산으로 가고 말 것이다.
국가가 실패하면 기업이나 개인도 결국 글로벌 낙오자로 전락한다
우리 진보 정권이 태생적 갖고 있는 한계이자 약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안만 보고 밖을 전혀 쳐다보지 못하면서 어설픈 착각에 갇혀 버린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꼴이다. 세계는 지금 혁신과 생산성 향상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고 갖은 수단들이 동원시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각국의 대표 주자인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효율적이면서 차별화된 정부를 만들어가는 또 다른 경쟁을 한다.
이들 정부에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친(親) 기업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이 살아나야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 정부는 친(親) 노동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을 중심에 갖다 놓겠다는 발상이 그럴듯하게 보이고 솔깃하게 들릴지 몰라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다. 정권의 한복판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대학교수, 시민운동가들의 비현실적인 실험적 국정 접근에 대해 기존 정통 관료들은 넋을 잃고 영혼 없는 존재들이 돼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이래저래 눈에 띈다.
정책에서 소외된 기업들이 결국 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도저히 한국에서 기업을 할 수 없으면 외국에 가서 둥지를 틀고, 아니면 기업을 접거나 고용원을 줄일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은 결국 보따리를 싸게 되고, 들어오려는 기업도 노동친화적인 시장을 외면하고 기수를 돌리기 마련이다. 때아닌 탈 원전 대못 박기로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적 원천기술의 사장은 물론이고 4만개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날아갈 판이다.
세계적인 불황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조선, 해운 등에 의존도가 높은 지방 경제의 추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화장품, 유통 등으로 악영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대기업만 고전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중소 협력 부품·하청업체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저기서 기업의 곡소리가 들리는데 정부는 임금 인상, 증세 등 기업에 불리한 정책들만 양산하고 있다. 기업이 없으면 소득도 없고, 궁극적으로 소비도 없다. 고령화와 인구 절벽,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상실 등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악재들이 수두룩하다. 정부가 갈피를 제대로 못 잡으면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개인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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