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금주 노력, 학교 앞에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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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31 00:01:02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대변되던 대학가가 과음과 폭력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위험한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3시 20분쯤 홍익대 인근의 한 술집에서 박모(23) 씨는 술집에서 깨진 술병을 휘둘러 14명을 다치게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손님 일행이 기분 나쁘게 쳐다봤기 때문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왼쪽 목 부위를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밖에도 지난 23일에는 미8군 군인자녀 3명이 서강대·홍대 인근을 돌아다니다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길 가던 30대 남성 2명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2일에는 래퍼 정상수가 홍대 인근의 한 술집에서 다른 손님에게 폭행을 저질렀다. 그는 결국 출동한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맞고 제압됐다.

직접 찾아간 대학가의 모습은 무법지대와 같았다. 대학가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과음을 한 사람들의 시비로 인한 폭행·폭력 사건이 벌어지거나, 술에 취해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술로 인한 다양한 행패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촌의 한 골목길에서 발견한 4명의 청년들은 과음으로 인해 쓰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길바닥이 안방인 것처럼 널브러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인근 술집 직원은 “저런 모습은 항상 본다”면서 “저런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다. 좀 있다가 가게를 또 나와 봤을 때도 계속 쓰러져 있다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퉁명스런 표정을 지었다.

음주로 인한 대학가의 천태만상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는 클럽을 다니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한양대 인근 젊음의 거리에는 취객들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건국대 인근 맛의 거리에는 즉석 만남이 이뤄지는 ‘헌팅 주점’을 중심으로 헌팅을 시도하고 거절하는 남녀 간의 시비가 벌어진다.

대학가에 위치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이 같은 모습들마저 경기 침체로 인해 과거보다 줄어든 편이다”면서도 “하지만 갈수록 더 난폭해지거나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청년들이 더 자주 눈에 띌 정도로 과음이 늘어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부터 교내 축제까지 음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 같은 교내 음주 문화를 절제·금지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앞 대학가 거리에는 여전히 과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대면식을 진행하며 술을 마시던 중 한 학생이 과음으로 인해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10년 동안 새 학기 대학생들의 음주 사망자는 22명에 이른다.

이 같은 사건·사고가 반복되고 지적이 끊이지 않자 대학들은 자정 노력에 나섰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는 음주 없는 신입생 O.T나 축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그동안 문제로 제기된 음주 강요 등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이다.

대학 인근 번화가에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내에서 금주를 하더라도 대학교 앞에서는 여전히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교내의 금주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교내에서 금지되고 있는 음주 문화가 학교 밖에서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asd3cp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