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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모임 내에서의 사기 범죄가 사회적인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손모(63·여) 씨를 구속했다. 손 씨는 지난 2008년 부유층 여성들에게 자신을 일본 재벌의 둘째 부인이라고 속이며 수백억원대 계모임을 운영하다 곗돈을 들고 해외로 도주했다. 이후 도피자금을 모두 탕진하고 지난해 11월 입국하면서 결국 경찰에 검거됐다. 얼마 전에는 가난한 시장 상인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도 발생했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광장이장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계모임이 문제였다. 오랫동안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오며 계모임을 운영하던 계주가 곗돈을 들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예전부터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던 계모임 내에서의 사기 행위가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계모임 자체를 법적 테두리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곗돈 탈취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련 이슈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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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모임 관련 사기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사회적 안전장치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계모임 자체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게 하거나 곗돈을 보호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계모임 자체가 목돈 마련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긴 하지만 계주(계모임을 주도하는 인물)가 도망가거나 사라져버리면 피해액을 돌려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곗돈을 현금으로 냈다면 금전 거래 사실 조차 증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난한 시장상인 고혈 빠는 악질 곗돈사기…금전적 피해 보상無
계모임은 크게 순번계와 낙찰계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순번계는 일정 인원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순서대로 돌아가며 돈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낙찰계는 일정 인원 가운데 높은 이자를 내는 순으로 곗돈을 우선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 방식은 허점이 존재한다. 곗돈을 받은 인물이 중간에 사라져 버리면 계주가 직접 돈을 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 또 다른 계모임을 운영한다. 그런 식으로 돌려막기가 횡행하다보면 계주가 곗돈을 들고 도주하거나 잠적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곗돈을 계원에게 주지 않은 계주는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돼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애초부터 곗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된다. 도망간 계주가 얻은 곗돈의 금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가중처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법 조항은 돈을 갖고 도망간 계주의 처벌일 뿐 정작 계원들의 금전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배제돼 있다. 민사소송을 진행해 곗돈을 돌려받을 순 있지만 그 역시 계주가 돈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계주가 돈을 다 써버리면 현실적으로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곗돈 사기 사건이 벌어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피해자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이곳 역시 다른 계모임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신뢰관계에서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약 40년 동안 광장시장에서 일을 하며 주변 상인들과 친분을 쌓아온 김모 씨는(68·여) 씨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계모임을 운영해 왔다.
남편이 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있다며 주변의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원들은 김 씨의 말을 믿고 꾸준히 곗돈을 지불했다. 이런 김 씨는 지난달 초 돌연 운영하던 상점 문을 닫고 잠적해 버렸다. 피해 상인은 총 21명, 피해액은 약 16억7800만원에 달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 운영하던 계에서 문제가 생겨 이를 메우려다 돈을 챙겼다”고 진술했다.
현재 광장시장 내에서는 이번 곗돈 사기를 둘러싼 각종 소문이 난무한 상황이었다. 김 씨의 진짜 정체부터 개인 신상까지 많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쓰린 속을 부여잡고 여전히 시장 내에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피해자를 만나봤다. 피해 상인에게 ‘곗돈 사기와 관련해 아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미 계주는 잡혔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 언론에 할 말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가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의 운영 및 곗돈 보호 장치 마련 시급”
광장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계모임이 성행했다. 불경기에 접어든 이후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몇몇 모임은 명맥을 잇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계모임 관련 사건사고는 잊을만 하면 발생하긴 했다.
광장시장에서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최복순(64·여) 씨는 계모임에 참여한 일부 상인들에 대해 “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씨는 “요즘 같은 시절에 계모임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신뢰 하나 밖에 볼 것 없는 계모임은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며 말했다.
시장의 특성상 계모임이 직접 현금이 오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광장시장 내에서 의류 점포를 운영하는 오영나(57·여) 씨는 “계모임은 상인들이 조금씩 모인 돈으로 목돈이나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장사하는 사람들이 현금 거래를 많이 해 곗돈 지불도 현금으로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한창 계모임이 성행했을 때는 전문적으로 곗돈을 수금을 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모임은 계주 얼굴 보고 하는 일인데 곗돈 사기를 당하면 재수 없다고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현금으로 냈을 경우 금전 거래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워 피해금액 회수는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일부 상인은 광장시장 내 계모임이 활성화됐을 때 곗돈을 갖고 도망치는 계주가 꽤 있었다고 증언한다. 광장시장 상인 정영자(68·여) 씨는 “수십 년 전 아들이 의사라고 밝힌 한 계주에게 곗돈을 넣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당시 돈으로 7500만원을 갖고 잠적했다”면서 “그 계는 한 마디로 유령계였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담 소속 윤소평 변호사는 “계모임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며 “법적으로는 소송을 통해 정산금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계주가 돈을 탕진해버린다면 승소하더라도 돈을 회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결에서 이기는 것과 돈 회수는 전혀 다른 것이다”며 “계모임과 관련한 법적 안정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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