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입 꺼리는 경쟁거부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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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진입 꺼리는 경쟁거부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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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02 01:02:22

우리나라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각각 3:1의 비율로 출자해 제주항공을 출범시켰고 이듬해 6월부터 김포-제주간 노선을 처음 취항했다.

우리나라의 사상 첫 항공사는 대한국민항공사였다. 공기업이었던 이곳은 1969년 한진그룹에 매각되면서 민영화돼 오늘날 대한항공이 됐다. 1988년 2월 올림픽을 앞두고 제2 민간정기항공운송사업자로 금호그룹이 선정돼 서울항공(現 아시아나항공) 출범했다.

제주항공의 출범으로 이후 30여년만의 첫 민강항공사가 등장하게 된 셈이었다. 그것도 국내에 전례 없던 저비용항공사를 표방하면서 말이다.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대기업·지자체 등이 중심이 된 저비용항공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차례로 선보였으며 이 밖에도 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 총 6개사가 여객기 LCC를 운항 중이다. 이들은 국내선뿐 아니라 근거리 국제노선까지 속속 갖추며 외형을 확장시켜 갔다.

이들의 등장에 소비자들의 선택 폭 또한 넓어졌다. 휴가철 성수기 ‘바가지요금’을 피해 비슷한 값에 해외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증가했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행객을 위한 일부 순기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하나 이쯤 되면 횡포나 다름없어보인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LCC업체들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과 손잡고 신규 LCC의 진입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최근 제출했기 때문이다. 우려의 이유는 안전문제, 조종사수급, 과당경쟁, 자금 등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 등에 대해서 현재 운항하는 항공사들 역시 이 부분에 있어 소비자들에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상태다. LCC는 물론 대형항공사들 마저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된 바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고액 스카우트로 인해 짐을 싸는 파일럿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과당경쟁이다. 기존 항공업계 측은 일본·중국·미국 등의 LCC항공사 수가 국내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항공사 추가도입이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한반도 100배 크기의 미국에 단 7개의 LCC가 있음을 지적했지만 배경설명 없이 단순 지적은 옳지 못한 자세다.

현행 미국 항공업계는 숱한 경쟁의 산물이다. LCC뿐 아니라 대형항공사들 역시 과다경쟁을 바탕으로 생존한 업체들만이 살아남았다. 우리보다 LCC 업체 수가 적은 캐나다·호주 등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보다 앞서 LCC가 등장해 가격경쟁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다퉜고 강한 항공사만이 살아남았다.

앞서 진출한 대형·LCC 항공사들은 신생업체의 자금력을 문제 삼았다. 비단 돈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수한 인재영입이 힘들 것이고 원활한 서비스가 결여될 것이며 이는 곧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논리를 펼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과다경쟁을 두려워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산업계는 유독 일부 업체들만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적으면 2개 많으면 4개 안팎의 업체들이 상당수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시장독점’이라 비판하지만 대게 이들은 당당히 경쟁에서 승리해 시장에서 살아남은 경우가 많다.

가전업계의 삼성·LG전자가 그랬고 IMF경제위기에 맞서 꿋꿋이 살아남은 현대자동차가 그러했다. 같은 이유로 항공업계의 경쟁 또한 계속돼야 한다. 사실 상 절반 이상의 LCC가 대기업·대형항공사 소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업계의 볼멘소리는 경쟁을 피하고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욕심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 LCC들은 가격경쟁이 아닌 대형항공사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앞세워 노선을 무기삼아 선택권을 빼앗는다고. 혹자는 일부 업체들 간 ‘눈치담합’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서로의 가격을 기준삼아 항공료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물길은 큰물로 향하게 돼 있다. 큰물이 되고자 한다면 경쟁해야 한다. 오늘날 항공업계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