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들, 외상미수금 채권추심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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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거래 불가원칙 고수-경기침체속 악순환 계속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02 15:32:23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동대문 일대 도매상들과 소매상간의 외상미수금 처리 여부를 놓고 소액 민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마찰이 확산되고 있다.

의류 신발 등을 판매하는 소매상들은 동대문 도매상을 통해 도매가격으로 물건을 대량사입하고, 여기에 마진을 붙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그동안 도매상들은 소매상들의 자금 회전이 어려우면 먼저 물건을 납품해주고 자금상황이 좋아지면 물건 대금을 받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그러나 2일 동대문 도매상들에 따르면, 경기침체의 여파로 소매상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도매상들과 거래에서 발생한 외상 미수금 상환이 장기 지연되면서 대다수 도매상들은 소매상과의 외상거래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1~2백만원의 소액 외상미수금을 놓고도 법적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도매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대문 남평화상가에서 가방도매점을 운영하는 한 도매상은 “예전에는 소매상과의 원할한 거래를 위해 어느정도 미수금을 깔아주면서 소매상과 거래를 이어왔는데, 요즘에는 소매상이 먼저 물건 사입가를 주지 않으면 물건을 예주지 않는다”며 “이미 상가내 도매상들의 거래 원칙"이라고 전했다.

동대문 뉴존에서 수제화 도매점을 운영하는 K씨(32)는 “장사가 안돼 문닫는 소매 거래처가 늘면서 외상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소액일 경우 더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전속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외상미수금을 환수하는 도매상들의 행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목동에서 보세신발을 판매하는 H씨(49)는 “예전에는 거래처별로 최소 1백만원 정도는 외상미수금을 깔아줬는데 지금은 그나마 외상이 가능한 거래처도 상환이 지연되면 바로 소송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은 돈이 부족하면 먼저 물건을 깔고, 이후 판매한 돈으로 물건값을 지불해왔지만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자금회전이 안돼 2주동안 물건 사입을 못한적이 여러번 있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의류업을 하는 Y씨(여, 55)는 “5년동안이나 거래해온 도매상이 120만원의 외상금 지급이 1달 정도 늦어지자, 채권추심업체로부터 추심통보서를 받았다”며 “오랫동안 거래해왔는데, 사전에 언질도 없이 추심을 당하게 돼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또 “외상거래가 어려우면 해당 도매상과 거래를 끊을 수 밖에 없다”며 “영세 소매상일수록 외상거래가 가능한 거래처를 만나면 물건의 질이 좀 떨어져도 거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매상들도 이같은 사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자금 회전주기가 짧아진 만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도매상인 K씨(56)는 “외상거래를 안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외상미수금이 발생하면 한두달 기다리다 채권추심업체에 넘긴다”며 “우리도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0%정도의 수수료가 들지만 이 편이 훨씬 낫다”고 전했다.

또 “작년보다 올해들어 법적 소송 횟수는 물론이고, 채권추심업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도매상들이 훨씬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금이 부족한 소매상은 외상거래가 안되니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고, 도매상은 소매 거래처가 줄어드니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며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강 기자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