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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개의 치킨게임이 있다. 하나는 G2로 명명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다른 하나는 미국과 산유국 간의 게임이다. 양쪽에 다 미국이 걸쳐 있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는 이 두 개의 치킨게임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공멸이라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벼랑 끝에 가면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전자의 경우 21세기 미국 등 선진국의 잇따른 경제위기의 틈새를 타고 중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신흥국들이 미국 등 선진국의 눈치보다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잘 돌아가야 그들의 경제가 숨통이 트이고, 삶도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제 논의의 장도 G7에서 G20으로 옮겨 왔다. 미국이 자국 경제를 수습하고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눈을 다시 돌렸을 때 중국의 경제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렸다.
중국의 명목 GDP가 미국의 60% 정도에 불과하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2014년에 미국을 추월해 현재는 미국보다 무려 20% 정도 높다. 세계 경제의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다. 2030년을 전후해 명목 GDP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래저래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미국이 절대적 강점인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자에는 위안화도 IMF(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돼 세계 5대 기축통화로서 면모를 일신하고 있으나, 달러의 영향력에 비교하면 아직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혹자는 기축통화와 관련된 글로벌 각축전을 화폐전쟁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는 패권국가의 절대적이고 실질적인 상징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미국이 자국에게 지나치게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이나 여타 국가들에 대해 환율조작국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씌우려는 의도도 달러라는 막강한 기축통화의 힘에서 기인한다.
지난 4월 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있었다. 선거 캠페인을 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엄청난 무역 보복을 시사했기 때문에 두 정상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러나 회담 결과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중국이 일본보다 훨씬 적은 보따리를 미국에 풀고도 외견상 좋은 결과를 얻은 셈이 됐다.
‘미·중 무역불균형 시정 100일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약속하면서 미국의 예봉을 피함과 동시에 시간도 버는 중국에게 유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일간의 무역 협상에서 일부 진전된 내용도 있지만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미국이 중국을 쉽게 풀어준 배경에는 북핵 해결과 관련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미국에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거의 보이지 않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도발 행위는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G2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미국이 어리석고 중국이 영리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트럼프 행정부가 순진해서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중국이 과연 북한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하고 있지 않은 지에 대한 논란도 시끄럽다.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에 중국이 백기를 들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미국이 마침내 결단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우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 정부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당연히 중국 기업이 일차 타깃이다. 이어서 중국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법 슈퍼 301조의 재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WTO와의 마찰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 국내법 우선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붙일 공산이다.
중국은 북핵과 무역이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가당착에 가까운 논리다. 우리의 사드 배치에 따른 통상 보복을 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미국과 중국, 누가 더 순진하고 영리한 지에 대한 2라운드 게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 보복이 자국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미국도, 특히 소비자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미국의 무역 보복이 시작되면 중국 쪽이 입을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8% 정도지만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18%가 넘는다. 특히 중국에 관세를 대폭 부과하려는 대부분 품목들이 중국 내에서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또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등 중국이 오는 2025년 제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해 육성하고 있는 10대 첨단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M&A, 기술이전 등에 관한 억제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강하게 맞불을 놓고 있는 중국의 속내도 복잡하다. 오는 가을 시진핑 집권 2기 출범과 관련한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체제 단속과 외부에 대한 강경 모드를 견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전면전에서 크게 상처를 받지 않는 적정 수준에서 방어가 되면 다행이지만 치명상을 입을 경우 향후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 따라서 적정 시기에 중국이 가끔 구사하는 신도광양회(新韜光養悔). 즉 다시 발톱을 숨길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면전이 중국뿐만 아니고 러시아, 한국, 유럽, NAFTA 등으로 확전이 되고 있어 힘이 분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2 무역전쟁, 북핵, 사드 배치, 한·미 FTA 재협상 등 우리 주변의 시곗바늘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익을 놓치지 않으려면 보다 스마트하고 전후좌우 수를 읽는 외교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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