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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8월 2일자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부동산이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해졌다.
그런데 그 논거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노무현 좌파 정부가 무수히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엄청나게 올랐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어이가 없다.
그야말로 각주구검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0년대 중반이었고 지금은 그로부터 이미 십 년도 더 지났기다. 당시의 경제상황과 지금의 그것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좌파 정부의 부동산 상승으로 연결을 짓는다.
현재 상황은 저금리 상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초저금리 상황에서 돈이 마땅히 흘러갈 곳이 없다. 돈은 이윤이 기대되는 곳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지금은 이윤을 기대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서 대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부동자금이 그것이다. 그들이 들어갈 곳을 찾다 보니 저렇다.
다시 말하면 글로벌 양적완화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라 하겠다. 돈은 많은 데 흘러갈 곳이 없다. 이는 비가 내렸는데 배수구가 부족해서 홍수가 난 상황이라 보면 된다.
우리나라가 제로금리에 양적완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금리는 전례가 없는 일이니 사실상 같은 맥락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측에 전혀 책임이 없지는 않다. 도시재생사업에 무려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니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감성을 감지한 정부는 이번 대책에 서울권은 올해 도시재생사업 선정에 있어 일단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적절했다고 본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대단히 강력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임시 긴급 대책에 가깝다. 근본대책으로서 금리를 올려야만 된다는 것을 정부 역시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높은 지지를 이어가려면 내년 6월의 지방선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 또 주된 공약인 소득주도형 경제성장에 있어 금리인상은 사실상 ‘쥐약’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치란 참으로 난이도 높은 하나의 기술이다. 거의 예술에 가깝다. 갖은 테크닉을 부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인 것이다. 일단 이번과 같은 강력한 대책으로 부동산 앙등을 억누르는 한편 나머지 주요 정책들이 성과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메일을 통해 어느 독자가 질문해왔다. “우리나라도 장차 일본처럼 장기불황으로 갈까요?”라는 내용이었다.
꽤나 자주 받는 질문이라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올린다.
“일본이 1990년대 초에 겪은 버블 붕괴와 같은 큰 사건은 아직 우리에게 없었으나 이미 우리 경제는 2012년부터 장기불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LTV와 DTI 완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늘리고 그 자금으로 주택경기를 돌려서 그나마 근근이 경제를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지난 2014년의 소위 ‘초이노믹스’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불황으로 진입한 지 오래됐다.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5년이나 이어져오는 장기불황과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나 그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탄생 또한 결국은 장기불황의 여파에 속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돌아가서 독자에게 나름 답변을 드렸더니 다시 질문이 왔다. 하지만 두 번째 질의에 대해선 더 이상 응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답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통해 답변을 드린다. 나름 괜찮은 질문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독자 역시 불황인 것 같긴 한데 서울 강남이나 판교 같은 곳을 보면 여전히 끝도 없이 빌딩이 올라가고 있으니 아리송하다는 것이었다.
나 호호당의 경우 작업실이 강남역 교보타워 근처에 있기에 늘 강남역 주변의 변하는 모습을 접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끊임없이 빌딩이 올라가고 근처 주변 이면 도로 쪽으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빌딩이 계속해서 지어지는 것은 임대 사업이 나름 활황을 보이는 까닭이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임대 사업에 돈이 몰리고 또 그 바람에 임대업 관련 대출만도 무려 160조에 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출이 160조라는 말은 자기자금 역시 80조는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240조 정도의 거금이 부지 매입과 빌딩 건설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많은 건물이 들어섰겠는가. 그러니 계속해서 빌딩이 올라간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 없다.
문제는 그게 사실상 전부라는 점이다.
우리가 장기불황으로 들어선 2012년 이후 우리나라 성장률은 3%대를 거의 넘지 못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주택경기와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란 사실이다. 그렇기에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저번 우파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강조했고 이번 좌파 정부는 실질소득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가지 주장이 모두 옳다고 본다. 충분히 타당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이미 이념적으로 양분화된 우리 사회에서 박근혜정부는 흔히 우파에서 ‘기득권 노조’라고 공세를 펼치는 노조들의 강력 반발을 설득해낼 재주가 없었다. 이는 저번 박근혜정부의 모습을 통해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반면 실질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이번 정부의 목표 역시 결국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서 보았듯이 한계선상에서 허덕이는 산업이나 영세 사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싫으나 좋으나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정부와 공기업의 적자 수준을 급속하게 높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실 정답을 모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파 정부나 좌파 정부 모두 정답을 알고 있지만 실행에 옮길 수가 없을 뿐이다. 동시에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답은 비교적 ‘큰 폭의 부동산 하락 조정’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경제 실정에 부합하는 수준까지의 부동산 가격 조정’이다. 이것이 바로 근본 처방이고 개혁 처방이다.
그 실행 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기준금리를 미리 계획을 밝힌 다음 향후 5년에 걸쳐 6~7% 수준까지 인상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우리 사회의 중산층 중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무너져버릴 것은 불문가지이다. 부동산 담보대출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말이다. 특히 50~7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다 같이 죽어보자는 길’이다. 하지만 실행할 수만 있다면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로 인해 현재의 임금 수준으로도 청년들은 결혼할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 역시 굳이 맞벌이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에 보다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활력이 떨어진 경제의 문제는 임대료로 편히 먹고사는 계층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득권이 하위계층을 착취하는 구조가 그것이다. 기득권을 전부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전에 예고한 다음 금리를 일정 수준까지 높여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혁명적인 상황이 닥치지 않는 한 이런 엄청난 일을 제 손으로 단행하긴 어렵다. 표로 먹고사는 대중민주주의 체제에선 사실 불가능한 일이나 진배없다. 여당은 무조건 정권을 빼앗길 것이고 그러고 나서도 여러 번에 걸쳐 정권이 교체될 것이니 말이다.
나 호호당의 생각으론 이런 과감한 일을 할 배짱을 지녔던 지도자는 두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고 또 한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독재자였으니 필요하다면 분명했을 사람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더 대단하다고 본다.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를 밀어붙였으니 나라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그렇기에 정답은 있으되 현실에서 실행에 옮길 정권은 없을 것이라 본다. 뻔히 죽을 길을 알고서 나설 자는 드문 법이니 말이다.
내가 알기로 이런 길을 묘하게도 제도적으로 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놓은 나라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철저하게 독립적인 미국 연준이 그것이다.
미국 연준 역시 이리저리 간을 보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금리를 올리고 또 낮추는 일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제로금리도 양적완화도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당장 경기가 나빠지고 부도와 파산이 홍수를 이룰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금리를 올리고 또 풀려나간 돈을 무자비하게 회수하기도 하는 것이 미국 연준이라는 점이다.
독일 중앙은행도 원래 그런 면이 있었다. 하지만 유로 체제를 탄생시킨 이후 운신이 어려워졌다. 결국 돈을 풀 순 있어도 회수하는 일에는 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볼 작정이다.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의 과감성 결여로 인해 버블 붕괴로 인한 부실 자산과 부채를 무려 수십년에 걸쳐 정리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이 과거에 워낙 벌어놓은 것이 많았던 관계로 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은 남유럽 나라들 역시 사회주의적인 문화로 인해 그런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빨이 아플 경우 치과에 가긴 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주저하는 우리들이다. 그러다가 결국 토요일 늦은 밤부터 치통이 발작을 하는 바람에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나 호호당도 예외가 아니다.
발작이 시작된 다음에 가는 것보다는 미리 알아서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은 그게 그렇지가 않다. 우리 경제 또한 발작한 다음에야 그 코스를 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한편으로 개혁은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것이지 제 발로 찾아서 하는 개혁은 역시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란 생각도 든다. 개혁과 치과의 상관관계라 하겠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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