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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5일 일본의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수십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공물을 보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신사는 2차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된 곳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특히 일본의 만행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국가들에게는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다. ‘제2의 만행’으로까지 평가된다. 주변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신사 참배 자체를 문화라고 주장하며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신년이나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신사를 방문해 참배를 올리며 국가와 가족, 개인의 안녕을 기원한다. 국가적인 기념일을 단순히 공휴일로 치부하며 해외여행 계획까지 짜는 우리나라와는 분명 사뭇 다른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국경일을 이용해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애국지사를 참배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제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곳곳에서 애국지사의 넋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의미와 내력 등을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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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5일) 제 72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가운데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국경일 등 국가적으로 의미가 깊은 날에는 애국지사의 넋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를 직접 찾자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국경일을 단순히 휴일로만 인식하는 세태에 대한 자성의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신년이나 패전일인 8월 15일에 맞춰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신사 참배’ 문화를 갖고 있다. 만행의 역사를 기리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행위만큼은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국경일에 단순히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을 넘어 애국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장소를 직접 찾자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국가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이 잠든 그곳…“국경일 필수코스 채택 필요”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이하·현충원)에는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묘역과 위패가 안장돼 있다. 이곳에는 △임시정부요인 묘역 △애국지사 묘역 △무후선열제단에 독립운동을 위해 몸을 바친 350여 순국선열의 묘역 및 위패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임시정부요인 묘역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주요 직위에 오른 순국선열 18위가 안장돼 있다. 박은식 대한민국임시정부 2대 대통령, 이상룡 초대국무령, 홍진 국무령·법무총장, 양기탁 국무령 등 국가원수급 순국선열들이 잠들어있다.
애국지사 묘역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의병활동이나 독립투쟁 등 항일운동에 나서 몸과 마음을 바치고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모신 곳이다. 이인영 13도 의병사령관, 신돌석 평민 의병장 등의 묘역이 존재한다. 제3대 조선총독으로 부임하는 사이토 마코토가 탑승한 마차에 폭탄을 던진 강우규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에 참여한 우덕순 의사 등의 묘역도 마련돼 있다.
무후선열제단에는 독립운동으로 목숨을 바쳤지만 후손이 없거나 유해를 찾을 수 없는 133위의 순국선열 위패가 모셔져있다. 옥중에서 숨진 유관순 열사, 만주지역에서 무장투쟁을 한 홍범도 장군 등의 위패가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담긴 현충원은 평소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산책 목적으로 찾는가 하면, 순국선열의 정신과 영혼을 기리기 위한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이곳에서 ‘애국’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목소리가 특히 높다.
현충원 인근에 거주하는 신상옥(61·여) 씨는 “예전에는 산책 나온 주민들만 있었는데 최근 들어 다른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며 “앞으로 광복절이나 국경일 등에는 이곳에 와서 순국선열들의 영혼을 기리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학숙제를 위해 견학차 현충원을 찾은 이한별(16) 양은 “왠지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든다”며 “평소 국경일은 그냥 쉬는 날로만 알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서 뭔가 뜻깊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역사의 아픔 간직한 독립공원·서대문형무소…“가슴 먹먹함과 동시에 자긍심 갖게 돼”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독립공원은 독립문 일대에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3·1독립선언 기념탑과 서재필 동상, 독립관(순국선열 위패 봉안소), 순국선열 추념탑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 역시 순국선열을 기리는 의미 있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애국지사의 자주독립 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하겠다는 뜻이 담긴 이 공원은 지난 1897년 세워진 이후 1992년 8월 15일 독립근린공원으로 개원했다. 이후 2009년 공원을 정비한 후 재개장했다.
이곳 역시 항시 개방된 상태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독립공원은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남다른 감정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임단비(27·여) 씨는 “예전에 독립관에서 순국선열을 위한 참배를 하기도 했지만 가까이 살면서도 다시 한 번 참배를 해 본 적은 없다”며 “그동안 책에서만 배우고 직접 와보지 않아 감사한 마음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살고 있는 황화자(67·여) 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엄숙한 분위기가 나고 마음이 숙연해 진다”며 “사람들이 이곳에 많이 찾아와 독립운동을 한 순국선열을 기리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립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서대문형무소) 역시 역사적인 장소로 인식되는 곳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지난 1908년 경성감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후 1912년 서대문감옥, 1923년 서대문형무소, 1950년 서울형무소, 1961년 서울교도소, 1967년 서울구치소 등으로 수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 의왕시로 옮겨가면서 독립공원에 편입됐고, 1998년 역사관 형태로 개관했다.
이곳은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투옥됐던 장소다. 초기에는 의병을 이끌던 인물들이 많이 투옥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1919년 일어난 3·1운동 시기에는 수감자가 급격히 늘어나 약 3000여명이 수용되기도 했다. 유관순 열사와 한용운 시인 등이 옥고를 치렀다. 여운형, 안창호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도 이곳에 수감됐다. 이곳에서 숨진 독립운동가는 총 165명으로 집계됐다.
서대문형무소의 경우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른 만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들어 20대 청년들은 물론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온 김현수(21·남) 씨는 “이곳에 오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며 “국경일에 휴식을 취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이곳을 다녀가면 더 떳떳해 진다”고 말했다.
이윤정(42·여) 씨는 초등생인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부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서대문형무소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 씨는 “우리나라 역사를 지켜준 인물들과 그들이 당한 고통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원’이란 이름 붙은 곳곳엔 독립운동 발자취…“공원 그 이상의 의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서울시내 가까이에 있어 친숙해진 나머지 독립운동과 연관된 장소라고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곳들도 있다. 바로 노년세대가 모이는 탑골공원과 효창공원, 망우리공원 등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은 평소 노년세대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가 처음으로 낭독된 장소다. 낭독 이후 독립만세를 외친 연유로 3·1운동의 발상지로도 여겨지고 있다.
탑골공원에는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 보물 3호인 대원각사비 등과 함께 3·1운동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장소인 팔각정이 존재한다. 33인의 민족대표가 배포한 기미독립선언서가 기념비로 제작돼 있다. 3·1운동의 주역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손병희 동상, 3·1운동 벽화, 한용운 기념비 등도 존재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장충단공원에는 1900년에 세워진 장충단비가 있다. ‘장충단’은 충성스런 장수를 위한 제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1895년(고종 32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지키려다 숨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대한제국 시절 이곳에서는 봄·가을로 제사가 열렸지만 1908년 일제에 의해 중단됐다. 일제는 1910년 장충단을 폐쇄하고 비석을 뽑는 만행을 저질렀다.
1920년대 후반에는 일제는 이곳에 국화(國花)인 벚꽃을 심고 공원으로 만들어버렸다. 1932년에는 박문사(博文寺)라는 사당도 세웠다. 조선총독부 초대 총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일제는 사당을 만들며 광화문의 석재와 경복궁의 목재 등을 뜯어오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현재 장충단공원에는 장충단비와 한국 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 1907년 대한제국 독립을 호소하기 위해 만국평화회의에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 열사 동상, 대한제국 외교관으로 구국 외교를 펼친 이한응 선생 비 등이 존재한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정오준(44·남) 씨는 장충단공원 내에 마련된 이준 열사 동상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었다. 정 씨는 “평소 지나다니며 별생각 없이 지냈는데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 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참이었다”며 “여기 와서 이준 열사님의 동상을 보니 숙연해지는 마음이 생겨 묵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도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만한 뜻 깊은 장소가 존재한다. 바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망우리공원이다. 이곳은 지난 1933년 일제 강점기 시절 공동묘지로 조성된 이래 1973년까지 매장이 진행됐다. 망우리공동묘지에는 방정환, 이중섭 등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 50여명이 안장돼 있다. 특히 3·1운동 민족대표 한용운과 오세창, 상해한인청년동맹 집행위원장이었던 오기만 등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들의 묘소도 존재한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효창공원은 독립운동가 묘역 중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의 묘소와 함께 윤봉길·이봉창·백정기·안중근 의사의 가묘 및 임시정부 요인 3인의 묘소가 있다. 공원 내에는 백범김구 기념관이 들어서 있어 각종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물은 백범일지 원본, 김구 선생이 총탄을 맞고 사망할 당시 입었던 옷, 김구 선생의 지팡이 등 500여점의 유품 관련 자료로 구성돼 있다.
공원을 찾은 인근 주민 정경옥(60·여) 씨는 “이곳은 매년 여러 정치인들이 참배를 올 정도로 의미 깊은 곳이다”며 “이름만 공원일 뿐 평범한 공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순국선열을 모시고 있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 만큼은 참배와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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