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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날로 점입가경이다. 찬-반 논란은 가동 39년 만에 고리 1호기가 전면 폐쇄된 이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급격히 격렬해졌다.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극한의 대립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원전 안전문제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전반의 수급대책과 전기료 인상 논란을 야기시켰고 최근에는 핵마피아 적폐논쟁까지 불거지는 등 좌-우 진영대립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한국은 원전 기술 선진국으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원전 수출을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는 아직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위험성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전 의존도를 과도하게 키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만큼 원전 의존비율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탈원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은 맞지만 중장기 에너지 정책이라는 더 큰 밑그림을 확실하게 내놓은 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정책을 실천해 가는 것이 옳다.
일국의 에너지 정책은 사람의 몸으로 치면 생명활동과 관계된 모든 사안과 전 방위적으로 직·간접 연결돼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에너지 수급정책이 실패할 경우 국민들에게 공포스러운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국가 산업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런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바로 전기다. 전기는 5000만 우리 국민 모두의 생명수와 같은 현대문명의 총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시도 전기가 없이는 현대문명의 모든 이기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전기 생산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원전 의존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원전은 화석연료에 비해 청정한 에너지 생산 기반을 제공함에도 그만큼 잠재적 위험성이 대단히 파괴적인 탓이다. 여기에 천문학적 폐기물 관리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을 과연 청정에너지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도 사실 혼돈스럽다.
지난 1977년부터 작년까지 원전 건설을 취소 또는 중단한 곳이 전 세계적으로 90곳을 넘는 것만 봐도 많은 국가들이 효율적 전기 생산의 기반인 원전을 얼마만큼 공포스러워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에너지 초강대국인 미국만 해도 40개의 원전이 건설 중 취소 또는 중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감안하면 우리도 점차 대안을 갖춰가면서 원전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적인 정책 로드맵을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우리의 여건상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날로 늘어나는 전기 수요량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탈원전이라는 이상만을 쫓아 급하게 가면 생명수와 다름없는 에너지 정책에 큰 구멍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 피해는 기업은 물론이고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게 미치게 된다. 당연히 국가경쟁력 실추까지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는 탈원전 대안을 내놓기는 했다. 최근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심의를 통해 오는 2030년 적정 설비 예비율을 2년전의 7차 때보다 최대 2% 포인트 낮아진 20~22%로 잡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예비율 1%를 줄이면 1000㎿(1GW) 규모의 원전 1기 건설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2%를 줄이면 원전 2기를 줄이거나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런 계산을 기반으로 원전 6기와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 10기를 없앤다는 플랜을 만지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경우는 2030년까지 3.6배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계획에도 산업계와 국민들은 일면 불안하다. 전기료 폭탄이 터지면 일본의 원전제로 정책이 실패한 것처럼 우리도 유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언제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른다. 단순한 예비율 숫자만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쳤다가가는 상시 블랙아웃 공포에 빠질 것이라는 충고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쓴 소리가 일리 있는 만큼 정부는 원전을 대체할 궁극의 대안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원전 근본대안을 실행할 시기를 명료하게 설정하는 것은 곧 에너지 배수진 정책이다. 탈원전 정책은 단 몇 년 만에 뚝딱 끝낼 사안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고된 노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중장기 탈원전 정책의 궁극적 대안은 작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 기술에 있다. 기술적 난이도가 워낙 높아 정확히 언제 핵융합 기반의 상업용 전기 생산이 가능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가 핵융합 발전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부 당국자는 주목해야 한다.
핵융합 발전은 환경오염 문제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무한의 원료가 무제한 공급 가능해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다. 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자체 에너지 수요정책에 완벽을 기하는 것은 물론 일거에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국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는 10여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세계 6번째로 한국형 핵융합로인 ‘KSTAR’를 독자 개발하는 개가를 일궈냈다. 오는 2025년 가동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에 ‘KSTAR’가 기반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핵융합과 함께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할 분야가 같은 원자 이하 단위에서 소립자들의 운동역학을 다루는 양자물리학이다. 아원자 미시세계의 초강력 에너지인 핵융합과 함께 미래 문명을 좌우할 분야는 양자역학이다. 이를 활용한 양자컴퓨터는 향후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를 단 한 대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무한대의 능력을 갖춰갈 것으로 예상된다. 핵융합이라는 무한 에너지의 확보를 기반으로 한 양자문명은 지금까지 인류가 이룬 산업혁명의 수천배를 뛰어넘는 도약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초혁명’의 시기가 이미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핵융합은 그 선발이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는 대략 2050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 핵융합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의 국가핵융합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가용한 직·간접 모든 전문가들과 기술진을 동원해 핵융합 발전 상용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 시기를 기산점으로 역산한 ‘탈원전 마스터플랜’을 그려야 한다. 핵융합이 국제공동연구가 펼쳐진다고 해도 우리뿐만 아니라 각 국가별 또는 기업별로 경쟁이 불꽃을 튀는 만큼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별도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핵융합 발전을 선도하고 실용화를 앞당긴다면 상상할 수 없는 현대문명의 전 지구적 도약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미래 글로벌 파워의 중심에 서는 일이다. 이런 큰 그림의 노정이 국민들에게 제시된다면 지금과 같은 복마전 싸움으로 전개되는 탈원전 갈등은 원만하게 수렴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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