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오명 대한민국 위기…인구관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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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미셸 푸코 <안전 영토 인구>

리스크관리 근대적통치술이 발견한 인구의 개념…통계를 통한 균형의 발견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8-19 20:13:10

<감시와 처벌>을 통해 미셸 푸코는 판옵티콘의 감시모델을 학문적으로 쟁점화 했다. 이 책에서 푸코는 근대의 지배체제가 어떻게 인간의 세부적인 신체적 움직임과 감시를 미시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를 탐구한다.

규율권력은 대체로 군대화 된 강한 훈육 모델과 보이지 않는 감시망으로 기반으로 한다. 근대 이전의 권력은 대중에 대한 생사여탈의 권한을 휘두르며 작동했다. 이러한 권력은 눈에 보이는 것이면서, 중앙집중화된 형태를 띠었다.

반면, 근대의 권력작동의 한 축을 형성한 것은 권력의 미시성과 비가시성이라는 것이었다. CCTV를 통해 드러나는 바처럼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면서, 감시의 섬세한 작동망을 통해 삶의 미시적 영역까지 파고드는 특성을 가졌다.

1977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이 강연에서 푸코는 이러한 규율권력에 뒤이어 등장한 근대의 새로운 권력 패러다임에 주목한다. 이 패러다임은 불리기에 따라 안전 메커니즘이라고도 불리고, 오늘날의 용어법상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리스크 관리’로 통칭될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는 근대의 규율권력에 뒤이어 발전하면서 그 규율권력과 일정하게 겹쳐진 채로 발전한다.

리스크 관리의 안전 메커니즘

이때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리스크라는 개념이다. 한글번역본에서는 ‘위험도’로 번역된 이 개념은 위험 그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일정 비율을 관리하는 것을 국가의 주된 기능으로 삼는다.

요컨대, 18세기 이후 인구학이 등장하고, 경제학이 이 인구학의 발전과 함께 발전하면서 출생률과 사망률, 노동생산성과 이윤율의 통계적 관리를 전면화하게 된다. 모든 것은 비율의 평균적 균형을 조정하는 데 맞춰지고 통계 자체가 그러하듯 개별 사건보다 사건들의 총합의 관리가 핵심이 된다.

규율권력은 기본적으로 규범에 집중하고, 규범에 맞춰 인간 개개인을 표준화하는 데 집중하는 권력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군인들은 군복을 입고, 군인으로서의 정신자세와 행동양식을 체득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각기 다른 존재이면서도 모두가 똑같은 ‘학생다움’의 행동양식과 사고를 보여주기를 요구받는다.

이때 규율은 규율의 표준 모델에서 이탈하는 이들을 처벌하게 돼 있다. ‘비행청소년’, ‘관심사병’ 등은 규범을 벗어나는 ‘일탈자’에 부여된 처벌의 명칭이기도 하다. 반면, 리스크 관리에서 이러한 일탈들은 단순한 부대비용에 불과하다. 교통법규를 만들고, 고속도로를 설치할 때 정부는 일탈적 요소(교통사고)를 없애는 데 주목하기보다 그 일탈의 발생빈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리스크 관리란, 이러한 사고, 즉 위험상황이 일정한 빈도 이상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것은 표준화의 모델을 취한다기보다 평균적 균형을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리스크 관리 담론의 함의

18세기 이후 통계학의 발전과 함께 부상한 이러한 리스크 관리의 안전 메커니즘은 이후 경제학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방점을 찾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18세기 안전 메커니즘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후 전개되는 강연집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에서는 이 리스크관리의 시대정신이 신자유주의적 경쟁의 원리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금융경제학에서 오늘날 수없이 반복적으로 회자된 것이 바로 ‘리스크 관리’다. 투자를 할 때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이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어떻게 헤지를 걸지를 금융 컨설턴트는 끊임없이 조언하고 있다.

18세기와 지금의 궁극적인 차이는 전자가 그 리스크의 관리를 국가의 책임으로 봤다면, 후자는 그것을 개인의 책임영역으로 소환했다는 점일 것이다. 근대 이후의 모든 권력은 여러 층의 복합적 메커니즘을 수반하고 있다. 앞서 봤듯, 규율권력은 기본적인 행동양식을 표준화하는 권력이다.

이 때문에 푸코는 규율권력이 개인의 신체를 표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반면, 안전은 ‘인구’라는 새로운 관념을 탄생시켰다. 개개의 얼굴을 가진 각 개인이 아니라 통계적 단위로 뭉뚱그려 존재하는 관념적 대상이 바로 ‘인구’다.

인구는 출생률과 사망률로 매개되며, 노동이라는 화두를 통해 다시 생산성과 이윤율과 연계돼 평가된다. 국가에게 ‘인구’란 통계적 수준의 몰락현상이 없도록 일정한 균형적 평균치를 제공해 주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아마도,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위기 현상들은 이러한 리스크 관리에 국가가 총체적으로 실패했었음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