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심장박동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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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심장박동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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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28 00:16:56

지난 25일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재판이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이다.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공소사실과 관련, 5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개별 혐의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는 무죄로 봤다.

판결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과에 대해서는 ‘부당하다’와 ‘환영한다’ 등으로 나뉜다. 형량에 대해서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와 ‘형량에 비해 가볍다’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다양한 반응 가운데서도 유독 한 가지만큼은 의견 일치가 이뤄진 부분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심히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국가경제, 나아가 국가 전체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삼성그룹이 대한민국의 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의 부문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실로 엄청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결과다.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이 부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모든 활동의 중단이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삼성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 부문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누구하나 부정하기 어렵다. 삼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훌쩍 뛰어넘는다. 작년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280조원으로 국가 GDP의 17%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업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에서 삼성은 382억달러(43조원)로 10위에 랭크됐다.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기업브랜드 가치 상승은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의 각종 투자활동도 국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1만4000여명(대졸·고졸)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올해 채용규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개발(R&D) 투자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에 무려 15억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회공헌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1995년 삼성전자는 국내기업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창단해 ‘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철학을 세웠다. 경제적 지원 규모도 상당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는 매 년 막대한 돈을 사회공헌에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나눔과 꿈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문화·스포츠 부문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시절,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박세리 선수의 활약 뒤엔 삼성그룹의 탄탄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내 유일의 IOC위원 유승민 전 국가대표 탁수선수 역시 20여년 간 삼성생명에 몸담았다.

음악과 미술 등의 분야에 대한 후원 규모도 상당했다. 삼성그룹은 매년 관현악단, 오페라 등 30여개 공연에 각각 5000만~3억원을 지원해 왔다. 그동안 실력 있는 미술가의 작품을 구매하며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미술품 구매 규모는 연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은 누구하나 부정하기 어려운 명백한 사실이다. 한 기업이 소속 국가와 국민들에게 다수의 긍정적 효과를 전파한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다수의 ‘세계 1위’ 타이틀을 획득해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점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가치로 평가된다.

이런 삼성그룹의 선장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된 현실이 안타깝다. 적자생존의 삭막한 정글과도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과연 누가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민들의 우려감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 부회장의 1심 판결 이후 ‘대한민국의 심장박동이 멈췄다’는 우려 섞인 여론이 팽배하다. 삼성그룹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다. 상급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