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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바이러스 ‘알약’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보유 중인 회원정보 13만3800건이 유출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1일 오후 해커로부터 일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볼모로 협박성 메일을 받았다.
해커가 제시한 정보내용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대조한 결과 일치함을 알게 된 이스트소프트는 이튿날 방통위에 개인정보유출 사실을 알렸다. 방통위를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경찰이 조사에 나선 가운데 유출된 명단은 알툴즈·알패스에 등록된 웹사이트·아이디·비밀번호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는 흔하다고 여기게 될 정도로 개인정보유출이 만연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유독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터넷 보안전문업체가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유출사실조차 해커의 협박을 받고나서야 인지한 셈이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PC방 회원가입 때마저 이름·성별·주소·주민등록번호 등을 공공연하게 요구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돌이켜보면 개인정보수집에 혈안이 된 이들 같았다.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영화관·쇼핑몰·포인트·채팅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ID를 만들라며 회원가입을 유도했고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은 어김없었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됐지만 사실 상 대책은 없었다. 업체들은 사과하기 급급했다. 최근 유진투자선물 서버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의 컴퓨터에서 남양유업·탐앤탐스 등 11개 업체의 회원들의 이름·생년월일·연락처·주소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인지도 못한 개인정보 유출에 남양유업·탐앤탐스 등이 할 수 있는 것은 사과와 함께 보안대책 수립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보안대책 수립이란 대목에서 다소 실소가 새어나왔다. 그렇다면 그간 제대로 된 관리계획도 없으면서 무작정 수거해 간 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우리의 개인정보가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고. 단순히 웃어 넘길만한 농담은 아니다. 이미 간략화 추세지만, 앞서 수거한 개인정보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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