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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국민기업 포스코의 그늘(下-포항민심)

반세기 동거기업 초유위기 ‘50만 시민목숨’ 불안

반세기 동반성장 자부심·자긍심…인력유출·이전계획에 불만·배신감 변모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9-11 0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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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포스코가 설립되면서 경북 포항시는 인구 6만명의 소도시에서 50만명을 웃도는 국내 최대 철강산업도시로 거듭났다. 지역살림을 책임지는 역할을 톡톡히 해 온 포스코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반응은 사뭇 엇갈렸다. 포항시민들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 두 부류로 나뉘었다. 사진은 죽도시장(위)과 죽도시장 내 전경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경북 포항=김도현 부장, 유은주·이기욱·배수람 기자] 영일만 안쪽 해안가의 소도시에 불과했던 경상북도 포항시는 포스코그룹(이하·포스코)의 등장과 더불어 급속도의 성장세를 보였다. 1966년 인구 6만5927명이었던 인구는 제철소 건립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해 1995년에는 51만1670명을 기록했다. 단 30년 만에 8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덕분에 그동안 포스코는 포항시민들에게 기업 그 이상의 의미로 평가됐다. 1968년 4월 1일 ‘포항제철’이란 이름으로 창립한 포스코의 성장은 포항 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내년이면 창립 반세기를 맞이하는 포스코의 역사는 포항의 역사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배경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과 다른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민들 사이에서 포스코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권력형 비리 및 중국 철강기업들의 저가공세 등 내우외환이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부 시민들은 포스코의 인력 유출 시도 정황이 포착되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세기 이어진 기업과 지역 간에 무한신뢰…동반성장 대표적 케이스
 
스카이데일리는 포항시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중앙상가·죽도시장·영일대북부시장·큰동해시장 등을 방문해 포스코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중앙상가에서 1971년부터 수선가게를 운영해왔다는 허영욱(72·남) 씨는 “포스코와 포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며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다”고 말했다.
 
죽도시장에서 대를 이어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40대 후반의 김규만 씨는 “경기가 어려운 것은 대한민국 어딜 가나 다 똑같지 않느냐”며 “다만 포항의 경우 포스코 직원들이 시장 살리겠다고 한 두 번씩 우르르 와서 팔아주면서 상인들 숨통을 틔워주니 고마울 뿐이다”고 언급했다.
 
영일대북부시장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김민선(여) 씨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김 씨는 “1년에 한 두 번씩 단체로 와서 물건을 팔아주고 하는 것이 포항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개 최소 10년씩 장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길면 30년 이상 장사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오랜 기간 장사할 수 있게 포스코가 애를 많이 신경써줬다”고 전했다.  
 
▲ 포항지역 일부 시민들은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도 포스코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간 포스코 덕분에 성장한 만큼 오늘날의 위기도 포스코 덕분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진은 큰동해시장(위)와 시장 내부 전경 ⓒ스카이데일리
 
취재 중 만난 상인들은 “포스코 덕분에”란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을 정도로 포스코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한 상인은 “IMF를 비롯해 갖은 경기불황을 무사히 넘어설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포스코였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상인은 “포스코가 사는 것이 곧 포항이 사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영일대북부시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향(50·여) 씨는 “포항시민들은 포항시의 기둥과도 같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성향이 있다”며 “당장 내 아이도 포스코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포스코를 신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포항 시내 어디를 둘러봐도 포스코 및 계열사 직원들이 없는 곳이 없다”며 “점심을 먹어도 여럿이서 와서 먹고 커피 한 잔을 해도 부서별로 와서 마시고 이러니까 상인들 입장에서는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죽도시장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60대 중반의 한 상인은 “처음 포항제철소 건립을 위해 땅을 매각해야 했을 때 우리 집도 마찬가지지만 대다수가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고 여겨 선뜻 땅을 내놓았던 것이다”면서 “비록 지금 경기가 예년만 못하지만 포스코와 포항 모두 이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죽도시장 상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포스코는 매년 직원들에게 ‘전통시장상품권’과 포항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포항사랑상품권’ 등을 지급해 지역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전 직원에 1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상품권을 일괄 지급했다.
 
포항 주재 직원이 8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창출효과는 8억원에 달한다. 올 1월에는 23억원 가량의 포항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직원들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포스코가 지난 2010년부터 직원들에게 공급한 상품권 규모는 총 250억원에 달한다.
 
“반세기 무한신뢰 저버린 포스코…포스코 성공의 밑바탕엔 시민희생 있었다”
 
내년이면 창립 50돌을 맞는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53조835억원이었다. 2014년 65조984억원, 2015년 58조1923억원을 기록하는 등 포스코의 매출실적은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010년 4조7887억원에 달했던 순이익도 해를 거듭할수록 조단위 숫자가 바뀔 정도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5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 자료: 통계청, 2016 포스코 보고서 [도표=최은숙]ⓒ스카이데일리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성장이 당연했던 포스코의 영광이 과거로 치부되기 시작하면서 포항시 민심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맹목적으로 포스코를 칭찬하기 바빴던 포항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포스코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앙상가에서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허영욱 씨는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의 경우 금싸라기 땅이라 빚을 내서 장사를 시작해도 돈을 벌 수 있어 장사하고 싶은 이들이 줄을 서던 곳인데 문 닫는 곳이 눈에 띄게 늘어날 만큼 상권이 많이 죽었다”면서 “포스코가 흔들리면서 포항시 지역 경제도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다”고 말했다.
 
중앙상가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 중인 김중국(58·남) 씨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형편없어 졌다”면서 “과거 누렸던 영광을 희망삼아 버티고 있는 심정은 나뿐 아니라 주변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토로했다.
 
포항시의 주요 번화가에 경기불황의 여파가 미치기 시작한 시점은 포스코가 내우외환에 시달린 시기와 일치했다. 포스코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인식이 바뀐 시점도 이 때부터다.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철강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권력형 비리에 휩싸여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 포항시의 인구유출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포스코 직원유출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포항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으로 치달았다. 일부 시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최근 포항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금년 중으로 인구 50만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최근 포스코가 보인 행태에 상당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사업부 또는 본사이전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서는 ‘배신’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사진은 중앙상가(위)와 텅 빈 시내 전경 ⓒ스카이데일리
 
포항지역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포항의 현재 인구 수는 50만명을 갓 넘긴 상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월 평균 300명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연내 50만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포스코 본사 이전설디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당시 서울·인천 등 유력 후보지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는 지난해 손실액 감소를 추구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조직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계획에는 수주가 부진한 플랜트사업부를 인천 송도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포항시와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포항시민들은 “포항시의 버팀목인 포스코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 또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반세기동안 동고동락해온 향토기업이 기업논리만을 앞세워 시민정서를 무시하고 잊을만하면 이전을 운운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과 윤리를 져버린 파렴치한 행위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과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플랜트사업부 이전은 전면 백지화됐으나 시민들의 서운한 감정은 여전히 잔존하는 분위기다. 죽도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60대 후반의 김대철(남) 씨는 “제철소가 건립된 후 악취·공해·폐수 등을 감내하고 알레르기까지 생겨 고생하면서도 참아 온 포항시민들을 포스코가 잊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각종 기관 및 자생단체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철강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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