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최근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이나 제3국 외교행보를 보면 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관계 장관이나 실무자 그리고 각국에 파견된 첨병들이라고 할 대사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만 누가 봐도 임기응변 식으로 보인다. 북핵과 미사일 이슈는 고도로 난해한 암호를 풀 듯 치밀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에도 이른바 대증적 처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외교행보는 성과가 나오기는 커녕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여지를 만든다.
북한 핵 문제는 다자간 게임이 틀리지 않고 미-중 간의 대립국면에서 격화되는 양상 또한 맞다. 그래서 미-중에게 모두 눈치를 봐야 하는 고된 외교적 줄다리기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능한 많은 국가들을 접촉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손을 들어주도록 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 외견상 우리는 가장 얄미운 사람으로 내몰릴 위험성이 있는 외교를 해야 할 처지에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안위를 찾기 급급하다 보면 대부분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과 같다.
외교는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최전선이기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지만 겉으로는 주고받는 시소게임 양상으로 벌어진다. 다시 말해 외교는 현상만 볼 경우 일정한 가이드라인과 도덕률 그리고 양심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외교는 내막적으로 동물적 본능이 절대적으로 수반되고 있어 늘 배수진을 쳐야 하기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게임법칙으로 냉혹하게 돌아가는 싸움이다. 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눈감고 싸움에 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금의 우리 외교는 화려한 수사가 넘치지만 큰 줄기를 잡지 못하고 곁가지를 큰 가지로 잡은 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일련의 외교 행보들을 보면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가볍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겠다는 순수한 열정은 익히 알지만 남북한을 동시에 먹잇감 삼으려는 탐욕들이 그런 외교행보를 오히려 지렛대로 역이용 할 가능성이 더 크게 열리고 있다. 소름이 돋을 오싹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안으로 우리는 아직 러시아 또는 중국 나아가 일본까지 쉽게 접촉해서는 안 되지만 너무 서두른다.
북핵의 위협이 아무리 강해도 한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현실적 입장에 있다. 군사작전 휘하에 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옴짝달싹 못하는 올무에 걸려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올무에 걸려들면 자력으로 그 상황을 탈출하기 어렵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한 우리는 군사외교와 관련한 그 어떤 사안도 미국의 직·간접 사전양해를 득해야 한다. 이는 다른 말로 미국 외에 함부로 다른 국가와 미팅조차 불허되는 일이다. 특히 전운이 감도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작전 지휘권자 밖에서 행보를 하는 듯한 모습은 군사외교적으로 가장 큰 악수다.
일반적인 상무외교의 경우도 과거나 미래가 없는 현재의 순간 대응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말이 있듯이 국익을 먹잇감으로 한 군사외교는 순간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시쳇말로 군사외교는 적과 동지가 없는 냉혹한 정글전쟁이다. 과거의 의리를 묻거나 기대해서도 안 되고 미래의 약속을 바라거나 의존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비정함이 군사외교의 최전선에 늘 자리한다. 군사외교는 곧 순간의 판단착오가 온 국민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로 돌변하게 한다. 작금의 한국 군사외교는 이런 현실을 아는 듯 모르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어 무섭다.
남북한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군사외교의 주관자는 현실감이 강한 인물이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 비근한 사례로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히딩크 신화 4강의 위업 최전선에 바로 홍명보가 숨어 있었다.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 최후 마감 골로 한국 축구 신화에 화룡점정을 찍었던 홍명보는 필드 안에서 경기 전체의 판세를 읽고 공을 배급하는 전략전술가로 맹활약했다. 축구장 필드에 선 그는 곧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목숨을 건 야전 지휘관인 셈이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야만 전략전술이 나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외교는 공을 적절히 배분하고 그 공으로 골을 넣는 전선의 선수들을 아끼고 보호하는 설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공을 차는 선수들은 감독의 눈 보다 제각각 자신의 계산만 분주한 모양새다. 공은 바로 국익이다. 국익이 우리 스스로에 의해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외교적 국익 설계가 잘 될 턱이 없다. 아니 설계는 있는 것인지조차 묻고 싶다.
북한 핵과 미사일의 호전성은 주지하다시피 김정은의 일명 코리아패싱 대미(對美) 전술이다. 북한은 분명 우리의 주적으로 설정돼 있고 남한의 모든 군사작전이 북의 인민군을 향해 있음에도 김정은은 주적인 이런 우리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 북의 무대포식 배짱은 실제로 보면 영리한 여우게임이라고 할 만큼 치밀하다. 우리가 러시아, 일본 등과 접촉을 해도 그들의 국익은 우리와 달라 한국식 설계에 동참하기 어려운 환경이 도처에 깔렸다. 북의 생존전술은 거기까지 읽었고 그런 전문가가 김정은의 주위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의 외교적 급행보는 궁지에 몰린 우리의 패를 들켜 상대에게 온전히 샅바를 내주고 있는 겪이다.
우리가 김정은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그것은 김정은 주변의 핵심인물들의 모든 정보를 낱낱이 파악하는데서 출발한다. 전작권이 우리에게 있다면 도청용 군사위성 수기를 띄워야 할 정도로 급박하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겉핧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일본이 아는 수준으로 보면 장님에 가깝다. 이는 우리가 안방에서 섣부른 외교를 하는 이유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줄지 모른다면 그 외교는 제로다. 제로는 하지 않는 것이고, 해봤자 역효과를 낸다는 말과 같다. 결국 외교를 하고 있는 우리는 정글게임 패자(敗者)의 패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을 기반으로 김정은 식 핵 대미외교가 한반도 주변 미·러·중·일 4강국 모두에게 내막적으로는 실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행보라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물론 끔찍한 상상이다. 우리를 향한 4강국의 국익 시소게임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북 핵은 지금 4강국의 공동 주적을 남한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북핵은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북핵은 미·일간 군사적 밀월관계를 강화시켰다. 이를 배경 삼은 중국은 북한 확장 명분을 강화시켜 군사외교적으로 당당한 G2 지위를 만들어 내고 있다. G2는 중국 국익의 최전선에 있는 경제적 무장체계다. 과거의 소련과 같은 강한 러시아를 꿈꾸는 푸틴의 경우는 북한 같은 대미 호적수가 더 많아야 수십년 장기집권에 유리하다. 미국은 파괴적 전략 자산의 수시 전개로 글로벌 지위를, 일본은 군사대국화 노선을 각각 격상시키고 있는 중이다. 종합하면 4강국 간 강자들의 나눠먹기 게임 판에서 한국은 그 어떤 것을 주어도 절대 그 이익보다 클 수가 없는 그림이다. 이 상황에서 내심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벼랑끝이라는 이야기다.
작금의 우리 외교는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을 판이니 누가 이런 외교적 총괄 설계를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정보외교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국정원은 정권만 바뀌면 수장들이나 주요 책임자들이 고된 몸고생을 해야 하는 수순이어서 애국심으로 발동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서조차 ‘(내부) 눈만 빙빙 돌리고 있다’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국제외교에서 강국들의 국익 좌판은 상황파악을 못하는 나라나 약소국들에게 절대 기회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용서 자체가 없다. 우리가 그들 좌판에 끼기 위해서는 강대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 최선의 답이 정말 싫고 공포스러운 현실이지만 김정은의 핵 주적(미국)에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적을 자처하는 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