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적폐청산에도 ‘금융홀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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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13 09:23:22

‘금융홀대론’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융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다.

금융홀대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빠른 속도로 국무총리, 비서실장, 외교부장관 등의 인선을 단행했지만 금융위원장 인선은 두 달이 지난 7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가계부채, 은산분리 등 중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나치게 늦은 선임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대선 하루 전인 5월 8일 이미 사표를 낸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의 금융정책은 사실상 2달 동안 멈춰있었다.

지난해 6월 이뤄진 문 대통령의 방미는 금융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동행했던 경제인단에서 금융인의 이름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방미 경제인단에 거의 빠지지 않고 포함된 4대금융지주(신한, KB, 하나, 농협) 회장 중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으로 ‘금융홀대론’이 업계에 팽배해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직접 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최 위원장은 향후 금융정책 방향과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금융홀대론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서 금융을 홀대한다는 일부의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오해다”며 “금융산업과 실물경제의 성장·발전은 상호보완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현재 금융산업의 독자적 발전이 아닌 서민, 취약계층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이처럼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면 전체 산업이 발달해 금융 역시 결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이러한 해명에도 금융홀대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금융권 요직에 낙하산 인사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인사며 동시에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경제고문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7일 산업은행장으로 내정된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교수는 이번 대선 문재인캠프에서 금산분리, 가계부채, 대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에 대한 개혁적 의견들을 내놨던 인사다. 줄곧 적폐청산을 외쳤던 그간의 정부 방침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타 분야에서는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금융권은 노골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금융권은 보은인사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향후 금융권에는 주요 인사 선임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당장 KB금융지주회장 선임이 이달 안에 이뤄질 예정이며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각각 내년 4월과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은 흔히 경제의 ‘혈맥’으로 지칭된다. 피가 고이거나 썩게 되면 그 사람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금융권에 적폐가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추가로 쌓이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전에 투명하고 합리적인 금융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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