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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삼성물산 공사대금 체불 논란

총수 부재인데…상생외면 최치훈 여론악화 괜찮나

직접 선정한 1차 하청업체 재정 악화…영세업체 수십곳 피해 전가

이기욱기자(gw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9-18 17: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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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하구를 가로지르며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동백대교는 지난 2008년 착공했다. 총 2372억원이 투입되는 동백대교 건설은 총 길이 3.185km에 달하는 왕복 4차선 규모의 대교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교량 길이만 1.93km에 달한다. 내년 12월 완공을 앞둔 동백대교는 당초 군산과 서천 장항면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군장대교’로 불렸으나 공모를 통해 최종적으로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동백대교가 개통되면 군산과 장항 간의 이동거리는 약 11㎞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상으로는 30분 가량 절약된다. 군산시는 하루 평균 1만2000여대의 차량이 이곳을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물 수송량만 연간 약 6만5000t(톤)에 달해 연 250억원의 물류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서로 떨어진 두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두 지역 경제의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새어 나왔다. 그런데 공사 막바지에 접어든 최근 공사와 관련된 각종 파열음이 새어 나와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간 단계에 있는 2차 하청업체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자재·장비 임대업체 등 3차 업체까지 위기가 전가됐다. 일부 업체는 도산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원청인 삼성물산은 사실상 손 놓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대금지급 문제가 불거진 동백대교 공사현장을 찾아 갈등이 촉발된 배경과 피해규모, 현 상황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삼성물산이 최근 군산 동백대교(구·군장대교) 공사와 관련해 하청업체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동백대교 공사와 관련 삼성물산의 1차 하청업체인 남흥토건이 심각한 재정 위기로 자재·장비임대 업체 등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금을 받이 못한 업체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원청인 삼성물산에 피해대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사진은 동백대교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전북 군산=이기욱 기자]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의 상생협력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동백대교 건설현장에서 하청업체들과 대금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은 삼성물산이 선정한 1차 하도급 업체의 재정 파탄으로 자재납품 및 장비임대 업체 등 하위 하도급 업체들까지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촉발됐다.
 
피해업체 대부분이 소규모 형태의 사업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법적 책임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지만 국내 1위의 굴지의 건설사로써 도의적 책임까지 저버려선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소극적인 상생협력 태도가 자칫 여론의 부메랑이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살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장인 최치훈 사장에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동백대교 건설 참여한 영세업체들 “삼성물산 1차 하청 때문에 길거리 나앉을 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동백대교는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 중이다. 주관사 삼성물산이 40% 지분을 투자했으며 SK건설(30%), 현대산업개발(20%), 성지건설(10%)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지난 3월 이곳 공사현장의 1차 하도급 업체로 남흥토건이 새롭게 참여했다. 남흥토건은 지난 1996년 설립된 전문건설업체다. 중소기업현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98억원이다. 지난해 연매출 759억원, 영입이익 10억원, 순이익 5억원 등을 기록했다.
 
기존 1차 하도급 업체에 자재공급 및 공사장비 등을 임대해주던 2~3차 하도급 업체들은 삼성물산의 결정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남흥토건과 거래를 시작했다. 공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특이사항은 없었다. 다만 당초 임대 후 1개월(30일) 후 지급해야 하는 대금지급 방식이 65일 후로 변경된 점이 특징이었다.
 
▲ 자료: 피해업체 ⓒ스카이데일리
 
예를 들어 3월 1일부터 31일까지 공급한 자재공급 및 장비임대 등에 대한 대금을 다음달 30일에 지급받았지만 새로운 계약방법에 따라 65일이 지난 6월 15일 경 지급받게 되는 셈이다. 바뀐 규정 때문에 4월부터 5월까지 약 두 달 간 자금공백이 생긴 대여업체들은 은행대출이나 융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공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불편함은 고사하고 자칫 자금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긴 했지만 삼성물산이 선정한 업체라는 점을 믿고 대금이 지급되기만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들은 3월분 대금을 예정대로 올 6월 중순께 정상적으로 수령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4월분을 수령하게 될 7월 중순이 되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남흥토건 측은 제 날짜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4월 대금은 우여곡절 끝에 지급이 이뤄졌지만 그 시기를 전후로 하청업체들 사이에서는 “남흥토건의 재정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소 불안감을 느낀 2~3차 하도급 업체들은 삼성물산 측에 “1차 하도급 업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를 끊임없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도급 업체 관계자들은 “여러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삼성물산은 ‘걱정말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급기야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일 남흥토건이 공사현장에서 돌연 철수하면서 자재공급·장비임대 업체들은 5월부터 7월분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피해업체는 총 62곳에 달했다. 피해액은 5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피해업체 대부분이 1인 또는 소규모 영세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입수한 각 업체 별 피해 현황에서는 대부분 ‘영세업체’라는 사실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자재 납품업체(8곳)는 83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장비업체(41곳)는 4억12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 식당, 간식유통 등 기타 업체(13곳)의 피해액은 2400만원에 달했다. 최대 피해액은 9100만원이다. 피해업체들은 “남흥토건을 찾아가 대금 지불을 요청했지만 ‘지급할 여력이 안 된다’는 말만 되돌아왔다”고 토로했다.
      
▲ 동백대교 건설현장에 참여한 자재, 장비임대 업체들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공사에 소비했던 자재, 장비들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62개 업체의 총 피해액은 5억2000만원에 달하며 피해 최고액은 9100만원이다. 이들 업체는 현재 시공사 삼성물산 측에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가 위치한 판교 알파돔시티 ⓒ스카이데일리
 
피해업체들은 8월부터 삼성물산과 직접 계약을 맺어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3개월 동안의 체불금 공백을 메우지 못해 대부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사 삼성물산 측에 해결방안, 채권보전 등을 요구해봤지만 삼성물산은 “법적 검토를 받은 결과 일절 보상의 의무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한 피해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중간에 바뀐 업체와 계약한 것은 ‘삼성물산’을 보고 계약한 것이다”며 “자신들의 공사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이렇게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본인들로 인해 영세업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모른척 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삼성물산의 소극적인 상생협력 태도에 배신감 마저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물산 측 “인지 후 권고조치 시행…도의적 책임 일정부분 보전 예정”
 
스카이데일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삼성물산의 입장을 들어봤다. 삼성물산 군장대교 현장사무실 측에 관계자는 “당초 65일 후 지급방식을 채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지금과 같은 사태 발생을 우려해 15일 후 대금을 치르도록 권고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남흥토건 측이 ‘지나친 경영간섭’이라며 불만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7월 중 첫 지급 지연이 발생한 직후 남흥토건 측에 ‘동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계약해지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경고한 바 있다”며 “당시 남흥토건 측은 ‘자금을 치를 수 있으며 공사 또한 지속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도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업체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권리가 없다”면서 “문제가 재차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에 남흥토건 쪽에서 먼저 중단을 선언해 우리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고 말했다.
       
▲ 피해업체들의 책임 요구에 삼성물산 측은 현재 “법적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피해업체들은 삼성물산이 선정한 업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만큼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동백대교 건설현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삼성물산 측은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현장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직후 본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삼성물산의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삼성물산은 남흥토건 측에 공사대금을 틀림없이 지급했기 때문에 납품·임대업체들에 중복대금을 치를 의무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전에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취했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의무는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는 선에서 일정부분 채권을 보전해줄 요량이다”고 첨언했다.
 
삼성물산이 일정부분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피력한데 대해 피해업체들은 더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한 피해업체 관계자는 “삼성물산 측이 취했다는 사전 조치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오히려 삼성물산 측이 업체들을 안심시켜 납품·임대를 진행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업체 관계자는 “자신들에게 발생할 피해 상황만을 우선시하고 작은 업체들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는 태도다”며 “자신들만을 믿고 일한 업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른 척하는 것이 대기업이 말하는 상생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근 자재 납품 업체에는 30%, 장비임대업체에는 50%를 보전해주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자재구입비·인건비·장비유지비 등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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