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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렌탈 시장이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렌탈’은 단어 뜻 그대로 ‘제품을 빌려 쓰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매월 일정금액을 내고 정해진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하는 개념이다.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다보니 초기 비용부담이 적고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길 원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에는 렌탈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는 렌탈 시장의 성장과도 관련 깊다.
그러나 일부 렌탈 서비스의 경우 위약금부터 파손·분실 등의 문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 우려를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 렌탈 업체들이 자사에 유리한 규정만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인 가구 증가 및 소비 트렌드 변화, 경기침체 장기화 등 렌탈 시장 성장 부추겨
렌탈업계 및 KT경제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최근 렌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5조9000억원에 달했던 렌탈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인 가구 증가, 소유보다 소비에 집중하는 식의 소비트렌드 변화,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렌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수기, 비데, 안마의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패션부터 유아, 생활용품 등 일반 소비재까지 렌탈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렌탈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계 ‘빅3’ 중 한 곳인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드레스·정장 등 의류부터 악세사리까지 대여해주는 ‘살롱 드 샬롯’ 1호점을 열었다. 이곳은 셀프 웨딩족과 각종 행사 등에 참가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상품을 더욱 늘린 2번째 매장을 열었다.
SK플래닛도 지난해 패션 렌탈 서비스인 ‘프로젝트 앤’을 앞세워 렌탈 시장에 진출했다. 이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1년 만인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수는 25만명을 넘겼다.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자동차에 이어 소비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청소기부터 유모차, 운동기구, 의류 등 500여종에 달하는 제품을 빌릴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 ‘묘미’를 통해 렌탈 시장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는 최소 2일에서 연 단위까지 제품 렌탈 기간을 정할 수 있다. 구매도 가능하다.
셀프 웨딩 촬영을 앞둔 김진희(32세·여) 씨는 “드레스는 웨딩 촬영 때 한 번만 입을 옷인데 구입하기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대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아무래도 빌려 입다 보니 사용감이 적게 느껴지는 옷 위주로 살펴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샬롱 드 샬롯’ 관계자는 “셀프로 웨딩사진을 촬영하거나 연주회 등 특별한 날을 준비하기 위해 단기로 대여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의류뿐만 아니라 악세사리도 함께 대여할 수 있는데, 최근 상담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따져보면 구매보다 비싸…중도해지 위약금·파손·분실 등 소비자피해 주의보
최근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정기적인 AS서비스가 포함된 소유권 이전형 렌탈 제품의 경우 오히려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비싼 경우가 꼽혔다. 가입 해지 시 위약금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형 렌탈’ 관련 소비자상담은 2012년 6988건, 2013년 8558건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상담 사유는 중도해지 위약금 과다부과, 청약철회 거부 등 ‘계약 해지 관련 불만’이 37.1%로 가장 많았다. ‘품질 및 A/S 불만’ 20.6%, ‘부당 채권추심’ 17.4% 등의 그 뒤를 이었다.
계약기간 만기 시 소유권이 이전되는 한 업체의 음식물 처리기를 렌탈 할 경우 48개월 약정 기준 월불입금은 1만9900원이다. 별도의 제휴카드 혜택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48개월 동안 95만52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계약 내용에는 약정 기간 내 24만원어치 필터와 2번의 방문관리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은 시중에서 59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총 렌탈 금액보다 새 제품의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1회 제공되는 방문관리 서비스 혜택과 24만원의 필터 값을 합쳐도 렌탈 비용 보다 약 12만원 저렴한 셈이다.
렌탈을 이용하다 중도해지 시 남은 금액의 3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된다는 점도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중도 계약해지에 대해 의무사용기간이 1년 을 초과한 경우 위약금은 잔여 임대료의 10%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렌탈 업체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의무가 아닌 만큼 잔여 임대료의 20~30%에 달하는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중심으로 아기의 백일상과 돌상을 렌탈 해주는 업체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촛대·의류·천·도자기 등 상차림에 필요한 소품을 택배로 배송해 준다. 렌탈 비용은 평균 6만원대로 집에서도 저렴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 엄마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들 업체는 파손·분실에 대한 부담금 기준을 사전에 정해놓고 있지 않아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땅한 기준이 없어 파손이나 분실 시 중고제품임에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청구금액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백일상 렌탈을 이용한 최지현(34세·여·가명) 씨는 “잔치를 하고 사진을 찍던 중에 작은 도자기를 하나 깨뜨려서 물어준 적이 있다”며 “파손한건 잘못이지만 중고를 빌려 사용했는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격보다 비싸게 변상해줘 손해 본 기분이 든 적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렌탈 제품을 대여할 땐 총 계약기간과 위약금 기준 등 중요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렌탈 비용의 총합계와 한 번에 구입했을 때의 가격을 비교한 후 계약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수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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