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어야 할 국정농단 상흔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이제는 잊어야 할 국정농단 상흔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0 00:46:33

최근 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가 발표되자 오히려 세간의 관심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쏠리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사실이 이미 드러난 가운데 금융권 주요 요직에 하나금융그룹 출신 인사가 자리 잡으면서 이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금융권 요직에 임명된 대표적인 하나금융 출신 인사는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최흥식 원장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고, 김지완 회장은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금감원장에 임명된 최흥식 원장의 향후 행보에 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회장인 김정태 회장이 최순실씨 불법 대출과 이상화 전 본부장 인사 개입 등의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하나금융 출신인 최흥식 원장이 김정태 회장을 상대로 원리원칙을 앞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상화 전 하나은행 독일 법인장 특혜성 인사와 관련, 은행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고발한 바 있다.

김정태 회장이 ‘최순실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상화 씨의 승진을 위해 임의로 조직을 변경하고 부당하게 승진시키도록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정태 회장의 경우 인사 권한이 없음에도 함영주 행장에게 경영 및 인사 관련 압력을 행사하고 김정태의 지시로 이상화 씨가 하나은행의 인사 규정 및 관행에 반한 채 부당 승진했다는 주장이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면서 해당 사실에 대해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김정태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며 직접적으로 승진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화 씨를 은행 본부장급으로 승진시킬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조직개편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간 이상화 씨의 승진을 두고 ‘은행 내부기준’과 ‘원칙에 따른 승진’이라고 주장해왔던 하나금융그룹의 주장과 김정태 회장의 발언이 사뭇 대비된다.

좋든 싫든 김정태 회장이 과거 정권의, 그것도 최순실에 의한 관치에 휘둘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그룹에 드리운 관치금융 그림자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잣대에 근거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배경이다. 인맥과 출신에 의한 면죄부는 또 다른 관치금융의 폐해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융발전을 위한 엄격한 사후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