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샤의 몫까지 탐하는 재벌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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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샤의 몫까지 탐하는 재벌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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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2 00:50:30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성경에 나오는 이 구절은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로마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라고 던진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이다.

로마횡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다 하면 예수를 로마의 부역자로 몰수 있고, 옳지 않다 하면, 로마 정부에 대항한다는 죄목으로 예수를 옭아매기 위함이었다.

이 구절는 현대사회에서 한 개인이나 집단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사회의 공적 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 비판적 비유법으로 자주 인용된다.

공정한 경쟁을 기피하고 부와 권력을 동원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 할 경우 빗대 사용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27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2.2%, 내부거래 금액은 15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은 SK(23.3%), 포스코(19.0%), 현대자동차(17.8%) 순으로 조사됐고, 내부거래 금액이 큰 기업은 현대자동차(30조3000억원), SK(29조4000억원), 삼성(21조1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부분은 총수 2세 지분율이 100%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66%에 달한다는 점이다. 매출이 100억원이면 이중 66억원은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 재벌들이 편법상속의 수단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수치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지난 12일 대법원은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을 상대로 ‘한화가 한화S&C 주식 40만주를 김동관 전무에게 헐값에 팔아 600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형식적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사실상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5년 한화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화는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66.7%(40만주)를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씨에게 주당 5100원의 헐값이 매각했다. 김동관 씨가 이때 지불한 돈은 20억원에 불과했다.

경제개혁연대가 평가한 한화S&C의 당시 주당 가치는 16만원선. 계산해 보면, 김동관씨는 단번에 630억원을 번 셈이다. 둘째 셋째 아들인 김동원 김동선씨도 한화S&C 주식 33.3%를 비슷한 가격에 넘겨받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대기업 총수는 그 자식들이 100%의 지분을 갖는 하나의 회사를 설립하고, 그룹 계열사가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에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는 단지 한화만이 아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주식을 140억원에 산 후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3조원으로 불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억원을 투자한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현재 3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재벌들의 아들 손자들에게 있어 수 백억 수 천억 버는 것은 일도 아닌 셈이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하이트진로는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계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일가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재벌들의 이같은 몰염치한 행태의 최대 피해자는 단연 다수의 소액 주주들이다. 그룹 계열사들이 회사 돈을 낭비하면서까지 총수 2세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사이에 그룹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안았다.

또 다른 피해자는 바로 소비자들이다.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재벌들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곧바로 시장 독점과 담합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권리를 빼앗는다.

주주들의 몫은 당연히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재벌 2·3세들이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그만큼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은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들의 몫 역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규모가 줄어들수록 공정한 시장경쟁은 확대될 것이며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이상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몰염치한 재벌들이 가이샤의 것까지 탐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본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